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10월 6일 화요일 오후 02시 34분 20초 제 목(Title): 강준만/ 자전거타고 산에 가십시다 자전거 타고 산에 가십시다! /강준만 시민의식이 운동의 성패를 결정한다 전주시가 환경·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 건강을 배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대적인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에 일부 시민 단체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서 정말 기대되는 바 크다. 나는 이 운동에 대해 전주 시민보다는 오히려 전주를 적어도 두 번 이상 방문했던 다른 지역 사람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주를 방문한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전주가 많이 달라졌네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들은 그런 말을 할 때 한결같이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짓곤 했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시원스럽게 뻥뻥 뚫린 도로도 없는 주제에 차량의 물결은 흘러넘쳐서 도무지 정신이 없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소도시가 갖고 있는 공통된 모습이리라. 전주만큼은 좀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왔다가 `아니, 전주 너마저도!'라는 걸 확인하노라니 어찌 기분이 씁쓸하지 않겠는가. 자전거 타기 운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나는, 전주에서 비교적 잘 만들어진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는 백제로 근처의 한 자전거 판매상에 들러 "요즘 자전거가 잘 나가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실망스러웠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더럭 겁이 났다. 전주시가 모처럼 바람직한 결정을 내려 추진하는 일에 시민들의 호응은커녕 싸늘한 반응에 접할 경우, 전주시가 자전거 타기 운동을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런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다. 예컨대, 부천시에서는 지난해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무료로 이용하는 이른바 `시민공용 자전거 제도'를 도입했는데 시행 한 달만에 500대의 자전거 가운데 170대가 분실됐고 60여 대가 아무데나 내팽개쳐져 그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어떤 바람직한 운동도 시민의식이 따라 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지역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방송을 다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전주MBC-TV의 경우 매일 자전거 타기 운동과 관련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데, 부디 도중에 그만두지 말고 계속 해 주시기 바란다. 반면 신문들의 경우엔 자전거 관련 보도가 너무 인색하며 특히 전북의 간판 신문이라는 전북일보가 그렇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북일보는 자전거 타기 운동에 반대하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공개적인 논쟁의 마당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건 전주의 문제요 전북의 문제인데, 그리고 그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주최'가 누구인가 하는 걸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전거는 사회적 `비전'이다 자전거 타기 운동이 일회성의 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전주 시민의 생활문화로 정착되게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장애가 하나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가 자전거 전용 도로의 개설인데 비좁은 도로 여건상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장애를 넘는 일은 근본적으로 `전주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전주시가 전주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전주 시민들은 기회만 있으면 전주를 `예향'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정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정말 전주가 진정한 예향이 되기를 바라는가? 또는 적어도 환경친화적인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공해에 찌들어도 좋으니 돈이 좀 굴러다닐 수 있게끔 철저하게 개발 위주로 나가기를 바라는 것인가? 자전거 타기 운동은 `놀이'가 아니다. 그건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다. 자전거 타기 운동에 반대하는 논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그걸 공론화해 주시길 바란다. 반대하지 않는다면 무관심과 냉소주의도 버려 주시라. 자전거 타기 운동은 자전거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건 전주의 `비전'을 결정하는 하나의 커다란 계기요 동력이 될 것이다. 아니 그게 어찌 전주만의 문제이겠는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경북 상주시의 경우 소도시에서의 자전거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사례에 속한다. 전주는 인구 60만을 가진 중도시다. 전주에서의 자전거 타기 운동의 성패 여부는 우리 나라 모든 중도시들의 교통·환경·보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코 전주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자전거 타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더라도 전주가 살기에 좀더 쾌적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분들은 그냥 침묵하시지 말고 전주시에 전화를 걸어 뜨거운 격려를 해 주시기 바란다. 선거에 의해 뽑힌 시장이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큰 생색을 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주시 시장실의 전화번호는 0652-285-4681이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놀이문화 자전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좀더 깊게 해 보자. 지난 8월호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사시는 독자 김창영씨께서는 <청소년을 산으로 보냅시다>라는 글을 기고해 주셨다. 