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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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리)
날 짜 (Date): 1998년 8월 14일 금요일 오후 12시 18분 52초
제 목(Title): [퍼온글,김민웅] 순응하는 DJ,저항하는마하





 [6] 제목 : [세계통신] 순응하는 DJ, 저항하는 마하티르 1

김민웅 / 재미 언론인-뉴저지 길벗교회 목사

 「한국의 김대중과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이  두 사람은 
현재 아시아에서 「구조재조정」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는 
서방 자본주의의 지배과정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는 지도자의 두 유형이다. 이 두 유형의 차이는 세계화
의 본질을 어떻게 소화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제3세계 
주변부 국가들에 있어서 21세기적 진로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두 유형은 이제 개별국가 단위로는 통제할 수 없
게 된 거대 투기자본에 의한 「국제금융 시스템의 파행」과 「아
시아시장의 위축」에 따른 자본축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동요와도 관련된 사례이며, 그런 점에서 서방 진
영도 이 양자의 노선을 날카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
로 세계 자본주의 질서가 유지하려는 지배체제에 대한  「순응과 
저항의 갈림길」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3세계를 종속적인 주변부로 끊임없이 위계질서화하려는 서구의 
팽창주의적 자본주의는, 짧게는 지난 1백년의  시간 속에서 아시
아, 아프리카, 중동 등을 식민지화함으로써 일차적으로 서구 자본
주의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만들어왔던 역사적 실체다. 이것은 세
계사 이해 및 해석과 관련한  좌우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넘어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史實)」인 것이다.

오늘의 세계 자본주의가 그러한 역사적 단계를 거치면서 제3세계
의 기초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자신의 논리를  강제적으로 이식, 
확보하는 가운데 성장해왔다는 점을 제대로 짚어내지 않으면  우
리의 현실인식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적 
성품은 부와 권력의 문제에 대해서 너그러이 인간적인 배려를 해
온 체제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화의 논리로 풍미하는 신자유주의가 근거를 둔, 『국
부론』으로 압축되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고전적 시장주의는, 
당시 영국의 자본주의가 팽창 주도권을 상당 정도 확보한 시점에
서 후발 자본주의체제와 제3세계 비자본주의권에 대한 공격적 개
방을 겨냥하는 「자유무역」이라는  논리와 결합돼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후 리카르도는 생산능력의 「상대적 우월
성」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이러한 공격적 개방전략을 더욱  강
화하면서 영국 자본주의의 주도권을 뒷받침했던 것이다.

20세기 말의 세계화가 관철하려는 목표는 2백년이 흘렀어도 이러
한 고전적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주체가  영국에서 미국 
내지는 서방 전체로, 「자유무역」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본이
동을 위한 국경철폐」로, 그리고  「상대적 우월성」은 「국제경
쟁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대중과 마하티르, 두 모델의  성격적 차이를 분
석하는 작업은 새로운 천년의 문턱에 서 있는 인류의 미래와  관
련하여 과연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묻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세계 자본주의가 약속하는 풍요와 그것이 역사
적으로 바탕을 둔  정복적 특징이라는 모순은,  사실상 세계적인 
수준에서 소수의 부와 다수의  빈곤이라는 「양극화(polarizatio
n)」를 날이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통합과정에는 근대적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돌
파해나가는 혁명적 측면이 있는가 하면, 이것이 필연적으로 동반
하는 「약자에 대한 억압과 희생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를 
바르게 해결하려는 공동체적 노력이 없으면 이 시대는 소수의 독
점적 풍요가 야기하는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해방되기  어려
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논의는 김대중과  마하티르라는 두 모
델이 이러한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가의  여부와 함께, 
「종속적 통합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독자적 대안의  체
계적 시도가 있는가에 집중돼야 할 것이다.

