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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1월11일(수) 08시07분32초 KST
제 목(Title): [R] 소어님의 색깔 있는 이야기...



제가 무척 아끼는 책, 1962년 판 '아미엘의 일기' 서문으로 저의 대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이 글은 손 우성님이 쓰셨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위대한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다. 행동가는 세상을 

뒤흔들어 놓으려는 야심을 버리지 않는다. 문학자는 예술의 영역에 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놓고자 하는 집념에 사로잡혀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우주의 

무게에 자기가 눌려서 신음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

아미엘은 자기 재능을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도 써 보고 소설도 써보았으나 

도무지 역력한 것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그는 팔뚝을 걷어붙이고 문단에 나서서 

싸워 이겨볼 패기가 없었다. 작품을 써보려고도 시도해보지만 붓끝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으니 그는 자신의 허약함만 느끼며 오그라져서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

창작은 일종의 건축이며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서 꾸며나가야 하는데 아미엘에게는

이 꾸미는 힘이 없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너무나 풍부한 자기 자신의 세상이 

웅성대며 소용돌이치고 있지 않은가...

...

저명한 작가이면 일기장도 다음에 출판되리라는 의식에서 필치를 조작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 아미엘은 그런 희망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붓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는 자기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 체계 없이

와동(渦動)하는 세상을 샅샅이 들춰서 적어간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인간의 가장

미묘한 심리를 가려내며 그의 분석의 두뇌가 천착해내는 심오한 사상에 배인 

현란한 환각의 세계를 전개시켜 놓는다...

...

객관적 사고방식이 풍미하던 자연주의 전성 시대에 이 일기가 나오니 세상 사람들은 

낭만주의적 반동이라고 비꼬아 보기도 하였으나 살아 있는 인간의 정신 생활을 

그대로 그려낼 때에는 주의도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그대로 예술 작품이다...

...

아미엘은 문학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자아의 속에 파고들어 생명의 오저(奧低)의

신비적인 세계까지 밝혀내며 독자로 하여금 약한 자로서의 동류의 공감으로 

이 생명의 신비 속에 끌려 들어가게 한다.



그는 살아서 의도하던 예술의 세계는 이룩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가 아무 의도 

없이 기록하여 간 것이 바로 그 위대한 예술의 세계였다...



(물론 이 내용은 staire와 아무런 연관이 없지요. :>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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