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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   SUNYAA)
날 짜 (Date): 1995년01월23일(월) 09시04분54초 KST
제 목(Title): 위기 일발 죽느냐... 사느냐...






 지금으로부터 꼭 4년전...

또 우울해지던 푸른산은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푸른산의 산행은 별로 준비할 게 없었지요... 하숙방 한 구석엔 언제나 

두개의 배낭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 때, 울리던 따르릉... "아, oo구나, 잘 됐다, 나 지금 산에 가는데 

같이 가자..." 그래서 그날은 그 후배랑 설악을 향해 갔지요..

제 글을 읽다 보시면, 어떤 분들은 젊은 놈이 팔자도 좋구만, 시도 때도 없이 

놀러만 다니고...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도 어찌 공대 대학원생으로서 그럴수가 있었겠읍니까....  :)

아까운 시간 쪼개어, 평소에 안 놀고, 여자 안만나고, 해서 만들어낸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지요... 

(윽, 찔린다... 놀기는 오히려 더 놀았고 여자는 안 만난 게 아니라 만날 여자가 

없었던 게지.... 으이구.... )



어쨌든 푸른산도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야간 산행을 주로 했는데, 토요일 저녁에 

6시에 상봉에서 속초행 마지막 버스를 타고 4시간 반을 달려서 오색 약수에 도착...

그리고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잠깐 숨을 돌리고 12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지요...



그날도 어김없이 야간 산행이었는데... 그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었읍니다...

서울이 영하 10도가 넘었었고 오색에 도착했을 때 영하 20도가 넘었으니까...

그리고 한 3일 전 쯤에 푹설이 내려서 설악산이 파묻혔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였지요... --> 이거 쫌 심하다...

아뭏든 눈이 2미터 정도가 오고 며칠전에 설악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사람이 

들것에 실려 내려온 날 우리는 오색에 도착했읍니다...

푸른산이 눈 많이 왔다는데 가만 있을 수 있겠어요? 못 참지요, 못 참아...

어쨌든, 제가 오색에  가면 매번 들리는 간이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떠나려 하는데, 저를 잘 알던 주인 아주머니가 극구 말리시더군요...

오늘 조난당한 사람들의 시체가 내려왔다고... 그리고 눈보라가 심하게 불고 

너무 추우니 가더라도 잠시 쉬다가 새벽 일찍 올라가는게 좋을 듯하다고...


그런데, 사실 그날따라 몸 상태가 않 좋던 푸른산이 가만 생각하니 아무래도 

쉬고 가는 게 좋을 듯해서 후배에게 넌짓 권해 보았지요...

"아무래도 오늘은 어쩐지 컨디션이 별로다, oo 아."

아, 그랬더니 그 후배 하는 말... "아니, 형답지 않게 그 무슨 말이에요...

딴 소리 말고 그냥가요..."라고 세게 나오는 것 아닌가...

나참 몸 않 좋다고 사정 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 죽은 사람 3명중 한명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청봉 대피소에서 살던 사람이란 것까지 알려주며 겁을 

주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뭐 내가 정 가기 싫으면 혼자라도 가겠다나...

"아 이놈아, 길도 모르는 놈이 밤 길을 어떻게 가냐", 

"그 동안 내가 약골이라고 놀렸더니 이 놈이 단단히 별렀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만류하는 아주머니를 결연하게 (?)

뿌리치고 산으로 산으로.....


아니나 다를까, 컨디션 안 좋던 푸른 산은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핵핵...

거리고.... 그 후배는 보란 둣이 앞장서서 가는 것 아닌가...

이런 말을 간간히 해가며, "형, 오늘따라 왜 그래요? ...."


"이거 오늘 완전히 죽 쓰는군... 내 죄다 내 죄야..."



그러나 대청 30번 등정의, 관록의 푸른산 .... 거기서 그렇게 무참하게 무너질 

푸른산이 아니질 않은가... 2시간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지구력이 문제다... 

