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1일 일요일 오전 01시 13분 21초 제 목(Title): 신동아/누가, 왜 특검제를 반대하는가? ○ 집중취재 ● 여당되면 버리고 야당되면 조르는 한국의 특별검사제 누가, 왜 특검제를 반대하는가 ◇정치권 사정과 세풍 총풍사건의 불똥이 또다시 검찰의 중립성 시비로 번졌다. 한나라당은 여당시절과는 달리 특검제를 주장하고 있고, 여당이 된 국민회의는 과거와는 입장이 달라졌다. 당리 당략적 정치공방 과정에서 그 본질이 왜곡된 ‘한국의 특검제’. 우리에게 특검제는 신기루인가 아니면 검찰 개혁의 필수 조건인가. 신석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를 파헤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independent counsel)의 보고서는 한동안 세인들에게 풍부한 화제를 제공했다. 반응도 다양했다. 포르노 잡지를 방불케 하는 이 보고서에 대해 『4년이 넘게 파헤쳤다는 것이 결국 대통령의 허리 아래 이야기인가』라는 회의론도 많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중궁궐에서 일어난 최고 권력자의 사생활까지 파헤칠 수 있는 「미국식 민주주의」와 「특별검사」의 위력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농담삼아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별검사제도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검사는 스타 검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단어다.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야당 정치인들은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예외없이 외쳐 특검제는 언제라도 도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88년 권인숙양의 부천서 성고문사건과 89년 김근태(金槿泰) 의원 고문사건, 지난해 서울고법의 선거법위반 국회의원 4명에 대한 재정신청사건에서 공소유지 변호사로 선임된 조영황(趙永晃) 김창국(金昌國) 변호사 등은 국민에게 특별검사로 널리 알려졌다. 역대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권력층의 비리사건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하지 못하고 권력의 영향을 받아온 불행한 역사 때문에 특별검사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회의는 10년 전인 88년 평민당 시절 이미 특검제 법안을 제출,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이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국민회의는 지난해 대선공약의 하나로 특검제를 약속했다. 최근엔 야당이 된 한나라당도 검찰이 「편파수사」를 한다며 한시적 특검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철저한 수사를 원하는 사람들도 특검제를 도입해 야당이 수사의 본질을 흐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검제 도입논의는 최근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이 돌연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가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만들면 그 칼날이 나나 당신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그런 손해 볼 일을 왜 하느냐』고 공공연히 말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임영화(林榮和) 변호사는 『개인도 아닌 공당이 10여 년간 표방해 왔고 선거에서 국민과 약속한 내용을 아무런 사정 변경이나 설명도 없이 저버리는 행위는 과거의 주장이 정략적 구호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朴元淳) 변호사도 『특검제는 「국민의 정부」가 추진중인 「개혁의 제도화」와 공정한 사정 시스템의 확립이라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할 때는 가능하지 않고 가능하니까 필요하지 않더라 10월1일자 한 일간지에는 「실종신고― 특별검사제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통단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부패방지법을 연내 제정하기 위해 「시민로비단」을 운영해온 참여연대의 「국가개혁을 위한 연속광고」 시리즈. 『모름지기 사람은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와의 약속을 잘 지켜야 합니다. 야당시절, 국민회의가 국민 앞에서 철석같이 약속했던 특별검사제…, 그런데 국민회의의 부패방지법안에서 특별검사제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이제 여당이 된 국민회의에게 검찰이라는 힘센 친구가 생겼기 때문인가요?』 광고는 또 『정치인 비리조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검찰수뇌부나 대통령의 부정부패는 과연 누가 사정할 수 있을까요. 국민회의는 야당시절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라 불리는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여당이 되어 법무부와 검찰이 반발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기득권이 약한 것이 여당! 국민회의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요?』라고 꼬집었다. 이 광고는 국민회의의 곤혹스런 입장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 입장이란 『필요할 때(야당일 때)는 가능하지 않고 가능할 때(여당일 때)는 불필요하다』는 것.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여당이 된 뒤 특검제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개혁도 좋지만 집권당이 뭐가 아쉬워 권력의 핵심인 검찰을 서운하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논의중인 두 가지 형태의 특검제 법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우선 김대통령이 지난 6월 연내 제정을 지시했던 부패방지법에 대해 국민회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대신 검찰 내에 새로운 특별수사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또 한나라당이 이국헌(李國憲) 의원을 중심으로 8월31일 발의한 한시적 특검제법안도 반대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법안은 96년 11월 국민회의가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거의 같다. 한나라당은 특검제를 포함한 별도의 부패방지법도 논의중이며, 10월13일부터 열린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처리와 연계, 특검제 법안을 꼭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회의는 요즘 자신들의 「과거」 때문에 수세에 몰려 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 수뇌부는 전원이 특검제 도입을 찬성했다」는 자료까지 만들어 김대통령과 박상천(朴相千) 장관 등의 「말 바꾸기」를 공략하고 있다. 