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2월11일(일) 00시30분31초 KST 제 목(Title): 우리가 잃어 가는 것들. 관악 캠퍼스에는 도대체 왜 그것이 거기에 있는지 (혹은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물건들이 몇 가지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공대 뒷켠에 있는 '닻' 이다. 지금은 연구소 건물들이 하도 많이 들어서서 다운타운(?)이 되어 버렸지만 내가 학부생이던 시절만 해도 외진 곳이었던, 조선공학과 선형수조동과 기계과 건물 사이의 잔디밭에는 커다란 '닻' 이 여러개 놓여 있다. 그냥 닻의 모형이 아니라 진짜 사람 키보다 더 큰, 배가 정박할 때 쓰는 '닻'이 여러개 놓여져 있는 것이다. 근데...내가 이 학교밥을 8년이나 먹고 있지만 아직까지 왜 그 닻이 거기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조선공학과가 있어서 그럴까? 하지만 닻하고 조선공학과가 과연 잘 어울리는 조합인가????? 공대의 닻과 더불어 왜 그것이 거기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걸작의 대표작 하나는 약대와 생물학과 건물 사이에 있는 여자 나신상이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풍만한 여자 나신상이 하나도 아니고 셋 씩이나 모여서 뭔가를 떠 받치고 있는 모습인데, 미대에 놓여 있다면 하나도 안 이상하겠지만 그게 약대와 생물학과 사이에 놓여 있으니 영~~~ 이상한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옛날 교련이 있었을 때 그곳이 교련장으로 가는 직통 코스여서 수많은 건장한 (면제자는 교련 안하니깐...) 남학생들이 그 에로틱한 (?) 나신상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지나가곤 했다는 사실이다. (나만 그랬나????) 우리 연구실 선배 한 분이 지금의 형수님이랑 한창 열나게 연애하던 시절, 연구실에서 이런 전화로 미래의 형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형수님은 약대생이셨음.) " 응....응.... 그래.....있다가 * 시에 만나자...... 근데에~~....우리 어디서 만날까....음........거기 말야.... 약대 옆에 빨가벗은 여자들 서있는데 있지? 거기!!! " :P 졸업사진을 찍을 때면 학교 내에서 인상에 남았던 곳을 고르기 마련인데, 다우 같은 경우에는 앞에서 말한 공대 닻 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하지만 엉큼한(?)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여자 나신상이 단연코 인기배경이다. 그것도 그냥 그 앞에서 근엄하게 찍는 것이 아니라 사각모를 삐딱하게 쓴 채로 나신상을 감싸 안고 온갖 야시러운 장면을 연출(?) 하는것이다. (혹시 서울대생이랑 결혼 하셨거나 나중에 하시게 되는 분들....남편 졸업사진 잘 찾아 보세요. 에로틱 포토가 있을지도 몰라요. ^_^ ) 그런데... 며칠 전에 그만 그 명물 여자 나신상이 부서지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일부러 인부들을 동원해서 때려 부순 것이다. 그리고는 엊그제 차가 와서 그 파편을 모두 싣고 사라져 버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공연히 허전하고...눈둘 데를 찾기가 어려웠다.(있을 때는 딱! 고정 되어 있었는데..) 하하...그 나신상이 없어지니까 이제야 나신상이 있을만한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핏 보면 안 어울리는 자리 같지만 사실은 아주아주 좋은 자리..... 내가 대학원을 마치 직장처럼 무의미 하게 오가는 사이에...학교는 점점 알게 모르게 변해간다. 내 머릿속에 즐겁게 기억되고 있는 학교의 기억거리들이 하나씩 없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왠지 나도 이제는 어서 학교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변해가는구나..... 싸늘한 진보와 부풀어 오르는 야만 사이에서 나는 행복한 소수의 여러분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 land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