나는 그 의견에 100% 동의한다. 나는 가끔 꿈을 꾼다. 우리 나라 국민의 절대 다수가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가는 모습을 말이다. 맑은 가을날 코스모스가 핀 길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또 산에 오른다는 건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닌가. 물론 그건 지금으로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교외 도로를 달린다는 게 이만저만 위험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의 `놀이문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놀이문화'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 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논리는 미덕으로 통한다. 그러나 시장 논리가 만능은 아니다. 시장 논리가 적용되어야 할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정작 시장 논리를 도입해야 할 분야엔 지나친 규제가 판을 치고 시장 논리에만 맡겨선 안 될 분야엔 시장 논리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른바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어떤 분야를 시장 논리에만 맡겨 둘 경우 그 분야를 규제해 온 사람들은 졸지에 영향력이 급감하거나 아예 할 일이 없어진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규제를 해야만 삶의 보람을 누리고 안전을 기할 수 있다. 반면 시장 논리만이 지배를 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는 규제보다는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건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도 아니거니와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둔다. 우리의 놀이문화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역대 정권들은 국민의 놀이문화에 대해 완전히 자유방임적인 정책을 써 왔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의 놀이문화는 크게 왜곡돼 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유흥·향락 문화가 주류다. 그럴 만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주 싸게 먹히는 TV 시청으로 노는 걸 대체한다. 몇 사람만 모이면 고스톱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 모든 놀이문화는 완전히 시장 논리에 의해서만 형성된다. 정부로서는 돈 한 푼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놀이문화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각자 지금 이대로 놀기에만 바쁜 것이다. 산을 최대한 활용하자 우리의 놀이문화, 이대론 안 된다. 중앙 정부가 놀이문화에 대해 미친 척하고 있다고 지방자치단체까지 그래선 안 된다. 문화 영역이 시장 논리만의 지배를 받을 때엔 시민의 건전한 정치 의식을 좀먹고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마저 어렵게 만든다. 이건 딜레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지역에서 문화 분야에 투자할 큰 돈이 있을 리 없다. 아주 적은 돈으로 시민의 놀이문화를 건전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산에 올라가 보면 우리 나라엔 정말 산이 많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산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문화 자원이 아닐까? 산행을 용이하게 하고 장려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놀이문화를 바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우리의 국민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임에 틀림없다. 지금 우리 등산 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유명한 산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도시 근교의 제법 오를 만한 산, 주말이 아닌 평일 반나절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그런 산들을 널리 소개하자. 그리고 공중 교통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자. 도로 여건에 따라 자전거가 안심하고 달릴 수 있게 만들어 보자.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나는 매주 전주 근교 연석산을 오르는데, 연석산은 전주시와 완주군 지역에선 가장 높은 산(970m)으로 계곡이 제법 볼 만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내가 관찰한 바로는 산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은 100% `계곡파'들이다. `계곡파'는 산행엔 관심이 없고 계곡에서 적당히 놀고 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붙인 이름인데, 이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도 산행의 범국민적 일상생활화가 꼭 필요하다. 어찌 등산뿐이랴.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런 정도의 건전한 놀이문화를 육성하는 건 아주 쉽게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출구를 제공하지 않고 유흥·향락 문화를 아무리 비판해 봐야 소용없다. 많은 지방 도시들의 유흥·향락 문화, 정말 이대론 안 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다른 놀이문화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해 보자.◈ 생활정보 여름엔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가득 넣지 마십시오. 공기가 팽창해 타이어 펑크 나기 십상입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그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번 여름에 타이어가 두 번이나 펑크가 나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다니느라고 혼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전거를 탄 이후로 배가 쑥 들어갔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군요. 제 처가 깜짝 놀라곤 합니다. 너무 이상하다고 혹시 몸에 큰 이상이 있어서 배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으니까요. 하하하, 자전거 인구 늘리려고 별 수작 다 하네. 그러나 그건 전혀 과장 없는 사실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