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1월19일(목) 02시54분50초 KST 제 목(Title): 악기를 닦으며 내일은 의대 오케스트라 캠프. 랩에 처박아둔 악기를 꺼내어 줄을 고르고 먼지를 닦는다. 한심스럽게도 지난 가을 연주회 이후 몇 달간 손도 대지 않은 악기... 약간은 코가 막힌 듯한 소리를 내었지만 점점 소리가 트이는 듯하다. 16째딸을 위해 전화기에 대고 연주했던 곡을 그어본다. 그리고 가을 연주회 때의 내가 좋아하는 한 대목을... 문득 떠오르는 장면, 안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스트라디바리'에서 죽은 아내를 위해 스트라디바리와 연주자 단 둘이 한밤중에 텅 빈 성당에 들어가 아내의 관 앞에서 연주하던 비탈리의 샤콘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이올린 가진 애들은 너도나도 샤콘느를 연습했었지. staire역시 되지도 않는 소리를 내며 밤이 새도록 샤콘느를 그어댔었다. 오늘 저녁, 샤콘느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죽은 아내'같은 건 없는 내게... 악보는 구석구석 외고 있으니까... 한 번 그어본다. 가슴 밑바닥을 울리듯 긁어올리는 아르페지오... 그리고 당당한 4분음표의 주제... 눈을 감고 활을 끝에서 끝까지... 아아... 샤콘느의 매력은 이 '무표정함'에 있다... 어떤 감정으로 연주해도 역력히 수용되는 아주 큰 그릇... 하이페츠처럼 아주 오만하게 연주해도 좋고 미소를 머금고 흥얼거리며 연주해도 들을 만하고 아내의 관 앞에서 숙연하게 연주하는 것도 썩 어울리고 staire처럼 눈을 감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연주하는 것도...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 staire는 음악 캠프를 떠납니다. 다음 주에 뵙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