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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jusamos (주세이모스�@)
날 짜 (Date): 1994년08월19일(금) 16시45분01초 KDT
제 목(Title): 피앙세를 찾아서11.2 드디어 뼈아픈 과거가





저번에 11로 올라간거는 저의 실수였습니다...이번게 그 뒷편입니다. 다음부턴

실수하지 않을테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죄송합니다.



우리는 그 소주를 원샷으로 마구 마셨다...왜 그랬을까?? 술잔이 비기가 무섭게

서로 따라주면서 순식간에 각자 1병씩 마신거다....난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는데 왠 여자애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저렇게 잘 마신다냐....

워낙 늦은 시간에 만났기 때문에 30분동안 그렇게 마셨더니 이미 거리는 어둑

어둑해져 있었다. 음...분위기...여자....술....어둠....젊음....그 다음은

무엇일까....당연히.....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난 겨우 그 애와 손을

잡아 본 것으로도 엄청난 변화라고 느끼던 때였기 때문에, 그 짱개집에서는 그냥

나왔다. 하긴 짱개집에서 뭘 하겠어....



그러나, 일은 그 다음에 터졌다. 난 얼굴이 빨개졌지만, 헤롱헤롱만 댔고, 그 애는

좀 쉬었다 가자면서, 길거리의 화단에 앉았다. 나도 옆에 앉았지...그러더니..애가


        "나...취한 거 같애...."


하더니 그냥 나한테 쓰러진다...으악...큰 일이다...이 엄청난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지....나도 취했으니...이런....낭패다...




혹자는 뭐 순리대로 잘 되어가네...하고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그건 경험있는

자, 나이먹은 자의 생각일 뿐, 당시 어린 나로서는 당황해 했고, 술이 다 깨버렸다.

그래서, 난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그것도 4놈이나...Y양과 같이 만나던 친구들..

친구들이 다 모이는데는 30분이 흘렀고 나는 그 상태로 기다렸다. 그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와 현선이를 어떤 눈길로 봤는 지는 도저히 생각이 안난다.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고, 이제 현선이를 부축해서 근처 오델로로 갔다. 그 다음..

우리는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의했다. 뭐, 오렌지 족이었다면,


        "자...이제 시체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요리할까...."


혹은


        "야...시체는 재미없다...좀 깨우자..."


하고 모의했겠지만, 우리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얘를 집에 돌려보내냐는 거다.

현선이는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 옆에서 아무리 깨워도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이걸 어째.....

그러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우악...하고는 지금까지 뭐 먹었는 지 다 보여준다.

난 보여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친절하기도 하지....

난 뛰어나가서 약국에서 술깨는 약을 샀다. 혹자는 수면제를 산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거나 최음제를 산게 아닐까하고 의심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진짜 술깨는

약만 샀다. 그 약을 사는 동안 친구들은 얘를 부축해서 화장실에 가서 등 두드려

주고 나도 따라가서 두드려주고는 데리고 나왔다.




복작대는 강남역....친구와 둘이서 부축하고 지하도를 건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인신매매인 줄 아는지 흘끔 흘끔 쳐다본다...다 건너와서 버스를 잡았는데,

얜 올라가지도 못하는 거다...장정 두명이, 그중 하나는 취한 나, 여자 애하나

못들고 올라간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작작 좀 처먹어라... :( "


하고 그냥 내 빼버리고, 우린 버스를 포기하고 다시 그 지하도를 건너서 돌아왔다.

이번엔 택시....



친구들은 옆에서 택시를 잡고, 나 혼자 얘를 부축하게 되었다. 난 그 때 처음으로

시체가 얼마나 무거운 지 실감했다. 그냥 팔짱으로만 부축해서는 도저히 안되는

거다. 할 수 없이 두 팔로 현선이를 꽉 껴안았다. 아...가슴이 압박되어 온다...

뭐..술 먹어서 취했는데, 접촉 기피증이고 뭐고....하여튼 택시 잡는 것도 실패..




나중에 들은 얘기 인데...우리의 모션은 영화의 한 장면같았다고 한다. 흘러가는

차량의 홍수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꽉 부둥켜 안고 있는 남자와 여자...사람들은

영화라도 찍는 줄 아는지 기웃 기웃거렸단다....그중 한 아저씨는



        "요즘 젊은 것들은...쯧쯧.."


하고 걱정(?)해 주고...




결국 시간은 흘러 어느덧 10시....마지막 방법으로 우리 집에 가서 아버지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난 아직도 술이 안 깨어있었으므로 내 친구와 같이 가서 아버지

차를 몰래 훔쳐왔다. 그 친구가 운전하고 남자 4명에 여자 하나가 거기서 개봉동

까지 달려갔다....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현선이...

이대로 데려갔다가는 난 걔 엄마한테 엄청 맞을 거란 생각에 차 안에서 마구 깨웠

다. 하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친구들은 뺨을 때려보라고 하고..난 감정이

개입되었는 지는 몰라도 엄청나게 세게 때렸다.


        "아야...왜 때려..너 죽어..."


욕이야 먹던 말던 살아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결국 그 애 집앞까지

갔다.

친구들은 나보고 데려다 주라고 떠다 민다...

그 애는 내리더니, 집에 곧장 갈 생각은 않고, 놀이터 그네로 갔다. 이대로 들어가

면 부모님한테 혼난대나....술깨고 들어간다고....난 이 때를 놓칠세라 자랑스럽게

술깨는 약을 줬다...약은 봉지 속의 알약들과 드링크제...혹시 제대로 못 찢을까봐

내가 손수 찢어줬는데, 얘가


        "이게 뭐야..."


하고는 거꾸로 다 쏟아버려서 결국은 드링크제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이젠 들어가야 되겠다고 일어서는 현선이..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 난 부축하고 그애 집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와락하고는 그 애를 껴안았다....내가 처음으로 껴안아본 여자....그 전에 택시잡을

때는 제 정신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정신이다...현선이의 심장 고동 소리가 내

가슴에 그대로 전해온다...잠시동안....그대로 있었다...벅차오르는 가슴에 눈꺼풀

이 내려간다....이 순간이 영원하다면....하는 생각.....



얼마쯤 지났을까...눈을 떠보니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안됐다는 얼굴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익....들켰네...결국 그 애를 집에 보내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임무를 완수(집에 들여보내는 거)했다는 안도에 갑자기 취기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친구에게 차를 맡기고 다음날 아침에 제자리에 갔다 놔 줄것을 부탁하고는 난

곧장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다음날 오후....난 그 애 집에 전화를 했다. 아....전화하지 말걸....내 대학

생활 최대의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어딘가에 있을 나의 신부를 찾아서...

        Written by      JuSamos(Vidania in 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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