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4년08월15일(월) 10시55분28초 KDT 제 목(Title): 싸움이 끝났다고 했나요? 몇 년 만에 보는 학생들의 시위 모습이었다. 그간 평화로왔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위축되어 있었다고 해야할지 ... 그러나 정말 가증스럽고 쳐다보기도 싫은 것은 학생 신분을 가장, 또는 악용하는 폭력 집단이다. 내가 어제 오후 4시쯤 서울대역에 도착했을 때 쇠 파이프를 들고 단체로 뛰어가는 (내 느낌에는) 거의 실성한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서는 ... 이래서는 문민정부 아니라 농민, 근로자 정부가 들어서도 과거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건을 두르고 쇠파이프를 든 그들의 눈 빛은 그들 스스로 규정한 내부의 적을 향해 증오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듯 했다. 이건 ... 대관절 누구를 향한 증오심일까? 그들의 마음 가운데 그런 한을 심은 사람은 누구이며, 그 모질고 오래된 마음의 상처에 대해 근본적으로 책임질 사람은 누구인가? 왜 애꿎은 젊은 전경들이 쓰러지고 학생들이 희생되어야 할까? 마치 학생들은 전경들과의 '전투'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존재 및 역할이 알려질 테니까. 아마 그건 비교 만족일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서슴없이 돌을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 하지만 너희들 스스로가 그 자리에 한번 서보라. 그들의 무능을 탓하기 전에 어떤 도움을 주고자 했는가? 민족의 반역자이며, 신의 저주를 받아 마땅한 작자 김 일성의 이기심의 소산일 뿐인 남북 분단과 동족 상잔, 그리고 자기 우상화를 냉철하게 비판해야 할 지성인들이 그런 폭력으로 일관하다니 ...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방관해야 타당할 것인가? 일전에 경찰의 권총에 의해 희생된 우리의 젊은이가 있었다. 난 그가 경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에 의해서 희생되었다고 느낀다. 당신이 만약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데, 또 한가하게 무방비 상태에서 있는데 수십명의 학생들이 쇠파이프와 돌을 들고 몰려온다고 해보자. 누군들 자기 방어를 하지 않겠는가? 자기 목숨이 걸린 그 긴장 상태에서 이성을 찾을 자가 누군가? 난 학생 신분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뜻이 옳다고 해도 (사실 옳은 것도 아니다) 폭력을 좇는 무리들을 증오한다. 위에서 누군가 싸움이 끝났다고 했다. 후후 ... 과연 그럴까? 어제 싸움으로 불러 일으켜진 상대에 대한 증오심, 그건 누가 잠재울 것인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