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News) 날 짜 (Date): 1994년08월20일(토) 02시40분59초 KDT 제 목(Title): [조선] <류근일 칼럼> `콩가루 사회' 사람들이 도무지 겁이 없다.겁없는 사람들은 하늘도, 법도, 규칙도, 예의도, 질서도 도무지 눈에 보이질 않는다. 며칠전 필자는 참으로 기가 찰 광경을 목격했다. 아무리 야심했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 강남의 대로상인데, 아 웬 젊 은× 하나가 술기는 좀 있었다곤 하지만 옆의 또래들과 낄낄거려가면서 여봐란듯 차도를 향해 소변을 깔기고 있는게 아닌가. 생김새나 옷차림, 헤어스타일은 넉넉해 보이는 20대의 신세대형이었 고 깔끔했다. 차를 타고 가던차에 잠시 멈추어 쏘아 보았더니, 그×은 피식 웃으며 엄지 손가락으로 저쪽을 가리켰다. {빨리 네갈길이나 가라} 는 시늉이었다. 도대체가 겁 같은 것이라곤 보고 죽으려 해도 없는, 방 약무인 그 자체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겁없는 정신상태]가 특수한 예외현상이 아니 라 갈수록 광범위한 [풍조]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에 군부 대 바로 옆에서 일단의 피서객들이 그곳 사병으로부터 최루분말 세례를 받았다 해서 말썽이 된 적이 있다. 하기야 그런 방법으로 사람을 쫓은 것이 최상책은 아니었을 것이 다. 그러나 남의 집 옆에서 피서객들이 얼마나 요란하게 놀았기에 그런 방법까지 썼겠느냐 하는 점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피서지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식당에서, 지하철에서, 백화점 매장 에서, 국제공항에서, 해외관광길에서, 호텔에서, 비행기 안에서, 우리 는 너무너무 겁없이 무례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시끄럽고 난폭하다. 화염병과 쇠파이프 현상도 결국은 [그 어느 것도 존중하지 않는 겁 없음]의 한 종류다. 문명인이란 자기 마음 속에 경찰관 하나를 내면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마음 속의 경찰관]을 웬 까닭인지 잃어버 린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마음 속의 경찰관]을 초자아(Id)라고 불렀다. 그런 데 우리 사회는 갈수록 그 초자아의 억제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 할것 없이 [제멋대로]다.엊그제 서울 지하철 을지로 3가 역에서였다.두 젊은 ×들이 플랫폼에서 찧고 까불고 하더니, 한 ×이 별안간 트랙쪽으로 펄쩍 뛰어내리는게 아닌가. 그리고선 한참을 찻길에서 널뛰듯 하더니 열차가 저만큼 다가오자 비로소 엉금엉금 기어 올라오는 거였다. 그러니 이것이 서부 무법천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무뢰배들이 어쩌다가 GNP 7천달러 시대를 산다며 무식하게 우쭐 대고는 있지만, 하는 짓거리들은 갈데없는 야만인이다. 다른 선진국에도 물론 그런 구석은 어김없이 있다. 그러나 거기엔 한가지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다. 겁없이 까불었다가는 득달같이 공권력이 달려와 가차없이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법과 규칙으로 합의된 범위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자유 다. 그러나 그 선을 넘었다 하면 엄청난 처벌을 받는다. 예컨대 한번 신용을 잃으면 평생 금융혜택을 못받게 되는 것 따위 가 그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엔 그런 맛이 없다. 그렇게 돼야만 사람들은 겁을 먹게 되고 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조심하다 보면 그것이 어느 틈에 내면화되어서 [마음 속의 경찰관]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한데 어쩐 까닭인지 요즘의 우리 사회에선 그것이 거꾸로 가고 있 다. 정치와 경제, 문화 부문에서는 자유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또 그 렇게 돼야만 한다. 그러나 정치적 정당성이 커질수록 사회기강 바로 잡 기는 더 당당해지고 준엄해져야 할 터인데 그것이 그렇지가 않다. 도 대체가 줄서기를 제대로 하나,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나,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나, 시공감독을 철저히 하나, 소방규칙을 제대로 지 키나…. 그 어느 곳에도 [마음 속의 경찰관]은 실종되고 없다. 그리고 [마음밖의 경찰관] 공권력도 별수가 없다. 모두가 다 잘났고 모두가 다 제멋대로이고, 모두가 다 [내가 알 게 뭐냐]이며, 모두가 다 서부의 총잡이들이다. 버스 토큰을 샀는데 살펴보니 그중에 학생용이 있길래 바꿔달라 했 더니 {다른 사람들은 다 그냥 가져가는데 왜 너만 그러느냐}며 되레 화 를 내더란다. 그래서 멍하고 그냥 버스를 기다리는데 웬 승용차 한대가 버스 정 류장 바로 그곳에 무단정차를 시켜놓더니 차안에서 러닝셔츠 바람의 남 자 하나가 나와서는 슬리퍼를 찍찍 끌며 어디론가 볼일을 보러 가더라 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날따라 버스마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 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오늘의 우리사회 돌아가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높은 사람 들은 날만 샜다하면 현역이건 은퇴한 사람이건 그저 [통일]아니면 [정상 회담] 이니, 정치가 보살펴야 할 일이 오직 그것밖에 없단 말인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공공사회의 기강과 령을 세우는 일이다. 지금 같은 [콩가루 사회]로는 통일 비슷한 것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