「김대중 모델」의 경우, 애초에  그의 경제관은 군사정권하에서
의 폭력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체제 형성과정에 대한 비판을 중심
으로 약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진 「민주적 시장경
제론」에서 출발한다. 국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질서를 통
해서 민주적 재화배분이  가능하다고 믿은 그의  이념적 좌표는, 
그런 차원에서 사회민주주의와 고전적 자유주의의 중간쯤에 위치
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그의 입장은 과거와는  달리 「노동과 약소 자본에 
대한 대자본 또는 초국적 자본의 우위」를 보장하는  시장주의적
(신자유주의적) 질서, 곧 서방 자본주의체제에 편입되는 것은 불
가피하다는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그로서는  한국 경제를 
일대 충격으로 몰아넣은 1997년 하반기 외채위기 이후 서방 자본
주의체제의 압도적인 위력을 실감하는 가운데 다른 대안이  없다
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오히려 그 편입속도와 
범위를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하는 것이 현위기를 해결하는 답이
라고 여기고, 그 과정이 지체될수록 문제만 심각해진다고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러나 김대중 모델은 IMF 체제를 단시일에 극복하겠다는  다분
히 단선적인 구상과, 공동정권 내부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치
적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투기자본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불안
정한 경제체질」을 강화하게 될 외자도입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한편, IMF의 요구에 따른  변화가 장기적으로 초래하게 될 
구조적 모순에 대한 대응에 관해서는 체계적인 논리와 대안 제시
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전체의 역량을 기초로 한 21세기적 산
업전략의 근본 질서는 어떤 구상으로 정리돼  있는지, 외국 자본
에 대한 공기업 매각 이후의 사태는 어떻게 할 것인지, 투기자본
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산업전략을 지원해나갈 금융체제 개편
은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되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불
투명한 상태이며, 이는  김대중 모델의 치명적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김대중 모델이 제시하는 시각과 접근은  구조재조
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반론을 충분히 경청하지 않는 정책적 일방
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의 성격을 권위
주의화하는 기초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정치사회적 통합력을 손상시키는 자해적 태도라는 점에서 우려된
다.



 [5] 제목 : [세계통신] 순응하는 DJ, 저항하는 마하티르 2

이러다 보니 김대중 모델의 특징은 노동에 대한 억압 강도를  높
이고 국제 금융자본의 요구에 충실한 질서를 확보하는 노력에 집
중돼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 어려운 것
은, 그의 정책이 내부 자본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생존권의 보호
장치를 단계적으로 마련하면서, 국제  금융자본을 규제하는 통제
수단을 갖추는 일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형태로 치닫고 있기  때
문이다.

결론적으로 김대중 모델의 핵심적 요체는 국제 금융자본의  지배
에 순응하는 체제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실로 세계 자본주
의의 현실 앞에서 우리 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인식하는 불가항
력적 차원이 존재한다는 측면과 함께, 자율적  역량에 기초한 대
안모색을 너무 일찍 포기해버리고 만 듯한 비극적 요소가 내포돼 
있다.

말레이시아, 에둘러 가더라도 종속은 싫다

IMF 체제를 저항없이 모범생처럼 수용하고 있는 김대중  모델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자본주의체제의 적극적인 지지와  홍보 
대상이 되고 있다면, IMF 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는 마하
티르 모델은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 전자
가 지난 세월 음으로 양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반독재  민
주화투쟁 과정에서 성장해왔다면, 후자는 반영(反英)  반제국주의 
민족해방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개인사적 차이를 갖고  있
다. 다시 말해서 김대중 모델이 국가주의적  통제와 대결해온 서
방적 민주주의 발전의 길을 선호하려는 경향이 짙다면, 마하티르 
모델은 우선적으로 민족경제의 토대를 방어하는 제3세계  민족해
방운동의 맥락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이는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두 모델이 각기 집중하는 
정책의 성격을 다르게 만들 수밖에 없다. 김대중 모델은 서방, 특
히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결정적 관건으로  이해하는 
반면에, 마하티르 모델은 서방 진영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면
서 자율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국가 운명을 걸고 있다. 마
하티르 모델은 서구 자본주의의 속성이 약육강식을 본질로  하는 
「야수적(野獸的)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파악하기 때문이다.

