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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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hess (채승병)
날 짜 (Date): 1998년 11월 12일 목요일 오전 03시 56분 32초
제 목(Title): Re: [질문]좌파(leftist)와 우파(rightist)�


 요즘은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극히 모호한 시대입니다.
 유럽에서도 과연 어디까지를 "좌파"로 보고 어디까지를 "우파"로 
 규정해야 하는지 첨예한 논쟁거리이죠. 현재 유럽연합 국가들 중에
 대다수가 좌파정권이라고 하지만 그거야 과거 "좌파"로 분류되던 
 정당들이 집권했다는 뜻이고 실제 그 정당들이 표방하는 정책과 이념
 쪽을 보노라면 이게 좌파인지 우파인지 헷갈립니다.

 우리나라는 옛날 해방 직후 좌익, 우익 갈라서 좌익은 무조건 빨갱이
 라고 몰아붙이며 탄압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왼쪽"이라는 말만 나오면
 무조건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고, 그에 반해 "오른쪽"을 민주주의
 신봉자라고 생각하는 관념이 많은 이들에 뿌리박혀 있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현대의 좌익과 우익은 모두 다 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공산주의를 민주주의와 배타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시각이죠.) 여기에서 과연 사회가 지향해야 될 가치의 중점을
 어느쪽에 두느냐에 따라서 "좌파"와 "우파"가 갈라집니다.
 
 "우파"는 자본주의의 원칙을 중시하여 자유주의적 시장기능에 의거한 
 사회구조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경제활동 등에 깊숙히 관여하는
 체제를 좋아하지 않고,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부가 확대되고 사회의
 구성요소들 사이의 관계가 정립되는 체제를 추구합니다. 결국 현실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불균형 문제란 지금의 계층구조를 인정하고 보수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좌파"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심각한 가치분배의 불균형과 
 여러 문제들이 시장기능 자체로 해결되기 힘들다는 인식에서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질서에 개입하여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자체 기반을 통해
 부의 확대를 추구하는 기득권층과의 충돌이 따르기 때문에 대체로 혁신
 세력이라는 딱지가 붙는게 보통입니다. 

 (아, 이건 요즘 이슈가 되는 경제적 시각에서 주로 바라본거고 정치적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집니다...)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야 그래서 "우파"라면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좌파"라면 사회민주주의 계열부터 공산주의 까지를 망라하는 개념을
 지칭하였지만, 이미 비스마르크 이래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적 제도
 체계를 많이 포용한 이후에는 딱히 경계가 있다기 보다는 어느쪽들에
 더 중점적 가치를 두느냐에 따른 상대적 개념이 더 강해졌습니다.

 특히나 유럽을 휩쓴 68 세대 당시의 좌파운동은 보수주의적 체제가 
 "반공"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강조하고 사회를 경직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적 체계하에 억누르려는 시대상에 대한 반동적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대략 이무렵까지의 좌파는 제국주의로 표상되는 
 보수 기득권층 타파의 정치적 색채가 강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좌파, 우파의 기준이란건
 아직 이당시의 분류통념에 근거한다고 보입니다. 즉 "반공" 이라는 
 이념적 가치와 시장경제라는 도구로 현실을 고수하려는 쪽을 우파라고
 하고, 이러한 현실을 깨뜨리려는 쪽을 좌파라고 보는거죠. 실은 몇가지
 더 핵심분류기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껏 우리나라에서 좌,우를 가늠
 하는 중요한 척도는 "반공" 문제입니다.

 그런데 실상 오늘날 좌파와 우파의 분류문제는 "반공"이 이슈가 아닙니다.
 공산주의가 퇴장하여 "좌파"가 훨씬 현실적 체제를 많이 반영하고 있는
 입장인데다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 몰락 이후에 자체 체제 모순점들이
 격화되고 영미식 자본주의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우파" 또한 이념적 
 대결구도에만 기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표상되고 네오리버럴리즘에 
 기반을 둔 영미식 자본주의가 판을 치면서 이미 세계적으로 소수 자본가
 계층의 부의 집중은 더욱 심각해졌고, 노동자 계층의 실질소득은 60년대
 이래 거의 답보상태 또는 하락한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이
 영국이나 미국 등의 가치와는 맞을지 모르나 라인강 자본주의로 흔히들
 이야기하는 유럽 대륙의 뿌리깊은 가치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지요. 

 즉 그간 공산주의라는 체제의 적을 설정하고 체제 우월성을 위해 "부의
 확대"에 가치를 두던 상황이 더 이상 대중에게 설득력을 상실하자, 그간
 "우파"에 의해 간과되던 "부의 분배" 문제를 중시하는 "좌파" 세력들이
 일제히 떠오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 "좌파"는 "부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실적 정책 문제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방법
 들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만 해도 신자유주의
 쪽을 옹호하며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대륙적 좌파들은 이걸 좌파로 규정하길 거부하는 정도입니다. 프랑스도
 좌파인 조스팽 내각과 우파인 시락 대통령이 공존하고, 독일도 정통좌파
 라퐁텐의 실질적 영향 하에 중도좌파 슈뢰더가 수상에 임명되는 등 각국
 마다 현실의 장벽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갖가지
 변신을 벌이며, "좌파"와 "우파"와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현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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