초반의 부진함이 컨디션 때문이었다면, 그러한 컨디션이 힘을 못 미치는 

단계에 접어들자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빛을 발했다...



그 후배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푸른산은 더욱 여유를 가지고 oo야 

힘들면 쉬었다가자... 라며 그 후배의 페이스 조절을 해주면서...


사실 초심자가 탈진이라도 하면 그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경험자는 

미리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괜찮다는 후배를 억지로 잡아 세울때마다

다행스러워하는 눈치가... 음, 이거 심상찮군... 

푸른산의 상태는 산의 정기를 2시간 넘게 받은 후에 거의 회복이 되었고...

거의 타고난 산 사람이라고나 할까...  :) 이건 농담임...

아뭏든 그러그렇게 4시간여를 계속 갔는데... 산속에서는  계속 걷느라고 

추운것도 달 못 느끼는 법... 쉬면 상황이 급변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드디어 시작 되었다...

대청산장이 보일 때가 다 되었는데도 안 보이는 것이다... 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나무도 없어지고 눈보라가 직접 몰아닥치는데, 그것 참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더욱 곤란한 것은, 며칠전에 2미터가 넘게 왔다는 눈 때문인가 

산 모양이 달라진 것 아닌가... 평소 길 길잡이가 되던 나무나 돌도 보이지 않고 

이웃 봉우리들의 모양도 아주 이상하게.... 그야말로 다른 산에 온 것 같았다...

거기다가 1미터 앞도 안보이게 몰아닥치는 눈보라는 몸을 쓰러뜨릴 정도여서 

몸가누는 것 만도  무엇보다 힘들었고, 지나온 발자국을 금방 지워버려서 돌아갈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방향을 잘 못 잡으면, 바로 며칠 전에 조난 당한 사람들숱 운명이 

되는 것이다....  음.. 음... 음......음........ 음...........  

정말 상황은 심각했다...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 아니 동태 죽음인데....

냉철한 푸른산의 판단에 따라 우리는 전진과 후퇴를 5번 정도 반복했다...

하지만 한밤중의 설악의 논보라에는 현명한 판단과 의지도 역부족이었다..


정말 여러분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푸른산의 사태 파악은 정확했다... 후퇴해서 어느 큰 바위밑에� 몸을 숨겼지만

거기에 계속 있는다는 것은 "동상"을 의미했다. 체온 강하를 막기위해선 

움직이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방향 없이 움직이다간 탈진과 곧 이은 죽음을 

의미한다...어딘지 모르니 갈 수도 없고 그냥 있을 수도 없고....


여러분이 잘 몰라서 그렇지, 한밤중의 설악은 한밤중의 에베레스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체감 온도는 영하 30--40도 정도...

몇백미터 아래의 오색이 그냥 온도만으로 20도가 넘을 정도니...



푸른 산! 어떻게 할 것이냐!.... 그 후배는 이미 판단을 상실한 지 오래다...

나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고 있는 듯... 그러면 이제 내 판단은 내 목숨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이건 도저히 장난이 아니다....

어쩐지 오늘 예감이 좋지 않더니만....



다음에 계속....   


광고....모래시계가 일주일에 4번하는 이유는 5월에 있을 지자제 선거를 

의식한 당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이번 지자제 선거는 시기적으로 

5.18과 겹치게 될 것이라는데, 그 때를 배경으로 한 모래시계가 그 때까지 

방영되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민감한 시기 

이전에 끝내라는 압력이 있어서, 주 4회 방영을 결정했다는 후문인데...


이거 백성둘의 기억력을 물고기 기억력 정도로 보눈 것도 아니고 원.....

하지만 그러한 사기가 정치라는 게임에서는 통한다는 현실을 알고 있는 

푸른산.... 더욱 산에 가고 싶다... 

민주 산악회처럼 산자락에서 호작질하는 거 말고....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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