야당시절 동지였던 시민단체들도 특검제 문제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자업자득·자승자박 지난 10월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건물 2층 강당에서 열린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는 여당의 곤란한 입장이 그대로 표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회의 남궁진(南宮鎭) 제1정조위원장과 자민련의 함석재(咸錫宰) 의원, 한나라당 김찬진(金贊鎭) 의원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온 건국대 정종섭(鄭宗燮) 교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교수는 과거 헌법재판소 연구관시절부터 국민회의와 함께 특검제 실시를 주장해 왔다. 『특검제에 대해 또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특검제를 주장했던 김대통령이 집권을 했고 법안을 만들었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됐습니다. 한나라당도 이제 마음을 바꿨습니다. 특검제가 위헌이 아닌 것은 법조인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그냥 하기만 하면 됩니다』 정교수의 자신 있는 발언에 장내를 메운 50여 명의 청중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하지만 회의장에 가득 찬 희망섞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정교수의 발표를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던 남궁의원이 「자업자득과 자승자박」을 언급하며 「결론」부터 말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 당은 특검제에 대해 입장을 바꿨습니다. 정교수님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특검제가 위헌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개혁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개혁이 역사의 반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청중석에는 침묵이 흘렀다. 남궁의원은 현실론을 폈다. 그는 상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설치하는 경우 기존 검찰과 수사 소추기관이 이원화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치적 중립성이 특별히 요청되는 사건」에 대한 한시적인 특검제로는 지속적인 부패방지에 대한 효과 없이 부작용만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여당이 되고 보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에 보입니다. 부처이기주의는 생각보다 심합니다.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문제를 가지고도 법무부와 외교부가 싸움을 벌입니다. 만일 특별검사와 기존 검찰이 충돌해 서로 지원을 거부하거나 수사를 방해하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엄청나게 클 것입니다』 그는 발언중 연신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합니다』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중 포화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남궁의원이 「당의 입장을 바꿨다」라고 말했는데 사실은 국민회의가 공약(空約)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한 것이다. 진실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한 약속들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의원은 『특검제는 부패방지 차원보다는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만큼 이번 북풍사건이나 세풍사건처럼 검찰이 공정성을 기하기 어려운 고도의 정치적 사건에 한해 한시적·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은영(李銀榮) 교수는 『특검제 없는 부패방지법은 앙꼬 없는 찐빵이요 속 없는 송편』이라며 여당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자리가 바뀌면 말도 바뀌나 계속되는 다그침에 남궁의원은 후끈 달아올랐다. 그는 『진실을 이야기하면 손해를 본다. 너무 매를 때리는 것 아니냐』며 『검찰 내에 중립성이 보장된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면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 앙꼬가 있는지 없는지는 먹어보면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토론회가 끝난 뒤 사석에서 『우리도 특검제 하려고 했다. 하지만 특검제를 만들면 지금 검찰의 꼴이 뭐가 되겠는가. 일반 공무원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고 말해 검찰의 반대가 만만치 않음을 내비쳤다. 96년 부패방지법을 직접 만들었던 국민회의 유재건(柳在乾) 총재비서실장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빠진 부패방지법은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여당이 되고 보니 조직의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기관이기주의를 실감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당 천정배(千正培) 의원도 『특검제를 원한다면 여당이 아니라 검찰을 설득하거나 제압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특검제를 가장 반대하고 있는 법무부의 박상천 장관은 야당 시절인 94년 당시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제 법안과 96년 국민회의가 발의한 특검제 법안을 직접 작성했던 장본인. 당시 민주당이 주최한 특검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당시 박장관의 열의는 누구보다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장관이 된 뒤 이 문제에 대한 박장관의 반대의견은 완강하다. 박장관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공식 반대했다. 박장관은 이 자리에서 『별도의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행정 각부의 직무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과 범죄수사가 검찰의 직무임을 규정한 검찰청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 그는 또 『한시적 특검제는 대통령 등의 권력형 부정비리 사건이 있거나 검찰이 중립적이지 않을 경우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사건도 없고 나는 물론 검찰 스스로도 중립성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제도를 만들어야 사건이 생길 때 사용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만일을 전제로 기존 조직을 흔드는 것은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한다』고 대답했다. 박장관은 최근 청와대 모수석이 출입 기자들에게 『필요하다면 특검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전화를 걸어 『당신 특검제 도입한다고 했어? 도대체 특검제가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라며 호통쳤다는 소문이 법무부 내에 파다하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얼마전 박장관을 국회 복도에서 마주쳤던 적이 있어요. 