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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8월11일(목) 01시04분55초 KDT
제 목(Title): 대학원생은 학생인가???



정답은 아니다 이다.

왜냐고? 어디에 가보라 대학원생이라고 할인해 주는 곳이 있는가. 대학생 할인은
많아도 대학원생은 할인이 안 된다. 그러니 대학원생은 학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포항공대에 다니는 내 친구는 학회 같은 것이 서울에서 열리면 비행기를 예약하는
심부름을 하게 된다고 한다. 언젠가는 자기 것과 교수님 것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함께 가게된 학부생 것 3장을 예매하게 되었는데, 황당하게도 자기 것이 제일
비싸더란다. 왠일이야고 따졌더니. 학부생은 대학생이라 할인이 있고 교수님은
교수님 할인 혜택이 있는데 당신은 이도저도 아니니 제 값 다 물어야 겠소..
이거 하나만 봐도 대학원생은 학생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2~3년 전만해도 영화표를 살 때 대학생은 500원을 깎아줬다.
몇 푼 안되는 돈이라도 그 재미가 제법 짭짤했는데, 그 이유가 원래는 할인이
안 되는 대학원생 학생증을 가지고 사기를 쳐서 할인을 받는 것이 의외로
스릴 만점이었기 때문이다. 만원짜리를 학생증과 함께 (보통 두 장을 사니깐)
매표소에 집어 넣은 다음 '대학생이에요.' 하고 외치고 나서 몇 초가 흐른후
표 2장과 학생증 그리고 할인액 1000원이 되돌아 나올 때의 그 짜릿함을 무엇에
비기랴. 하하하...  그 결과를 기다리는 몇 초 동안은 마치 패를 조이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준다. :>

이런 짓을 할 때는 약간의 배짱이 있어야 한다. 속으로 나는 대학원생이라 들키면
망신당하는데... 하고 걱정을하면 겉의 행동도 쭈뼛 쭈뼛해져서 의심을 사고 금방
들통이 나버린다. 란다우는 이런 사기극에는 (?) 능해서인지 최소한 극장에서는
한번도 들통이 난 적이 없다. 하지만 이것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어서 내 
마음착한 동기생 한명은 거의 할 때마다 들켜서 매표원에게 쪽을 당했다고 한다.

이런 사기극은 지하철에서 정기권을 구입할 때도 벌어진다. 10000원권을 구입할
경우 일반인은 9000 원을 주고 사야하지만 대학생은 8000원이다. 작년인가
까지는 이것이 더 심해서 학생은 10000원권을 6500원에 살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극장처럼 당당하게 나가면 대개 사기를 칠 수 있는데, 한가지 주의할 것은 절대
대학교근처의 역에서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입구역이나 낙성대에서
이런 짓을 하면 들통나기 쉽다.

사실 지난 봄에 지하철에서 또 이 일을 하다가 학생증 사기경력 4년만에 처음으로
발각이 될 뻔했다. 집 근처 지하철 역에서 학생증을 제시하며 대학생 할인권을
요구했는데 그 날따라 양심이 찔렸는지 조금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매표하시는
분들은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런 때에 눈치가 무지 빠르다.

"학생증 이리 내놔 봐.!"

아고... 사기꾼 란다우 드디어 오늘 그 종말을 고하는구나.... :(

내 학생증을 받아든 그 매표원 아저씨는 정말 꼼꼼히도 요리조리 학생증을 뜯어
보았다. 아마 가짜거나 해가 지난 것이 아닌가 주의 했겠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나는 들키지 않을 수 있었고 위풍당당하게 대학생 할인권을 받아냈다. :)

나는 이 때 내가 다니는 대학 덕을 톡톡히 본 셈인데... 그거이 뭔 소리
인가 하면 서울대의 학생증은 여간해서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에 모모대학 학생증을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 대학원생이란 
것을 학생증 한 복판에 굵고 뚜렷한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써 놓았더라. 이런 것을
들이밀면 국민학교 1학년생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서울대 
학생증은 복잡한 바탕 무늬위에 흐릿한 컴퓨터 글씨로 씌어 있는데다가 석사과정
또는 박사과정이란 글이 다른 여러가지 인적사항과 뒤엉켜 있어서 얼핏 보아서는
대학원생이란 것을 한 눈에 알기 어렵다.  일부러 알아보려 하기전에는 저절로
알게 되기는 어렵다. 아마 그 덕분에 내가 그 매표소 아저씨에게 걸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대학 안의 사람들은 금방 구분한다. 학교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지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학생증은 그 바탕색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옛날에 나의 선배하나는
대학원 첫해에 학생증을 받자 나에게 보여 주면서 자기는'색깔있는 남자'라고
우스개를 한 적도 있엇다.

언젠가 한 번은 무슨 일로 봉천동 신림동 일대에 전경이 새까맣게 깔린 적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난 그 때 신림 사거리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친구를 기다리며
지하철 역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당연히 불심검문에 걸려 들었고 혐의점이(?)
없어서 풀려 났다. 그런데 친구를 기다리다가 그만 다른 전경에게 또 걸려든 것이다.
나는 가방을 열기가 귀찮아서 난 이미 검문을 받았다고 말한 다음 마침 근처에 있던
처음 날 검문한 전경을 가리켰다. 그 전경이 내 앞의 자기동료를 보고 하는 말이,

"어이, 그 사람은 대학원생이야. 보내 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그 사람이 내가 이미 검문한 사람이야 하지 않고
대학원생이야 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학원생은
데모하지 않는다는 세상의 인식을 대변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 순진한
전경이나 세상 사람들이 대학원생 중에도 빨갱이(?)가 수두룩하고 91년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시위가 대규모로 있었을 때 아예 한 연구실이 통째로 깃발 날리고
나간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 어떤 얼굴을 할까?

마지막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왔다. 별 일이 없으면 나는 내년 2월에 수료를
할 것이고 더 이상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고 학생증도 발급 되지 않을 것이다.
아예 학교에서 적이 없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원생은 학생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더이상 학생증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약간은 슬퍼진다.

왜냐하면... 학생을 빙자한 건달인 내가 인제 더 이상 학생을 빙자할 근거가
없어지고 더욱 건달에 가까와 질테니깐....:)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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