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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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10일 화요일 오전 10시 53분 05초
제 목(Title): 한/이원섭 물건너간 정치인 사정 


[아침햇발] /물 건너간 정치인 사정/이원섭/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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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사정 폭풍이 한창 몰아칠 때도 정치권에서는 “시범 케이스에
걸려들지만 않으면 된다”고 `경험론'을 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정치라는게 다 그런 것 아니냐”며 꼽는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총재회담에서는 국난극복을 위해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성숙한 정치를 복원한다는 등의 합의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벼랑끝 대치로 치닫던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모습은 보기에는 좋다. 정치권을 싸잡아 매도하는 분노의 목소리도 잦아들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때 서슬퍼렇던 정치인 사정
                            이야기가 쑥 들어갔다. 겉으로야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 정치인 사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항간의 분석이 한층 설득력을 지닌다. 이렇게
흐지부지 끝낼 것이라면 도대체 그동안 왜 그리 요란을 떨었는지 의아심이
든다. 태산이 울리더니 쥐 한마리가 나왔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앞으로
개혁의 `말발'이 먹혀들어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용두사미로 끝날 운명에 처한 정치인 사정은 무엇이 잘못됐는가. 정교한
사전조율 없이 검찰의 `충성경쟁'식으로 사정이 진행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여권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본다. 속속들이 썩은 사회를
혁파하기 위해 윗물인 정치권 사정이 불가피하다고 믿었다면 먼저
`읍참마속'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줬어야 한다. 자신의 손발을
자르면서까지 정치판을 개혁한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반발세력이 저항할
명분이 없어진다. 얼마전 박상천 법무장관이 밝혔던 사정 대상 정치인들을
보더라도 여권인 국민회의 4명, 자민련 1명에 비해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은
14명이나 됐다. 야당 생활만 하던 의원들보다야 과거 집권당 의원들이 비리
규모나 폭이 훨씬 크리라는 `상식'을 감안하더라도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권은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은 적이 과연 있었던가. 가뜩이나 못마땅해
비난할 구실을 찾는 마당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이런 틈새를 놓칠 리 없다. `표적사정'이니 `야당파괴'니 하면서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겼고, 사정은 정쟁 차원으로 떨어져 추진력을 잃게됐다.
내심 기존 정치판의 온존을 바라는 여당 의원들의 소극적 자세도 김을 빼는
요소로 작용했다. 

사태가 이렇게 흐른데는 기득권 세력과의 대치선이 명확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도덕적 우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대선에 이기려니 뿌리가 다른 자민련과 손잡는 것이야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정권이 바뀌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할 개혁적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거 정권에서 한자리 하던 인사들이 그대로 눌러 앉거나 새로 영입됐다.
기득권층과 끈끈한 인연을 가진 인사들에게 그동안의 인간관계를 무자르듯
단절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시급한 재벌개혁이 지지부진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인사들이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 정권의 핵심주체세력이 누구인지 더욱
불분명해졌다. 여기에 무원칙한 의원영입이 정권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냈다.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여대야소로 만든 뒤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어차피
`사회적 소수'를 벗어나지 못할 바에야 여소야대 상황에서 도덕성을 앞세운
채 국민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언론계 등 사회 각층에 도사린 기득권 세력을 제압하려면
어정쩡한 타협보다는 원칙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도이고 승산도 있다.
공동정권에 참여한 자민련조차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정치상황에 따라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정치권 사정이 언제 다시 거론될지는 몰라도 이번에
설건드려 가장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정치판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제도개선에나 한가닥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됐다면 지나친 비관론일까.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기가 식어
절망으로 바뀌기 전에 앞날을 모색하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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