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NU ] in KIDS
글 쓴 이(By): aran (버섯동자)
날 짜 (Date): 1994년12월01일(목) 08시24분08초 KST
제 목(Title): [믿거나 말거나] 팩차기의 기원



컴공과 84들에게는 '팩차기의 기원은 우리다.'

라는 묘한 프라이드가 있다. 물론 이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바는 

1. 우리가 팩차기 전에는 그 짓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2. 우리가 팩차고 난후에 여기 저기서 팩차기가 시작되었다.

에 힘입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시작한 것은 '팩' 차기가 

아닌 '제기' 차기 였다. 하는 방식은 똑 같았다. 빙 둘러서서 제기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공중에 차 올리는....

86년 어느 봄날. 전자과 이정한  교수님의 '전자 회로'를 듣고 있던 

전산과 일동은 '땡땡이'를 치기로 했다. 2시간 연강이었는데 첫째 

시간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빠져나왔다. 당시에도 연노하셨던 이정한

교수님은 외람되게도 '도저히 안들리도록 조용히 강의하기' '그림 그리

시고 몸으로 가리기' '그나마 잽싸게 지우기' 같은 필살기를 가지신 

분이시라 다들 '쪽지' 내는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던 참이었다. (쪽지는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자필로 이름, 학번 써 내는 것.)

첫시간중에 어느 녀석이 연습장과 10원 짜리 2개를 이용해서 멋진 제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놈을 들고 장난을 치다가 4-5 명이 빙 둘러서서 차는

지금의 경기 원형을 완성했다. 그 다음 시간에는 제기를 만들었던 녀석이

아예 문방구에서 제기를 사왔고 선수들은 10명이 넘어서 대 성황을 이뤘다.

전성기 때는 근 20명이 경기를 하였고 우리들의 최고 기록은 49번 까지 땅에 떨어

뜨리지 않은 것이었다. 20 명쯤 경기를 하면 원이 매우 커진다. 그러므로 제기를

상당히 높이 차서 포물선이 되게 하여야 하는데 조금 하니까 익숙해져서 

별 묘기가 다 나왔다. 날아 차기. 옆차기, 돌려 차기 등등 내가 본 '오늘의 묘기'는

평소 '댄디'한 옷차림을 즐기던 박모군이 멋진 앞차기를 했는데 그 도가 지나쳐 

뒤로 완죠니 넘어간 일이다. 나는 그가 공중에서 360도 완전히 회전을 하는줄 

알았다. 과연 몸을 아끼지 않은 플레이였다.

경기장은 지금 동수가 기억이 안나지만 공대 식당 건너편의 사람들 눈에

아주 잘 띄는 곳이었다. 컴공과 84들이 전자 회로 수업을 땡땡이 치는

와중에 제기차기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제기 대신에 

우유팩을 차기 시작했다는 것이 우리들의 주장이다.

이러다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나오면 특허권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이만총총. 버섯.

          -------------------------------------
           더 이상의 탄원은 없다. 돌파하라!
                     - 짐 모리슨 -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