「특검제법안을 새로 만들 필요없이 장관님이 야당시절 만들어 놓은 법안을 통과만 시키면 되겠다」고 말했더니 박장관은 「어이쿠 그 법안 빨리 철회해야 되겠다」며 웃더군요』라고 말했다. 검찰,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나라에 특검제가 적합치 않은 이유 법무부와 대검의 입장 1. 비합리적인 주장 ▼미국의 특별검사제도는 법무성 연방검사들이 대통령과 진퇴를 같이하는 등 기본적으로 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배경에서 마련됐다. 반면 우리나라 검사들은 신분과 정치적 중립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검찰중립 논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운영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국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보다 기존 검찰제도의 틀 내에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나라당 안처럼 국회가 특별검사 임명을 주도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인 검사 임명권한을 박탈하고 행정부를 국회에 예속시켜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2.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 ▼미국에서도 특검제 폐지론이 나온다. 특별검사를 상설기관으로 하면 특정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수사가 계속돼 표적수사와 인권침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수사기관 스스로도 외부의 기대 때문에 무리한 수사를 할 수 있고 특별검사가 정치적 영달의 방편으로 인기에 영합할 경우 견제할 장치가 없다. 결국 끝없는 사정과 소모적 정쟁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불러 국가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검찰 등 기존 사정기관의 사기를 저하시켜 총체적 사정역량을 감소시키고 양측의 권한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할 경우 국가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3. 고비용 저효율로 인한 국가예산 낭비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미국의 특검제는 78년 시행된 뒤 불과 18건의 사건 중 4건만을 기소하고 사건당 700만 달러(약 100억원)를 소비했다. 스타 검사는 4년 동안 4000여만 달러(560억원)를 소비했다. 결과도 없이 수사가 장기화되면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된다. ▼은밀히 이루어지는 공직자 뇌물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현직 검사가 아닌 특별검사가 제대로 신속하게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기존 검찰에서 인력을 대폭 지원받아야 하는데 이는 기존 검찰이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부에서는 『박장관이 특검제 반대의 선봉에 선 것은 아이러니다』(9월23일자 한 일간지 사설)라며 비난하고 있다. 최근 박장관을 접촉했다는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박장관의 반대의사는 자신의 소신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그는 「대통령이 특검제를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동안 이 문제에 줄곧 반대 의사를 표시해 온 검찰은 김대통령이 당선되자 1월 이원성(李源性) 대검 차장이 위원장인 검찰제도개혁위원회의 안건으로 특검제를 채택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해왔다. 위원회는 7월13일 『특검제는 국정표류와 마비 현상을 초래하고 실효성이 없으며 특별검사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대검은 9월 말 한나라당의 특검제 법안을 분석, 반대 의견서를 법무부에 냈고 법무부도 10월2일 자체 의견을 마련해 대검의 의견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방침. 법무부와 대검 의견서의 골자는 「특검제는 비합리적인 주장이고 도입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고비용 저효율로 인해 국가예산의 낭비만을 초래한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현 검찰이 일부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는 현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어떤 부작용이 초래될지 모르는 새로운 제도를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대신 기존 검찰 내에 특별수사기구를 두는 여당의 방침이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초래할 것에 대비해 특별수사기구의 구성과 인사절차 등을 혁신, 시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임영화 변호사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한국의 특검제는 야당의 전유물이었으며 대통령과 검찰은 항상 반대했다. 본질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에 여야가 뒤바뀌자 말이 바뀐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특검제 논의 우리나라의 특검제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8년 13대 국회 때 김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평민당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위」와 「5공정치권력형 비리조사특위」가 정쟁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해 12월3일 「특별검사의 임명과 직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의정 사상 처음으로 발의했다. 이듬해 2월17일에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과 공화당 등 야권 3당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공동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지난 8월31일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안과 거의 유사한 우리나라 특검제 법안의 전형. 그러나 90년 통일민주당과 공화당이 민정당과 3당합당을 통해 민자당을 만들면서 법안은 사문화됐고 13대 국회가 임기만료되면서 법안도 자동 폐기됐다. 이후 야당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특검제 법안을 발의했다. 93년 14대 국회 때 민주당은 슬롯머신 사건, 동화은행 불법비자금 조성사건, 한양비리사건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업고 두 번째 특검제 법안을 발의했다. 95년 9월과 11월 국민회의와 민주당은 각각 12·12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과 5·18사건 공소권없음 결정에 불복해 특검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도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사라졌다. 국민회의는 15대 국회 때인 96년에도 4·11 총선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여야가 대립하고 검찰 중립화 제도개선 협상이 결렬되자 자민련과 함께 또 한번 법안을 발의했다. 