특기할 것은, 마하티르  모델에서 때로 터져나오는  반(反)서방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마하티르가 「고립주의적  선택」을 하는 것
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마하티르 모델은  동남아 전반을 비롯
해 라틴 아메리카,  유럽과의 합작사업 등을  통한 경제협력체제 
구성을 그 기본으로 삼고, 말레이시아의 행동반경을 계속 확대하
면서 자율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여지를 가지려는 방향으로  나아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동남아 지역  내의 각 국가가 추진
하는 금융정책 등을 상호 감독하고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국제적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마하티르는 아시아 경제위기가 빠른 시일 내에 극복될 수 없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고통을 감내하면서 
장기적인 지역연대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고 중재하며 지역내  국
가간 역량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위기극복의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논리와 발상을 꾸준히 취해오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IMF 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 말레이시아로서는, IMF의 일방적인 
지도지침으로 나라경제가 왜곡되고 서방자본에 종속되는 길을 가
지 않는 유일한 방식은, 외부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점에
서 어렵겠지만 너무 서둘지 않으면서  역내 협력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 국가의 경제적 주권도 방어
하고, 각 국가의  특성에 기초한 산업전략도  분명하게 세워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국가의 정책이  전체 질서를 교란하지 않
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 사태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믿고  있
다.

IMF 정책에 거꾸로 가는 말레이시아

이런 차원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전 재무장관 다임 자누딘을 말레
이시아 경제회복을 위한 특별장관에 임명했다. 서방측은 그의 임
명이 IMF 정책에 다소간 우호적인 입장에 있다고 알려진 현  부
총리 이브라임 안와르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보면
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자누딘이 
1980년 중반부터 말레이시아  경제성장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
고, 현 경제정책을 외부에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스스로 추진해오던 IMF형  긴축
정책을 전격 해체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브라임 안와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 주도하에  펼쳐왔던 긴축정책이 말레이시아  경제에 
도리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하에 정부의  시장개
입 강화, 재정규모 확대,  자금경색을 푸는 금융정책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간 유보해왔던 12억달러 사
회간접자본 확충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며,  15억달러 상당의 사
회보장정책 강화프로그램을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내수시장 활성화를 비롯해  고용증대 및 정치사회적  안정장치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 경색을  완화시키는 방안으로 은행준비금  비율을 
2% 정도로 인하해 산업분야에 대한 대출이 용이하도록 지원하겠
다는 입장을 밝혔고, 외국 자본의 국내 산업 소유지분에 대한 제
한을 계속 유지해갈 것이며, 외환시장 자유화에  대한 정부 통제
를 통해서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말레이시아 경제에  기습적
인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장의 단기
적 수익성에 좌우되는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에 의존하는 산업전
략이 아니라, 건강한 금융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하티르의 진로는 IMF의 신자유주의적 접근에 대한  대
안 모색에 애쓰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지식인들에게까지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의 조르주 카스테나와 브라질의 
지식인이자 하버드 법대 교수인 로베르토 웅거 등을 중심으로 라
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공동 전선을 형성해가고 있
다. 이들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공적 역할을 새롭게 강화
해 빈부격차를 줄여나가는 재정·금융정책을  만들고, 자율적 산
업체제의 기반을 회복하는 일이다.




