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1월08일(일) 20시01분59초 KST 제 목(Title): 란다우는 때 밀어야지? 나는 타고난 물체질이다. 건조한 것보다는 습한 것을 좋아하고 하루에 섭취하는 수분의 양도 상당하다. 내 친구 중에는 밥을 먹고 나서 물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밥을 먹고나서 물 한잔을 들이키지 않으면 속이 답답해서 못 견딘다. 이런 물체질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때가 목욕시간이다. 다우는 한번 목욕탕에 들어가면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도무지 나올줄을 모르는 인물이다. 아들과는 정반대로 완전히 건성체질이신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도 식사후에 물 마시는 것을 질색하신다.) 내가 서너시간씩 목욕탕에 잠겨 있다가 오면 " 그 답답하고 후덥지근한 데서 뭐가좋다고 그리 오래 있니? " 하고 의아해 하신다. 하지만 나는 뜨듯한 물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서 한주일동안의 피로도 풀고 여러가지 잡생각도 하고 심지어 잠도 잔다. 그래서 나는 아파트에 있는 '샤워' 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예전에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도 굳이 우겨서 한주에 한번은 꼭 대중탕에 가서 뜨거운 맛(?)을 보곤 했다. 지금도 란다우의 일요일 오후는 온전히 목욕타임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일분일초를 아껴서 시테크 어쩌구 하는 사회에서 나처럼 세월아 네월아 목욕탕에 푹 들어박혀 있는 사람이 환영받을 턱이 없다. 내가 대학원에 들어와 준 사회인이 된 후에 제일 아쉬웠던 일 중의 하나는 그전처럼 팔자좋게 목욕을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런저런 일로 바빠지면 하느님도 놀았다고 성경이 증명하는 일요일에 학교에 나가야 하고 그러면 나의 평안한 일요일 오후 목욕시간은 날라가 버리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씻으니까 청결상태야 어느정도 유지하지만 그 다음 일주일은 내내 뿌드드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는 경향이 농후하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주말은 확실히 노는 나라, 미국에서 교육받으신 분 답지 않게 일요일에도 연구실에서 반나절쯤 일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 토요일날 퇴근하시면서 학생들에게 "내일은 누구 나오니?" 하실 정도로! (그리고 실제로 교수님도 나오신다.) 그런데 나의 생활방식대로 하면 일요일에 연구실에서 일할 시간은 없게 마련이다. 보나마나 10시쯤 일어나서 아르바이트 한탕 뛰고나면 2시경인데 그때부터 저녁 먹을때까지 사우나에서 내 몸을 푸욱~~ 삶는 것이 란다우 인생 최대의 낙이 아닌가? ^_^ 결국 언젠가 다우를 일요일에도 연구실로 끌어 들이기로 작정하신 교수님에게 내가 직통으로 걸려들었다. 어느 토요일날 교수님께서 퇴근하시면서 다우를 지목하시며 내일 일요일날 나오냐고 물으신 것이다. 음....죄송하지만 내일 바빠서 못 나오겠는데요.... 그러고나니 당연히 나는 왜 일요일날 란다우는 바쁜가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했는데, 목욕 이야기가 나오니까 교수님은 완전히 아연실색 하시는 것이었다. "이 녀석아, 목욕이야 한 삼사십분이면 다할 수 있는 건데 뭐가 그리 오래 걸려?" 아마 지금 생각컨데 우리 교수님도 약간 건성체질이 아니셨을까 싶다. 그런 이야기를 차분히 했으면 좋았을 것을....교수님 앞이라 바짝 쫄은 다우는 그만 헛소리를 하고만다. 아이고 교수님... 머리감고 때 밀고 샤워하려면 삼십분 가지고는 어림도 없읍니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좀 어처구니 없는 발언인데 교수님께야 오죽 황당하게 들리 셨겠는가? 교수님은 아뭇소리 말구 나와! 하셔서 결국 그 다음 일요일날 나를 연구실로 끌어 내셨는데....문제는 그 다음부터 였다. 원래 말씀을 재미있게 잘 하시는 우리교수님, 토요일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 내일 누구 나오니?" 그리고선 다우를 쳐다 보시며 반쯤 장난기가 섞인 말씀.... " 란다우는 때 밀어야 할 테니 못 나오겠지? " :) ....그래도 사우나는 란다우 인생 최대의 낙이다! .. landau .. major : 자연철학 minor : 인터넷 비비에스에서 이빨 단련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