특검제에 대한 야당의 주장은 「일시적」이었다. 여당과 검찰에 불만이 있으면 주장하고 여당과의 밀월을 시작하면 사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특검제는 본질이 왜곡되고 한낱 정치적인 수사(修辭)요 투쟁의 도구로 전락하게 됐다. 서울대 홍준형(洪準亨) 교수(공법학)는 『제도로서 특검제를 입법하는 문제와 특정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돼 말이 바뀐 한나라당은 어떤가. 한나라당은 3월 이른바 북풍사건의 배후인물로 한나라당 인사들이 지목되자 의원총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고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그 뒤 한동안 잠잠하던 한나라당은 8월31일 세풍사건에 이어 총풍사건이 줄줄이 불거져 나오자 『특검제를 도입해 여당의 대선자금과 대북커넥션도 수사하자』고 주장했다. 한국외대 이장희(李長熙)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특검제의 제도화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며 『사심과 정치적 상황 때문에 나온 주장은 쉽게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종섭 교수는 이에 대해 『야당이 진정 특검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도화를 원한다면 현안에 대해 특검제를 하자는 주장은 버리고 앞으로 일어날 사안부터 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으로 여당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왜 특검제인가 우리나라에 특검제가 필요한 이유 법무부 주장에 대한 법조계의 반론 1. 합리적인 주장이다 ▼특검제 도입문제는 법체계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 문화적 사법풍토에서 찾아야 한다.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현실을 무시하고 단지 법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이석연 변호사). ▼검찰의 중립을 보장한 법이 아무리 좋아도 운영이 안 되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검제가 논의되는 자체가 기존 검찰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닌가(박원순 변호사). ▼국회가 변협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권력분립의 원칙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권력통제에 대한 요청이다(정종섭 교수). 2 부작용은 기우다 ▼검찰의 주장은 뒤바뀌었다. 기존 검찰의 사정이 소모적 정쟁과 국민의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불러왔기 때문에 특검제를 하자는 것이다. 또 특검제법이 있더라도 기존 검찰이 잘하면 발동되지 않을 것이다. 특검제의 존재 자체로 검찰은 건전한 긴장을 하고 더 열심히 부패를 파헤칠 것이다. 기관이기주의적 사기는 국민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이제 사정기관도 경쟁해야 한다(한인섭 교수). 3.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 ▼다소 비용을 치르더라도 편파시비 등 소모적 정쟁을 줄이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가 감소하고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김창국 변호사). ▼검사도 옷을 벗으면 변호사가 된다. 검찰 출신 변호사 중에서 우수한 사람을 임명하면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특별검사는 일생 일대의 명예를 거는 만큼 끈질긴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한인섭 교수). 특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중립적이지 못했던 한국의 검찰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역대 검찰이 항상 정부 여당 편이었던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며 검찰 스스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짐짓 외면해온 자업자득의 결과』(김창국 변호사) 라는 것. 서울대 한인섭(韓寅燮) 교수는 『한국의 검사가 법적으로 중립적이라는 말과 실제로 중립적인가는 다른 문제다. 우리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경험이 말해주는 것』이라며 검찰을 반박했다. 사법연수원 자치회가 9월 「사법연수」지(誌) 발간 10주년을 기념해 연수원 1학년생인 29기생 5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8명의 83.1%인 423명이 『검찰이 정치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없는 만큼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28기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274명중 75.9%인 208명이 『검찰은 독립성과 중립성의 면에서 문제가 있으며 국민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해 예비 법조인들조차도 검찰에 대한 불신감을 표시했다. 최근 검찰의 정치권 사정에 대한 국민의 이중적인 태도도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리 정치인을 처벌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검찰이 말대로 원칙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 9월 중순 한 일간지가 서울 부산 등 전국 6개 광역시의 20세 이상 주민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0.4%가 「정치권 사정에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매우 잘하고 있다」는 3.0%,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0.6%에 불과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혐의가 있으면 반드시 수사하는 것이 검사의 기본적인 의무(수사법정주의)임에도 우리 검찰은 권력형 범죄나 대형 부정부패사건 등에서 선별적이고 차별적으로 수사권을 발동하고 기소권을 행사함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 수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 91년 당시 정치권에서는 전 전대통령이 1조원이 넘는 정치자금을 조성했고 노대통령이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 회장이 일으킨 수서사건의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 않다가 결국 두 전직대통령들의 퇴임 후인 95년 10월 「폭로」와 여론에 밀려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밝힌 액수만도 전전대통령이 9500억원, 노 전대통령이 4000여억원에 달했다. 이 중 150억원은 한보그룹의 금고에서 나왔다. 