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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azseeker ()
날 짜 (Date): 1994년10월30일(일) 14시58분36초 KST
제 목(Title): "서울대기숙사" 영화화에 대해...



KIDS에 기숙사에 사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수는 얼마 안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이에 대한 여론을 조성해 보고 싶다.

여러분들은 "서울대기숙사"라는 "이진"씨의 책을 보신적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아직 그 책을 구경초자 못했는데 들리는 바로는 베스트셀러축에 끼였나

보다. 우선 내가 아쉬운 것은 그 책의 저자가 "서울대기숙사"에 전혀 살아본

적이 없는 "외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방금 들은 ㎖기로는 그 책은 소설이란다.

나는 수필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하긴 저자가 여기 살아본적이 없으니 거짓말

(픽션)이 될 수 밖에 없겠군. 

이 책이 어느정도 팔리게 된 건 아마도 80%이상은 서울대라는 이름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숙사생들이 다른 대학생들과는 달리 아주 괴상한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고, 소설의 주제가 될만큼 극적인 요소도 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 왜 그냥 서울대생이 아니고 하필 기숙사일까?

그건 한데 묶기에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학교" 이렇게 하면 이전에 이미 "아 서울대학교" 라는 책이 나와 있어

재탕인 듯한 느낌을 주고, "서울대 학생들" 이란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 뭔가

구체성이 결여된 듯하다. 그런데 "기숙사"는 비슷한 조건에서 제법 많은 학생들이

좁은 장소에 모여 산다는 어느정도 "특이"한 상황설정이 가능하고 거기에 서울대

라는 이름을 붙이면 금상첨화가 되는 것이다. 

고전적인 여학교 기숙사처럼 사감과 학생들의 마찰이나 엄격한 규율등이 거의 존재

하지 않고 다만 신림동보다는 값싸게 그리고 24시간 내내 관악에 산다는 편리성이

더 강조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다지 신기할 게 없는 기숙사 생활에 대한 얘기가 소설화되어 팔린다는 것은

서울대라는 "name value"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품진열대에 올리기 위해 

서울대기숙사를 제물로 삼은 일이었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내가 이렇게 그 책에 대해 혹평을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책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라 요즘 부쩍

심해지고 있는 서울대의 상품화 노력과 연결이 되는 점이다.

이제 그 책을 영화로 만드는 일을 "합동영화사"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화를 그렇게 만들고 싶다면 굳이 고유명사인 "서울대기숙사(관악사)"가 아닌

어느정도 눈치를 채게 하더라도 어느 대학의 기숙사 정도로 하고, 내용도 특정

대학에 관련된 것이 아닌 오늘의 대학생활에서 기숙사생들의 일반적인 삶에 대한

잔잔한 얘기나 그럴듯한 조금은 극적인 상황설정(자살의 유혹, 동조교와의 갈등..

등)을 통한 전개등을 영화로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난 내 예상엔 이렇게 하면 흥행에 성공할 수가 없다. 또 책에 근거해서 영화

를 만들자면 서울대란 말이 안들어갈 수 없다.

내가 이렇게 이 부분에 대해 예민해 하는 것은 괜한 자존심이나 체면때문이 아니다.

서울대가 상품화되어 우리의 선배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전통과 명예가  

자칫하면 1-2시간 정도의 심심풀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첫번째 걱정). 

둘째는 일반인들에게 서울대의 이미지가 엉뚱하게 심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인들의 환상을 깨버리고 솔지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가슴

설레는 일이겠으나, 흥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과장이나 

왜곡, 꾸밈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우리의 본연이 모습이 아닌

아련한 가공의 일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제대로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지라 횡설수설일 수도 있겠다.

남보다 재밌게 기숙사생활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총3년반을 여기(기숙사)

에서 지내면서 이제 다시는 못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모든게 정다워

보인다. 

KIDS에 들르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심통난 azseeker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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