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1일 일요일 오전 01시 39분 15초 제 목(Title): 한21/월간조선의 파시즘적 광기 표지이야기 . <월간조선>이 또 칼춤을 춘다 한완상·김정남 이어 최장집을 향해 들이댄 파시즘적 광기… ‘정권 길들이기’ 노린다 (사진/93년 (월간조선)이 사상공세를 폈던 한완상 전 부총리. 두루뭉술한 논리비약으로 그의 대북관을 비판했다.) 최근 최장집 정책기획위원장에게 가해지는 <월간조선>의 이념 공세는 흡사 5년 전, 김영삼 정권 초기를 연상케 한다. 93년 8월 <월간조선>은 ‘한완상 통일원장관의 문제 논문·문제 발언’이란 기사에서 한완상 당시 통일부총리의 대북관(對北觀)을 공격했다. 이어 94년 6월호에선 김정남 청와대 교문수석의 이념을 겨냥하는 기사를 실었다. 5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월간조선>의 공세는 너무 닮았다. 왜곡과 오보, 맘대로 해도 되나 교수 출신인 한완상 전 부총리와 최 위원장에 대해 똑같이 논문을 문제삼으면서 논문 내용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한 점도 변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이 6·25를 ‘민족해방전쟁’이라고 규정했다고 주장한 부분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 위원장은 “90년 논문에서 그렇게 표현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 표현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해 96년 똑같은 논문을 다시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이란 책에 실으면서 ‘(6·25는) 전쟁을 유발한 북한 지도부가 믿었던 바의 민족해방전쟁…’으로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반박했다. 학자가 자신의 논문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경우 그 학자의 생각을 짚어볼 수 있는 근거는 궁극적으로 가장 최근에 펴낸 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월간조선>은 최 위원장 스스로가 부적절하다고 느껴 고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예전 자료의 일부 표현만을 발췌해 최 교수를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93년의 한완상 전 부총리에 대한 <월간조선>의 공세도 이와 비슷하다. 그해 8월호에서 <월간조선>은 한 전 부총리가 직접 쓴 게 아니라 그가 사회학회장 시절 발간한 <한국전쟁과 한국사회변동>이란 책을 문제삼아 “한 전 부총리가 권두논문을 가필했다면…” 등의 전제를 달아 공격했다. 또 한 전 부총리와 친한, 진보 성향의 강정구 교수(동국대 사회학)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의 성격 등에 대한 말을 이끌어낸 뒤 “한 전 부총리의 시각이 강 교수와 같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라는 식으로 돌려서 한 전 부총리의 대북관을 겨냥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사상 문제’를, 그것도 사실에 정확히 근거해 비판하기보다 두루뭉술하게 논리를 비약하며 공격하는 수법이다.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는 “이번에 최 위원장 사건의 심각한 부분도 바로 <월간조선>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점”이라며 “아무리 언론의 자유를 감안하더라도 왜곡의 자유나 오보의 자유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학문적으론 용인되지 않는 ‘왜곡’을 감행하면서까지 <월간조선>이 노리는 목적을 손 교수는 “보수-진보 논쟁을 촉발해 이념 싸움으로 몰아가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전쟁은 단일공식밖에 없다” <월간조선>의 이념공세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핵심 소재는 ‘한국전쟁’이다. <월간조선>이 한 전 부총리에게 들이댔던 질문도 “한국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94년 6월호에 실린 ‘보수층의 표적 김정남 수석의 이념과 역사관’이란 기사에서 <월간조선>은 “만약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의 정상회담이 열리면 첫번째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다른 이야기는 할 필요없이 한국전쟁에 대한 책임을 김일성에서 엄중히 따져야 한다”며 역시 한국전쟁에 대한 입장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번에 최 위원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고리도 한국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월간조선>은 한국전쟁을 중시하는 이유로 “우리들에게 이념과 사상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존망과 개인의 생명을 가르는 일”이었고, 그 대표적 사례가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월간조선>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댈 때마다 ‘한국전쟁’이란 키워드를 사용하는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보수층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한국전쟁만큼 전쟁을 겪은 보수층을 결집하고 격분을 일으킬 만한 소재는 없다. 한국전쟁에 관한 한 “북한 김일성이 저지른 만행이고 100% 북한의 책임”이라는 단일공식 이외의 그 어떤 다른 첨언도 <월간조선>에겐 좋은 공격거리가 되는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북한 주민이 더 많이 죽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월간조선>에겐 ‘친북’을 드러내는 표상으로 간주된다. <월간조선>이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정부에서도 정권에 참여한 진보적 인사들에게 똑같은 논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칼을 겨누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이를 “개혁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종의 정권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이념 공세가 시작되는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한완상 전 부총리에 대한 공세나 지금의 최 위원장에 대한 공세는 정부 출범 이후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본격 시작됐다. 