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2월03일(금) 02시38분53초 KST 제 목(Title): Quod vitae sectabor iter? 부산에 갈 때마다 staire를 때로는 숙연하게, 때로는 감상에 젖게 하는 것이 있다. 고등학교때 보던 영문법책 속표지에 써 둔 'Quod vitae sectabor iter?' -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르네 데카르트가 23세때였던가 나태함과 무기력에 빠져 인식의 추구를 게을리할 때 꿈 속에서 자신을 깨우쳐 주었다는 글귀... (데카르트는 꿈도 라틴어로 꾸었나?) 그때 그걸 써 둔 것은 의대에 갈 결심을 하며 내가 소중히 여겼던, 아니 최소한 그랬다고 생각되던 것들에 대한 이별 선언 겸 새로운 각오 겸 약간의 넋두리... 뭐 그런 의미로 영문법책에 끄적거렸다고 기억된다. 본과 2학년 여름 방학때 부산에 내려가 그걸 다시 읽으면서 결심했다. 나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 거라고. 의사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의대를 휴학하고 재수하러 부산에 왔을 때 다시 그 글을 읽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이 staire가 차라리 공대에 낙방하고 의대에 복학했으면 하고 바라는 걸 눈치챈 날 밤새 펼쳐둔 문법책 속표지의 그 글, staire에게 치열하게 밀려오던 준엄한 질문... Quod vitae sectabor iter? 그 다음주에 서울에 올라가 휴학 상태에서 자퇴생으로 신분을 바꾼 후에야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나서 6년 반이 지나도록 펼쳐보지 않았던 그 글을 이번에 설맞이 가서 다시 꺼내 읽었다. 나는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14년이나 지나도록 아직 답을 모른다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이것은 평생을 두고 대답해야 할 무거운 질문.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생각은 보류하기로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란 없다. 그리고 어떤 잘못이든 그것으로부터 배울 것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아직 젊다... 아니, 나는 아직 어리다. 내가 지금 어떤 결단을 내렸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이 나를 용서한다면 또 다른 누구에게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스스롭지 않게 그 결심은 바뀌고 나는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그 정도의 자유마저 잃을 만큼 큰 실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다시 나의 길을 걷기로 한다.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신중하게 선택할 일이지만 그 다음에는 성큼성큼... 때때로 그 무거운 질문이 엄습해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아직 어리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