 [4] 제목 : [세계통신] 순응하는 DJ, 저항하는 마하티르 3

그러나 김대중 모델은 현재 IMF의 긴축정책이 국제적으로  비판
받고 있고 현실에서 오류가 속속 입증되고 있는 상황에, 제3세계
적 대안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김대
중 모델은 이미 서구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속에 그 기본  내용
이 닮은꼴로 공개돼  있다시피 하다. 더욱이  아시아 위기해결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접근 자체는 서구 자본주의 내부에서도  비판
받고 있으며, 김대중 모델이 아시아의 위기극복에 있어서나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새로
운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 개인으로서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 될 것이
다. 남아공의 만델라와 비견되는 세계적 영향력의 가능성을 가지
고 있으면서도, 자칫 서방진영의 노선을 그대로 추종하는 왜소한 
존재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아시아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를 더욱  부채질한 것은 바로 
IMF였다는 비판이 미국에서 또다시 제기됐다. 브라운 대학의 로
버트 웨이드 정치경제학 교수가 지난 6월23일자 『파이낸셜 타임
스』 기고문에 IMF의 개입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신랄하
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IMF가 자금 지원을 대가로 경제
위기 탈출과는 관련없는 분야에까지 구조재조정을 요구했다고 지
적하면서, IMF의 고금리와 과도한  긴축정책이 실물경제에 심각
한 손상을 입혔으며 자금 유동성을 제한함으로써 부도사태를 초
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IMF가 아시아 국가들에 BIS 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붕괴 위기에 몰린  신용체
계를 더욱 무너뜨리는  사태를 가져왔고, 이러한  IMF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들 경제가 도산, 실업, 불황의 파도를 맞게 
됐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야말로 IMF 정책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 가져오는 파괴적 사태에 대한 정면 고발이었다.

웨이드 교수는 1987년 미국 증시가 폭락했을  때, 미국 은행들이 
부실채무를 안게 되고 자산가치가 급락하자 미국 금융당국이  얼
마가 들건 상관하지 않고 자금 유동성을 높이는 데 주력함으로써 
금융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했던 적이 있는 데도 아시아의 금융
위기에서는 그와는 정반대의 접근을 취한  것은 이해 가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마치 1930년대 공황시기에 잘못 취했던 
디플레이션 정책과 유사하다면서, 도대체 IMF는 이들 지역의 경
제를 살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외국 투자가들의 이익만  지켜주려
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웨이드 교수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
다. 그 가능성은 5 대1 정도라고 조심스럽게 전제했지만,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는 한국에서 IMF 정책에 대한 저항이  일어난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시나리
오는, 만일 한국에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반외세 저항운
동」이 일어나서 김대중 정부를 「실각」시킬  것이며(웨이드 교
수의 기고문 내용을 소개한 국내 언론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러
나 이 대목의 표현이 너무 치명적이라고 보았는지 「급격한 정치
변화」 정도로 번역해놓았다), 이후  새롭게 등장한 정부가 모라
토리엄을 선언하고 이자율을 즉각 낮추며 시장에 자금투입을  시
작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IMF 정책을 전격적으로 역전시키
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태가 이렇게 된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드 교수는 위기 당사국은  IMF 정책이 요구하고 있는  고금
리, 긴축정책, 저인플레의 우선순위 구조를 배격하고, 채권은행과 
외채상환 일정을 재조정할 때 더 강경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이자율을 거의 영에 가까울 정도로 끌어내려 돈을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투기성 자본을 통제하는 장치를 도입하고, 수출산
업에 자금 보조를 하고 신장된 수출로 인한 이윤을 근거로  내수
시장을 부양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방측은 
단기성 투기자금의 이동을 보장하는 정책을 이들 아시아  국가들
에 무리하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나아가 이들 자본의 이동을 규
제하는 세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자율을 내리고 단기성 자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마
련하며 지역내 국가들과 협력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아시아 경제의 불안정성은 마치 「물고문」처럼 되풀이되리
라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런 글이 실렸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겠거니와,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정권교체 시나리오까지 예
상할 정도로 강도 높은 저항은 물론 상황 개선은 바랄 수 없다는 
그의 논지는 우리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내부적 부실의 개혁
도 필요하지만, 그 개혁의  방향이 그의 경고대로  불안정, 가난, 
대외종속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시급히 시정에 나서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패권 추구하다 오히려 패권 기반 상실할 수도

