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2월06일(월) 00시25분28초 KST 제 목(Title):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산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묘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동문선배가 주선을 해 준 일이었는데, 유아교육에 관련된 논문하나를 번역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보수는....소개팅 한 건! 끼끼끼..... :) S 여대를 다니는 그 동문선배의 친구가 시험은 다가오고 영어논문은 읽어낼 시간이 없고 해서 선배에게 떠 넘긴 아르바이트를 나에게 하청준 것이었다. 대신에 원래 선배 앞으로 되어있던 소개팅도 나에게 넘어온 것이다. 물론 상대는 그 S 여대 유아교육과 여학생 이었다. 소개팅에 눈이 어두워진 (?) 란다우는 자기도 기말고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 하고 밤을 새워가면서 정해진 시간내에 논문을 번역해서 넘겼다. ( 이딴 짓을 하느라고 내 성적표는 엉망진창이었음...) 그리고 시험기간이 지난 다음에 아르바이트 보수인 소개팅을 하러 종로로 나갔다. 지금은 없어진 곳인데.. Red Ox 라고 당시로는 제법 괜찮았던 생맥주 집이었다. 주선자들이 하도 그 아가씨 이쁘다고 미리 바람을 넣어 놔서 나는 미팅내지 소개팅 에 킹카 없다는 고래의 격언도 무시하고 속에 기대감이 부풀대로 부풀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그 팅은 일대일로 하는 소개팅이 아니었다. 논문번역을 시간내에 하느라 나는 논문의 일부를 내 친구에게 재하청 주었고, 그 친구도 소개팅에 한 몫을 댓가로 차지한 것이었다. 그래도 번역의 주체는 나니까..... 원래 소개팅에 나오려던 이쁜 아가씨는 `내 꺼(?)' 고 새로이 팅에 추가된 아가씨는 내 친구 담당(?) 이려니...하고 나갔는데... 소개팅에 나온 두 아가씨를 딱! 보는 순간 나는 속으로, 이건 완전히 천국과 지옥이며 하늘과 땅이고 신성일과 정부미이며 아마 대한민국 건국이래 가장 밸런스가 안 맞는 미팅집단 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비버리힐스 고삐리들에 나오는 셰넌 도허티하고 타이슨 처럼 생긴 여자가 같이 미팅에 나왔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 그런 이유 때문에 주선자들은 원래의 계획을 변경해서 파트너를 제비로 뽑기로 했다. 그냥 원래 각본대로 셰넌 도허티를 나에게 안겨(?)주고 타이슨을 내 친구 몫으로 했다가는 살인날 판이었던 것이다. 요새야 이러면 그냥 2:2 로 놀지만 그때만해도 고전적인 시대라 미팅에서는 반드시 파트너를 정하는 것이 불문율 이었다. 그리고 스릴넘치는 제비뽑기 ..... 역시 란다우는 그래도 여복이 있는 편이라 이번에도 도허티를 나의 파트너로 고를 수 있었다. 휴우~~~ 십년감수했다. ^_^ 늘 하는 이야기지만 다우는 여자의 외모에는 관대한 편에 속하고 어지간해서는 숙녀의 외모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을 신조로 하는 사람이지만 그때 그 타이슨은 정말 너무했었다. 완전히 벌레 씹은 얼굴을 한 내 친구와 아가씨 둘...그렇게 해서 파트너를 가르고 미팅이 시작되었다. 내 파트너 아가씨는 알던대로 S 여대 유아교육과 생이고.. 그 `공포의 타이슨' 은 아니나 다를까 서울대 여학생이었다. *P (이 사건이후로 난 1년 동안 서울대 여학생이랑 하는 팅은 다 거절했다. ) 그런데 원래 이런 부조화한 집단을 이루어 놓으면 못생긴 쪽이 말이 많은 법이다. (그래서 나도 팅에 나가면 말빨을 세우는 걸까???????? ) 내 파트너는 아주 조용한데 그 타이슨 아가씨는 모가 좋은지 신났다고 계속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 으..... 어떻게 저 주책바가지를 내 친구에게 온전히 떠 넘기고 난 이 아리따운 파트너랑 떨어져 나가는 수가 없을까? 내 파트너가 된 아가씨는 정말 주최측에서 칭찬한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청초한 미인이었다. 무엇보다도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서 내가 묻는 말에나 조용히 답하는 스타일이 내 맘에 쏙 들었다. 흐흐흐...그럼 여자가 청순하고 다소곳 해야지 안그래? :) 그날은 결국 그 타이슨 때문에 `찢어지는 데' 실패했지만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아프터 때 생겼다. :( 예나 지금이나 다우는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앞뒤 안가리고 광분하는 형이라 제까닥 그 다음날로 파트너 양에게 전화를 넣었고 두번쯤 튕길 여유를 준다음(?) 역시 종로의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다음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때빼고 광내고 돈 마련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아리따운 나의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갔더니 글쎄 약속보다도 더 빨리 그 아가씨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정석(?)대로 당시만 해도 나의 자랑거리였던 이빨을 풀면서 (확실히 요샌 삭았어.....쫍....)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런데 그녀랑 이야기를 하면서,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떠들면서 나는 내가 마치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도무지 반응이 없는 것이었다. 혹자는 내 이야기를 그녀가 재미없어 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재미없어 하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게 마련이다. 나도 내 이야기 재미없어 하는 미팅 파트너를 여러번 겪었기 때문에 무반응 하고 재미없어 하는 것쯤은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무리 말빨 좋은 사람이라도 그렇지 벽에다가 대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이야기 하겠는가? 나는 한 30분만에 말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내 앞에 있는 것이 사람인가....마네킹인가....? 알고보니 지난번 미팅때도 다소곳해 보였던 것이 다소곳한 것이 아니고 `그냥 꼼짝도 안하는' 것이었던 듯했다. 뭘 물어도 도무지 반응이 안 오는데는 사람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영화는 자주 보세요? 보기도하고 안보기도 해요. 시간이 되었는데 식사하실래요? 뜻대로 하세요.(아주 공손하게....) 식사는 뭘로하실래요? 아무거나 다우씨 드시는 걸로요.... 파아~~~~~ <--------- 답답한 란다우가 속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쉬는 소리. 차라리 벽에다가 이야기 하는것이 더 낫겠다. :( 그래도 미모가 있으니까 나는 속으로 시간이 지나면 차차 말도 하고 그러겠지 생각하면서 두번정도 더 만남을 가졌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 지는 것이 아닌가? 산에서 혼자 떠들면 하다못해 메아리라도 있지. 어른들이 하는 말씀중에 " 여우 같은 마누라하고는 살아도 곰 같은 마누라 하고는 못산다 " 라는 격언(?)이 있는데 나는 이때의 경험으로 그점을 정말 뼈져리게 체험했다. 아무리 이쁘면 모하냐? 마네킹하고 연애하는 것 같은데! 결국 그 인연은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 한참 뒤에 날 보게된 주선자 선배는 그렇게 이쁜 여자를 놓친 나의 무능함을 탓하면서 " 다우야 그 아가씨 더 이뻐졌다드라~~ " 하고 내 약을 올리려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선배에게 말했다. " 안 이뻐도 되니까요, 어디 활달하고 말이 통하는 재미있는 여자 없어요? " ^_^ --- landau 오늘의 : 여자와 버스는 놓쳐도 또 온다. 격언 : 단지 배차간격이 좀 다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