정부 출범 직후엔 국민들의 개혁 요구가 거세므로 쉽게 반발하지 못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 개혁의 반대세력이 점차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이념 분야에서 <월간조선> 공세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월간조선>은 처음엔 공격 타깃이 된 인사와 대통령을 분리하려고 시도한다. 지난 93년 <월간조선>은 “최근 대통령이 한완상 부총리의 통일원이 두차례 올린 연설문을 퇴짜놓았다는 소문도 있다”고 썼다. 이번에도 <월간조선>은 최장집 위원장을 공격하면서 “대통령과 대통령 자문에 응하는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역사관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구별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겉으로는 이념 공세에서 대통령을 차단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권 자체를 공격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DJP 타격으로 ‘국민회의 고립’ <월간조선>은 이번에 최장집 교수 인터뷰를 할 무렵, 역시 정책기획위원으로 현 정부에 참여한 황태연 동국대 교수도 인터뷰했다. 당시 <월간조선> 기자는 황 교수에게 그의 이념적 지향과 민주적 시장경제론의 본질, 제2 건국의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월간조선>이 40명에 이르는 정책기획위원 중 유독 최 위원장과 황 교수만 인터뷰한 것은 흥미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두사람은 최근에 강도와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모두 DJ와 YS가 손잡는 민주대연합론을 주창하면서 내각제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두사람에 대한 <월간조선>의 공세는 두가지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나는 여권의 민주대연합론자들을 견제하며 내각제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각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월간조선>의 공세가 여권의 DJP 연합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내각제 반대인사들의 사상을 문제삼는 <월간조선>의 공세에 한나라당은 물론 자민련도 동조하면서, 적어도 이 부분에선 ‘국민회의 고립’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월간조선>은 물론 이런 정치적 의도를 부인한다. <월간조선>은 최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검증’이라 부르며 “국가 정체성이나 이념에 반하는 논리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학자가 공직, 그것도 국가정책 결정의 핵심을 이루는 요직에 임명되면… 파급효과를 국가 전체에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직에 있는 인사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월간조선>이 상정하는 ‘국가정체성’이나 ‘이념’이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현대사에 대한 평가가 자신들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국가정체성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 소장 정치학자는 “<월간조선>은 여전히 ‘반공’을 국가이념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며 “<월간조선>은 이런 공세를 통해 반공이데올로기 아래서 기득권을 누렸던 계층을 결집하며 우리 사회 보수의 구심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간조선>은 그동안 진보진영을 가리켜 누누이 “이미 용도폐기된 마르크시즘을 붙잡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집단”이라는 논리로 비판했다. 하지만 80년대 말∼90년대 초에 벌어진 동유럽 공산주의의 몰락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쪽은 바로 <월간조선>인 것 같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월간조선> 기자는 “당신은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닌가”라고 몇번이나 다그쳤다고 한다. 유럽을 석권한 신(新) 중도좌파도 그들의 눈엔 그냥 ‘좌익·용공세력’으로 비칠는지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조선일보>는 최근 방한한, 신 중도좌파의 이론적 거두인 앤서니 기든스 영국 정치경제학대학 총장을 인터뷰하려 무진 애를 썼다. 또 국내 일간지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제3의 길’을 전문 번역해서 실었다. 유럽의 사민주의는 괜찮고, 국내에선 우파(정확히는 극우) 이외의 다른 어떤 이념적 스펙트럼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이율배반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따지기 전에 먼저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을까. 박찬수 기자 pcs@mail.hani.co.kr ▣ [김 대 중 집 권 비 사] 주문 ; 710-0501~3 ▣ ▣ D·J와 권부집단이 벌이는 숨막히는 사투 최초공개 ▣ 한겨레21 1998년 11월 05일 제231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