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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SUNYA)
날 짜 (Date): 1995년01월18일(수) 17시26분49초 KST
제 목(Title): 눈이 오면 길만드는 사람들...






해마다 이 맘 때면 한계령, 미시령에는 폭설이 온다. 

일미터에서 이미터까지... 보통 그것이 녹기 전에 또 눈이 온다...

그러면 한계령이나 미시령의 교통은 반드시 두절된다...

우리나라 도로관리가 허술한 증거라고 타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실은 사실이다. 차타고 따듯한 차안에서 편하게 설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겪는 일을 또 반복하는 

무능력한 당국을 원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러한 사정이 나아 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중의 

한 명이다. 이런 이런! 내가 당국을 두둔하네...


<교통이 두절되도...>

교통이 두절 되어도 전국 각지에서 올 사람은 다 온다. 폭설 온다는 

예보듣고 미리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한계령 입구에 내려서 

산타고 걸어 오는 사람도 있다. 인제나 원통 부근에서...

주로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명이면 일정 맞추기가 힘드니까...

이유는 산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에 눈 길을 내기 위해서다...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 길을 내려고...

겨울산을 타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폭설이 쌓여 가슴팍까지 오는 산을 

오르려면 굉장한 힘과 시간이 소모된다... 그리고 조금은 위험하다...

페이스 조절과 시간 조절을 실패하면...

평소에 한 시간 걸리던 길이 5시간에서 10시간까지도 걸린다. 

눈을 제치고 길을 내는 일을 러쎌이라 하는데, 일행이 있는 경우 보통 

러셀은 번갈아가면서 한다. 그만큼 힘든 일이다. 안나푸르나 같은 고봉을 

오르는 것, 빙벽을 타는 것 못지 않게 아니 혼자일 경우 더 힘든 것이 

이 러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눈이 온다면, 교통이 안좋다고 해도 

모여드는 것이다... 길을 내려고...다음에 오를 사람을 위해... 

4년 전인가... 후배와 둘이서 대청을 올랐다. 일출을 본 후  

하산은 백담사로 향했다. 

전두환이 얼마전에 거기를 나갔었나...그랬을 것이다.

백담사 전에 마등령이란 고개 부근에서 그 고개를 넘어오던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그 때 귄이 넘으셨다고 했는데, 마등령 넘어 오는데, 러셀이 

되어 있지 않아서 10시간인가 걸렸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 아닌가...

젊은 사람도 힘든 일을... 그래서 나는 멍청한 그리고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기를 쓰고(?) 오시나요? 물론 대답이 필요 없는 어리석은 

아주 무모하기까지한 말이란 걸 나도 알았다. 

그 질문은 그냥 일종의 감탄사같은 것이었다. 별 뜻이랄 게 없는...

그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계면쩍게 웃으셨다...

"나 말고도 오는 사람 많아요. 학생도 왔잖아요... 내가 매년 오는데, 

그렇게 해서 아는 사람(길 내러 오는)만도 100명이 넘을걸요..."

앗, 그건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100명이 넘다니!



왕!, 산 얘기하다 보니 무지 가고 싶어진다. 그리운 이름들이 하나하나 

떠 오르기 시작하면서... 장터목, 치밭목, 희운각, 양폭, 그리고 유일한 

통나무산장인 수렴동 산장...

나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여자 없인 살아도 지리산 설악산 없이는 못살겠다.

지금도 한국에 생각나는 여자는 없어도 생각나는 산장은 많다... 그 숱한 

일화들과 함께...

산장이라고 해서 혹시 모르는 분들, 낭만같은 걸 떠 올리지는 마시기를!

영화에 나오는 그런 산장이 아니니까...물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대청산장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어찌 되었을까.... 중청 대피소를 현대식으로

고치고 대청산장은 폐쇄한다나... 입맛이 쓰다...

그 앞에서 거의 죽다가 살아난 기억이 새롭다...

거기 가면 이 은상선생인가 쓰신 

"그대 번뇌 있거든 대설악으로 가라"는 글이 있었는데....

잘 있어라 대청 산장...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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