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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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eyedee (아이디)
날 짜 (Date): 1995년04월28일(금) 10시23분58초 KST
제 목(Title): 정운영 위원의 글..


위의 정운영위원의 글은 꽤 전에 한겨레에서 봤는데 푸른산님이 나보다
한발 늦은 모양이다. :)

기본적으로는 정운영 교수(이 호칭이 위원 보다 좋은 것 같다. 그 사람
은 원래 선생이니까..)의 글에 공감하지만 몇가지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내 생각을 덧 붙이고 싶다. 


> 모든 사람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라면, 모든 나라
> 역시 평등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것은 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 
> 국이 핵을 가졌으면 북한도 가질 자유가 있다. 핵무기라고 해도 예외가  
> 아니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밝히거니와,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
>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은  
> 그대로 두고 새로 가지려는 나라들만 막는다면, 그것은 사물의 이치에 어
> 긋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위에 말은 기본적으로 옳은 말씀이지만 제한적 시각을 갖고 있다. 
평등이나 권리의 관점에선 소수 강대국이 자기들만 핵무기를 갖고 
여타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불공정한일이다.

하지만 공정성을 위해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갖게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핵무기를 갖는 국가가 많을수록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도 증가한다.
특히 핵무기가 무분별한 독재자의 손이나  지역/민족/종교 분쟁이 잦은
곳에 있게 되면 핵사용 가능성은 더욱 증가한다.
지금같이 절박한 상황에선 보스니아나 체첸사람들은 핵무기가 있다면 
사용하지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현재 강대국 끼리는 서로의 공멸을 전제하지 않고는 핵의 선제사용이
힘들고 국지적 전쟁에서 핵을 사용하지않는다는 consensus가 있다.
그렇지않다면 월남이나 아프카니스탄에서 이미 핵이 쓰였을 것이다.

소수만 핵을 보유한다해도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하루라도
지구 한구석에서 전쟁이나 내란이  그칠날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중이 떠중이 여럿 갖고있는 것보다는 서로를 공멸시킬수 있어 
견제가 이루어지는 소수국가의 보유가 인류의 장래를 위해 더 낫다.
아니 덜 나쁘다..

global하게 생각해서 최선의 상태는 아무도 핵무기를 갖지않는 것이지만
이미 핵이 강대국의 전략적 무기가 되버린 상황에서는 강대국간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한에서 추가적 핵확산을 막는게 오히려 더 낳은
것이다. 

NPT, 즉 핵확산방지 조약도 이런 논리에 근거하고있다. 불공평하지만
지켜지는게 그나마 나은 기묘한 체제인 것이다. 불공평하다는 점에서
는 이치에 어긋나지만 인류의 장래를 위해 아직 안갖고 있는 나라의
핵개발 보유를 막는게 합리적이다. 찝찝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        ....... 핵폭탄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멀
> 쩡한 원자로를 바꾸어야 한다면, 그 비용은 마땅히 의혹을 제기한 쪽이  
> 대야 한다. 그것은 원조나 시혜가 아니라,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 치르는 피해 보상금이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흑 
> 연감속로의 가동을 북한이 중단하는 대신, 미국이 그런 전용의 위험이 없
> 는 경수로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이렇게 정치가 파괴한 형식논리를 경제로 
> 보완하려는 제스처였다.

이 부분은 좀 애매하다. 폐기하는 북한의 중수로와 KEDO가 지원하는 
원자로는 발전용량과 비용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대신 자동차를 두개 주는 셈이라 단순한 대체 보상은 아니고 뇌물이나
회유의 성격이 짙지 미국이 40억불이나 드는 원자로를 지어줄 도덕적
의무는 없다. 안전한 새자전거 하나 사주면되지....

그런 타협은 북한의 배짱과 봉(?)노릇을 할 남한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중유만 조금대면서 (건설비는 안냄) 북의 핵개발을
막고 곧 재연장이 필요한 NPT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북한도 자기들이 공언한 것 처럼 핵개발 의사가 없었다면 이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 생략....[남한이]
> 당장 서울이 불바다로 변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불바다
> '선동이 한편의 사기극으로 판명되었으면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는데 
> 말이다. 아무튼 그 바람에 남한은 엄청난 돈을 대면서도 제 몫을 챙기지 
> 못할 형편이다. 외세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북
> 한의 핵 야욕을 막기 위해 자진해서 돈을 내놓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끝내 거부할 경우 남한은 선선히 물러서면 그 
> 만이다. 굳이 내 물건을 쓰라고 언성을 높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해결의
> 열쇠는 `주연'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투명성'은 미국이 구상하는 
> 동북아 전략의 일환이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어떤 확증도 없는  
> 상황에서 남한이 더이상 흥분할 이유가 없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지만 그
> 동안 우리의 민주화 진전을 도와준 미국의 `리버럴' 그룹이 지금 남한의 
> 고집 때문에 세계 질서가 깨진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그토록 세계 평화 
> 가 걱정이라면, 미국이 돈을 내어 미국형이든 러시아형이든 사주면 될 것
> 아닌가?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북한에 30억불 주는 것을 (완전 공짜는 아니고
상환을 받을 계획이지만 사실상 공짜가 될 확률이 많다) 지갑 털리는 
것 처럼 속 쓰려할 필요는 없다. 언제가 통일이 될 것이고 통일이 빨리
오지않는다하더라도 우리 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 동포
들을 돕는다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한민족 땅에 짓는거 아닌가...
최선의 방법은 미국애들이 돈대는 거지만 아쉽게도 그건 물건너 간거 
같다...

하지만 남한이 북한에 돈을 대주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전제가
하나 있다.. 북한이 남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30억불을 우리가 준다는 것은 북한에 30억불의 여력이 생긴다는 것인데
그 여력을 경제발전에 쏟지않고  탱크만들거나 미그기사는데 쓴다면 
남북 양쪽 동포들에게 좋을게없다..

30억불이 안 아까울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경수로 건설의
주체가 될 경우에 남북간의 물적인적 교류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개방이 진척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돈을 댈거라면 한국형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서 명칭은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하는게 나을 것이다. 

(명칭이 아닌 실질적) 한국형이 들어갈 경우의 장점은 북한으로서는 문제
일 수도 있다. 개방/경제발전과  체제(나라가 아니라 현 북한 집권구조)
유지의 모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이 들어갈 경우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가 들어가는 것과 달리 충격이 클 수도 잇다.
개방의 내용이나 속도조절이 기득권층의 운명을 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소련과 중국의 상반된 경험에서 잘 드러난다.

따라서 북한이 한국형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민족적 입장에서는
남한이 원자로 건설의 주체가 되고 북한 정권이 화해적 제스쳐를 취하고
개방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인다.

남쪽 정부에서는 북이 핵합의 포기를 위협하면 돈안내면 그만이지
제제운운해서 그렇지않아도 민감한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명칭포기하고 돈내고 북한은 흔쾌히 남쪽 인력과 기술을
수용하는게 좋다.  


이하의 정운영 교수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해서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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