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1월10일(화) 18시36분26초 KST 제 목(Title): 자신 속으로 불빛이 보인다 일렁이는 촛불이 보인다 석유 램프가 보인다 램프의 찌든 그을음도 보인다 절대 빈곤의 저 50년대 꺼졌다 켜지고 켜졌다 금새 꺼지는 30촉 희미한 알전등이 보인다 그만 자거라 어깨 좁은 어머니 뒷모습이 보인다 이슥토록 글을 읽으며 이유 없이 눈시울 뜨겁던 그 많은 눈물 강물이 되었을까 촛불처럼 램프처럼 깜박이는 30촉 알전등처럼 캄캄할 때마다 불빛이 보인다 길 잃을 때마다 길을 비춘다 별같이 눈물같이 반짝이면서 - 어머니의 시 '추억. 별같이' 무엇 한 가지 기쁘고 즐거우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만 같듯이 어느 한 꼬투리가 얽히기 시작하면 온 마음이 무거워지고 만사가 다 어둡게만 보인다. 더구나 그 '한 꼬투리'가 너무나 크고 깊어 가만히 덮어 두기에도 힘겨운 지금에랴... 내가 가야 할 길이 갑자기 멀게만 느껴지고 자신이 초라해질 때 자신의 속으로 들어가 숨는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묻지 않기로 한다. '좀더 높은 곳'을 향해 숨가쁘게 뛰어 온, 30년 동안 단 한 숨도 쉬지 못하고 뛰어 온 내게 비록 쓴 맛이긴 하나 모처럼의 잔잔한 시간은 소중한 휴식이라 생각해본다. 잔잔한 시간?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써야 할 논문이 나를 재촉하고 한 무더기 쌓여 있는 GRE 준비 책자들이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잔잔하다'고 하는 건 억지 위안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가뜬하게 해치울 듯하던 2주 전을 생각하면 '이러다 결국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금이 어떻게 잔잔한 시간이며 휴식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감히 지금이 내게 있어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고 가슴을 쓸어안는 것은 이 기간이 결코 길지 않을 것임을 믿기 때문일까... 그리고 조금만 더 견디어내면 다시 맑은 눈빛과 행복한 웃음을 되찾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겪어 온 대학에서의 22학기, 매 학기마다 기말 시험때면 나를 덮쳐오던 '이제 끝장이야...' '아무래도... 이번엔 틀렸어...'라는 위기감과 절망감을 또 매번 그렇게 어렵게나마 넘겨 온 것이 지금의 끈덕진 staire를 만들어 주었듯이 지금의 시련이 내게 남겨 줄 그 무엇인가에 기대와 애착을 걸어 보며 이 추운 겨울을 웅크리고 지내기로 한다. 서두를 필요 없어... 이겨 낼 거야... 좀더 넓어지고 키가 훌쩍 커버린, 좀더 여유 있고 깊은 staire가 되어 있을 거야...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