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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1월14일(토) 00시15분27초 KST
제 목(Title): 1월 14일에 붙이는 단상.



란다우의 생일에는 사람들이 단체로 조의를 표한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나의 탄생에 애도의 뜻을 나타낸다. 요 몇년새는
덜 하지만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학교가 온통 검은 휘장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오늘은 내가 귀빠진 날이기도 하고 동시에 박종철 열사 8주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나의 almost 30평생에서 (으윽...벌써 30에 육박하고 있다니!)
가장 즐거웠던 날을 꼽으라면 아마 87년 1월 14일일 것이다. 8년동안 바라던
대학의 합격증을 1주일전에 받아들고...막 성년의 문턱을 눈 앞에 둔 나이에
친구들과 모여서 즐겁게 놀았던 하루 저녁.

그리고 바로 그 87년 1월 14일 밤이 박 종철 선배가 돌아가신 날이기도 하다.

누구는 기쁨에 겨워 흥청망청 즐기던 밤에 누구는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이 
극명한 대조.........그리고 나로서는 얼떨결에 방관하면서 보낸 87년 6월이
있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참 묘했다. 나에게는 가장 기쁜 날중의 하나인 이 날,
나의 주변에는 온통 애도 일색이었으니까. 내가 투표권을 얻게되었던 날
서울대는 박종철 열사 1 주기로 완전히 검은 색 이었다. 

어린 마음(?)에 참 싫었다. 하필이면 내 생일이람......:(

그런데 이삼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80년대 세대가 학교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전교적인 애도 분위기는 점점 줄어들었고...
검은 휘장 몇개랑 한두군데 분향소 설치가 다 였다.

아마 사람들은 점점 잊어갈 것이다. 4.19로 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김 주열을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지금 대학생들에게 김 주열이 
누구냐고 물으면 몇명이나 알까? 박 종철 열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 때 겨우 국민학생이던 94,95 학번 중에서 박 종철 선배 란 이름을 기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기일을 기억하는 사람...?

하지만 아마 나는 평생토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뭐 의식이 투철한 
대학생이라서가 아니라 나의 생일이 바로 선배의 기일이라는 이유때문에 말이다.
............

그저께 '전야'가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는 대자보를 보았다.
이 보드에서도 많은 분들이 '전야'의 폐업소식을 듣고 가슴아파 했던 것 같은데..
총학생회가 나서서 '전야'를 부활시키기로 한 모양이다. 적어도 아직은 
이 학교의 진보정신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흐뭇하다.:)

27살 생일이다.
그리고 박 종철 열사의 8주기이다.
적어도 나는 평생토록 1월 14일이 무슨 날인지 있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의미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landau ..

                                major : 자연철학
                                minor : 인터넷 비비에스에서 이빨 단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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