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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1월10일(화) 19시39분44초 KST
제 목(Title): 풀어 기르는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



란다우가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맞았을 때.. 그러니까 딱 6년전이었다. 내가
속한 동아리에서 설악산의 학교 수련장으로 MT 를 갔다. 서울대의 수련장은 
설악산, 지리산, 그리고 서해안의 천리포에 있는데 없는 것 보다야 낫지만 다른
학교 수련장에 비하면 정말 판자집이라고 해야 할 만큼 열악한 환경을 자랑한다.
일례로 천리포에는 학교 수련장 근처에 홍대 수련장이 있는데 홍대 것을 호텔이라
하면 서울대 수련장은 오막살이 사촌 쯤 된다. :)

설악산에 갔던 그해 겨울에도 그 '시설'이 문제였다. 오늘처럼 영하 십몇도를
오락가락 하는 강추위가 전국적으로 내습한 날에 5시간을 서울에서 달려서
찾아간 것인데 관리인 아저씨 말씀이 수도가 얼어 터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한두명도 아니고 30명이나 되는 인원이 집단으로 생활하는데 수도가 없다니
이거 보통일이 아니다.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뭔고 하니
수련장에서 비탈길을 10m 쯤 내려가면 있는 큼직한 개울에서 직접 물을 떠다
쓰는 것이었다. 손가락 꼼지락 거리기도 싫은 영하 십몇도에 그 많은 물을 길러
추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괴롭기 짝이 없었다. (사실 수도란
것이 그 개울물을 펌프로 퍼올리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밤이 되니까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밥을 하기 위해서는 물을 길어 와야 
하는데 물뜨러 나간 1학년 여학생 하나가 비명을 자지러 지게 지르면서 거의
졸도할 지경이 되어서 수련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밖에 있는 커다란 도사견에
놀란 것이었다.

그 때 물을 구하기 위해 개울로 내려가려면 수련장 관리인 아저씨 집 앞을
거쳐가야 했는데 글쎄 그 앞에 거짓말하나 안 보태고 황소만한 도사견이 버티고
있지 않았겠는가. 아마 관리인 아저씨가 외로우니까 키웠던 모양이다. 
낮에는 안 보였던 것 같은데 밤이 되니까 나타나서 어슬렁 거리다가 물뜨러
가던 후배랑 마주쳤고 그 후배는 기절초풍해서 수련장 안으로 다시 도망해 들어온
것이다.

자.... 이사태를 어찌한다? 물을 떠 와서 밥은 해 먹어야겠고 (30명이 단체로 굶을
수는 없지 않아요?) 무시무시한 도사견은 길을 막고 으르렁 거리고 있고.

그래서 란다우가 나섰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르기를... 얘들아 원래 풀어서 기르는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 법이야. 사람 무는 개를 어떻게 그냥 풀어 놓고 기를 수가 
있니? ^_^ 이 말을 했더니 전자공학과에 다니던 후배 하나가 맞아요. 저도 전에
어른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의 발언에 찬성을
표시했다. 

그럼 오빠들이 몸으로 증명해 봐요!

여학생들이 하는 말은... 그 도사견이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하고 그 전자과 후배보구 개울에 가서 물을 떠 오라는 것이었다. 으윽....
이론하고 실제하고 같냐????? :(

어쨌거나 나는 그 팀의 최연장자 였기 때문에 뭔가 보여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었다. 나랑 전자과 후배는 큼직한 물통을 들고 어두컴컴한 길을 갔다......
그 도사견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머리가 내 허벅지 쯤 오는데 덩치가 둔중한 것이
정말 성내고 달려들면 사람하나 잡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나는 후배에게...반쯤은 내 자신에게...

"야, 풀어 기르는 개는 절대로 사람 안 물어. 그러니까 놀래서 도망치거나 해서
 저놈이 달려들게만 하지 마라. 그럼 아무 문제 없다. 알았지? "

하고 다짐을 했다.

우리가 신기해서 였는지 그 도사견은 우리를 따라 왔다! 으윽... 야 임마, 나도
무섭단 말이야. 네 밥그릇이나 뒤지지 왜 따라 오고 그래? 다행히 비탈길에선
그 도사견이 돌아가는 바람에 물 뜰때는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 우리가 신기한 지 이제는 아예 나의 뒤에서 따라오면서
내 허벅지에 자기 머리를 탁탁 부딪히는 것이었다. 으아....너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나는 모골이 송연하다. 제발 그만 해라 이 강아지(?)야. :(

우리는 간신히 물을 떠오는 데 성공했고, 나하고 전자과 후배가 무사히 갔다가
오는 것을 본 후배들은 그제서야 풀어 기르는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나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절대로 겁먹고 뛰거나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그 다음부터는 물이 필요할 적마다 아무나 보내서 물을 길어 올 수
있었다. 30명이 밥해먹고 설겆이 하고...한두번 왕복해서는 물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어느 담이 약한 여학생이 물을 길어 올 차례가 되자 또 문제가
생겼다. 눈물을 징징 짜면서 자기는 도저히 무서워서 못간다는 것이었다.
음... 내 생각에도 아무리 사람 안 문다고 해도 여러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길에 저런 흉물(?)이 활개치고 돌아 다니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앞으로 사흘은 더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

결국 못참고 새벽 2시경에 관리인 아저씨를 찾아갔다. 관리인 아저씨 집 앞에는
예의 그 도사견이 콧김을 식식 내뿜으며 서 있던 지라....그래도 담크다는
란다우가 또 나선 것이었다. 음...영하 10몇도인데 식은 땀이 난다. 후유...
저놈이 그래도 사람 안 무는 개였으니 다행이지....

예의에 어긋나지만 현관을 쾅쾅 두드려 관리인 아저씨를 깨우고 말했다.
저 도사견 때문에 무서워서 아이들이 길을 못 다닙니다. 죄송하지만 좀 묶어
주실래요?????? 그랬더니 선잠에서 깨어난 관리인 아저씨 가라사대,




















 " 뭐요? 개가 풀려 있다고요? 그놈  늘 묶여 있는데 어떻게 풀려 났지? "

그 도사견은..... 풀어 키우는 개가 아니라 늘 묶여 있는 개였던 것이다! :P

다우가 수련장으로 돌아와서 이 말을 했을 때 그날 물뜨러 갔던 사람 중에
몇명이 졸도했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 landau ..

                                major : 자연철학
                                minor : 인터넷 비비에스에서 이빨 단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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