검찰은 또 12·12 및 5·18사건을 각각 기소유예, 공소권없음 처분했다가 집권자의 「결단」에 따라 스스로 내린 결정을 뒤집은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러한 불신이 「자업자득」이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이 중립적이지 못했다는 주장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만큼 반박할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은 단죄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거나 권력의 힘이 빠지면 칼을 들이대는 것이 검찰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 수사를 예로 들었다. 『아무도 검찰 스스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철씨가 김영삼 정권 초기부터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검찰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바로 그때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검찰을 존경하고 신뢰하게 됐을 것인가』 자기 사건을 자기가 재판하지 못한다 특검제 지지자들은 『특검제는 이와 같은 현실적인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는 건설적인 노력이며 이를 「외국 제도의 도입」에 관한 것으로 치환하는 것은 몰역사적이고 현실도피적인 발상』(홍준형 교수)이라고 주장한다. 이석연 변호사는 『우리의 검찰은 수사와 기소권한을 독점하는 등 대륙법계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통치자들이 검찰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은 필연적인 속성이다. 검찰이 권력과 영합할 소지가 높은 데 비해 견제수단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종섭 교수는 『검찰도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행정부의 일원이므로 「자기의 사건을 자기가 수사하고 재판하지 못한다」는 법원칙으로 문제를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 여권 인사 등을 수사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설령 한다고 해도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인 만큼 검찰도 이런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또 『기존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새 제도를 만들고 새 제도에 부작용이 생기면 보완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검제 지지자들은 『특검제는 아주 제한적인 정치적 사건에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현 검찰을 부정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기존 검찰을 분발하게 하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당수의 검사들도 특검제 또는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취재에 응한 전국의 검사 20명 가운데 6명이 특검제를 찬성했다. 한 부장검사는 『아주 제한적인 운영을 전제로 특검제를 받아들여 제도적으로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시비에 더욱 취약해진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검사는 『정치적으로 시비가 될 소지가 있는 사건은 떼어 주는 것이 검찰이 사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검사들은 99%의 일반사건을 처리하느라 밤이 늦도록 피의자와 기록을 앞에 두고 고생을 한다. 그러나 일년에 한두 번씩 1%도 안 되는 정치적 사건 때문에 검찰 전체가 편파시비나 공정성시비에 휘말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과 특검제 지지론자들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과거 특검제 논의가 야당의 정치투쟁 도구로 오용됐다는 지적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또 「특검제를 찬성하는 쪽은 선이요 반대하는 쪽은 악」이라는 도식은 특검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개혁은 제도화돼야 10여년간의 논란 끝에 특검제가 우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학계와 법조계 그리고 여야가 인정하고 있다. 지금의 논란은 「실효성」에 모아지고 있다. 특검제를 지지한다는 차병직(車炳直) 변호사는 『특검제가 공정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수사의 효율성은 철저히 조직화되고 숙련된 기존 검찰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이 경우 수사의 비효율성 때문에 신뢰성이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자민련 함석재 의원은 『정치적 사건이 무엇인지 개념을 규정하기도 어렵고 우리 국회의 수준으로 볼 때 특별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쟁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현 검찰을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찰과 함의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 야당이 아닌 국민이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믿음을 보낼 때 특검제 주장은 빛을 잃을 것이다』(김창국 변호사) 한편 열쇠를 쥐고 있는 김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도 민심이 특검제를 원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야당 생활을 하면서 6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고 과거 「정치검찰」의 편파 표적수사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던 때문인지 그는 누구보다도 열렬한 특검제 지지자였다. 김대통령은 95년 11월 당시 민자당이 5·18 특별법에 특검제를 넣지 않기로 결정하자 『특검제 없는 특별법은 헛된 것이다. 한번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것은 적당히 시간을 끌고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한보사건이 터진 지난해 2월 정당연설회에서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면서 『국회 TV청문회와 특검제를 통해 철저히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다. 김대통령은 지난 3월 법무부 업무보고 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앞으로는 당신들에게 정권을 위해 일해 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사정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는 개혁은 말이 아닌 제도화로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조직이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것처럼 특검제는 기존 검찰에 건전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사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철저한 사정을 위해서는 사정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필수』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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