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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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강철  새잎�8)
날 짜 (Date): 1995년04월27일(목) 18시30분09초 KST
제 목(Title): 핵협상을 바라보는 정운영위원의 전망대




한겨레신문(HAN)한겨레신문사기사분류: 3. 칼    럼기사일자: 95/04/11제    목: 
[전망대] 형식논리 / 정운영 논설위원PAGE: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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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영 논설위원... 

[전망대]



   나는 `형식논리'의 효력을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거기 담을 수 없는  
  진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 형식논리를 빌려야겠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라면, 모든 나라
  역시 평등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것은 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 
  국이 핵을 가졌으면 북한도 가질 자유가 있다. 핵무기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밝히거니와,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은  
  그대로 두고 새로 가지려는 나라들만 막는다면, 그것은 사물의 이치에 어
  긋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정치가 파괴한 것 경제로 보완

   나는 물론 현실이 강요하는 `상황논리'의 개입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 
  를테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미국이 나선 경 
  우가 이에 속한다. 핵폭탄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멀
  쩡한 원자로를 바꾸어야 한다면, 그 비용은 마땅히 의혹을 제기한 쪽이  
  대야 한다. 그것은 원조나 시혜가 아니라,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치르는 피해 보상금이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흑 
  연감속로의 가동을 북한이 중단하는 대신, 미국이 그런 전용의 위험이 없
  는 경수로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이렇게 정치가 파괴한 형식논리를 경제로 
  보완하려는 제스처였다.

   그러나 `한국형' 원자로와 남한의 `주도적' 역할을 놓고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북-미 3단계 협상이 타결된 시점에서 이런 문제를  
  분명히 했더라면, 분쟁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설사 그 시비로 인해 협
  상이 결렬되더라도 차라리 그것이 정도였다. 미국의 협상 프로토콜이 서 
  툴러서 그렇게 끝냈다고 믿기는 어렵다. 갈루치 대사를 비롯한 일선 실무
  자들이 그런 미완의 결정에 담긴 위험을 지적했으나, 11월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클린턴 대통령이 성급히 협상 타결을 발표함으로써 이런 혼란이  
  야기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를 통해서 30억달러를 제공할 남한이 여지 
  껏 범한 실수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북핵' 시나리오에는 미국이 주연이고, 미국이 감 
  독이었다. 그런데도 `조연'이 한술 더 떴다. 내일이라도 핵폭탄이 터져  
  당장 서울이 불바다로 변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불바다
  ' 선동이 한편의 사기극으로 판명되었으면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 바람에 남한은 엄청난 돈을 대면서도 제 몫을 챙기지 
  못할 형편이다. 외세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북
  한의 핵 야욕을 막기 위해 자진해서 돈을 내놓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끝내 거부할 경우 남한은 선선히 물러서면 그 
  만이다. 굳이 내 물건을 쓰라고 언성을 높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해결의
  열쇠는 `주연'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투명성'은 미국이 구상하는 
  동북아 전략의 일환이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어떤 확증도 없는  
  상황에서 남한이 더이상 흥분할 이유가 없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지만 그
  동안 우리의 민주화 진전을 도와준 미국의 `리버럴' 그룹이 지금 남한의 
  고집 때문에 세계 질서가 깨진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그토록 세계 평화 
  가 걱정이라면, 미국이 돈을 내어 미국형이든 러시아형이든 사주면 될 것
  아닌가?

   북한의 핵을 막기 위해 남한이 돈을 대게 만든 미국의 편법은 크게 잘 
  못이다. 앞으로도 그 공식에 충실하려면 예컨대 아랍 나라들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자금을 대줘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 
  의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을 강요하지 말라고 아랍 나라들에게 촉구하는 판
  이다. 그것은 상황논리조차 위반하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남한은 그 함정
  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핵 위협의 저지가 정녕 문제의 핵심이라면, 한국 
  형 상표 정도는 얼마든지 포기해도 좋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사는  
  일에 30억달러의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그 한 
  국형과 30억달러에 핵 위협 따위와는 무관한 한층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를 기대한다. 민족의 재결합을 위해 주춧돌을 놓는 일이 그것이다.

  한층 더 깊은 뜻이 담겨 있기를

   이 민족의 대계에 북한 역시 정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역지사지의
  지혜를 빌려서, 남한이 북한의 처지에 몰렸을 때 직면할 초조와 조바심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제의 각을 뜨자'는 간판이 아직 다 철거 
  되지 않았을 터인데, 그 미제(미제)가 미제(미제)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 
  해 왕래하는 것은 괜찮고, 동족이 드나드는 것은 한사코 막아야 한다니  
  무슨 논리가 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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