이런 상황에 아시아 경제위기의 현실을 대하는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정책이 제대로 돼 있는지의 논란이  역시 미국 내에서 일고 
있다. 클린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아시아의 기
존 판도에 무언가  변화를 꾀하려는 상황에,  당장 일본에서부터 
일정한 저항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
는가 하는 고민이다.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 그룹이 분석하고 있는 아시아의 기류는 다
음과 같다. 우선, 냉전체제가  유지돼오던 지난 시기에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국가들에 군사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지원을  해온 
것이 이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이 지탱된  주요 기반이었다. 그러
나 탈냉전 이후 세계화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이 지역 국가와 시장
이 이제는 미국의 공략대상이 됨으로써 미국에 대한 저항감이 그
간 친미적이었던 이 지역 지배계층, 대자본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는 것이다.

미국 지원하에 수립됐던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권과 그  후계
체제인 하비비 체제가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이 그런  본보
기이며, 일본에서는 이런 경향이 훨씬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시모토 정권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쾌감
과 일본 사회의 반미 감정은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위상을  매우 
불안정하게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호소카와 전 총리마저
도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논문에서 공개적으로 오키나와  주
둔 미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새로운 기류에 대해서 미국은  다
소 긴장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 냉전체제하에서  동맹의 기반이 
됐던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와 함께 장차 미국의 패
권을 유지해나가는 데 있어서 새로운 장애가 등장하는 것을 의미
하기 때문이다.






 [3] 제목 : [세계통신] 순응하는 DJ, 저항하는 마하티르 4

『포린 어페어스』의 편집자 패리드 자카리아는 7월10일자  「뉴
욕타임스」에 이와 같은 기류를 우려하는 장문의 기고문을  실었
다. 그는 지금 같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계속 진행되면 결국 아시
아 내에 새로운 보호주의의 움직임이 급속히  등장할 것이고, 이
것은 그간 미국이 개방시키려고 노력해온  이 지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져서 미국의 세계적 패권 유지에 불안정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미국이 배후에서 영향력을 발
휘하고 있는 IMF 정책도 그런 차원에서 재검토하여 이들 지역의 
정치·경제가 파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일부 지식인들과 정책결정자들이 아시아  경제
위기야말로 미국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며, 아시아적 가치
의 파산을 의미한다고 주장해서 이들 지역과 미국간의 관계를 악
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자세가 더  많이 나타날수록 아
시아는 서구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며, 특히 IMF 정책이 진행되
면 아시아 경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했으나 그 결과가 다르게  나
타난 것은 IMF 정책의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카리아는 이제라도 클린턴 정부는 아시아인들이  미국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끔 협력하고 지원하는  노력
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사태가 불가피하게 외채상환 불능
상태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 대응이 패닉상태에서 자본의 집단탈
출방식이 아니라 질서정연한 방법으로 그 나라의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일에서 미국 외교
정책이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결국 아시아 내에서는 상호 적
대적인 보호주의가 확산돼 1930년대 이후의 유럽 상황과  유사한 
역사가 재연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하며,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심각한 갈등과 대
립이 민족이나 국가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견해는 미국식 표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아
시아의 정치경제적 질서를  낡은 것으로 인식,  해체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견해에 대한 중대한 제동이다. 미국이 패권을 강화하려
다가 도리어 그 패권의  기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논리의 출발점이 미국의 패권 유지에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그대
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아시아의 반감을 가져올 정책
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정책 흐름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런 차원에서 보면,  김대중 모델은 세계질서의  불안정한 계기를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고, 마하티르 모델은  그런 계기에 대
한 배타적 대응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금까지의 논의들을 염두에 두면서,  아시아 통화위기 1주
년을 되돌아보자.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대목에서 정확한 인식을 
갖추지 못했는지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주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그때 사정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3일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던 태국의 바트화가 비틀거리면서 IMF에 지
원을 요청했고, 그때 우리나라는 태국에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당
시 우리나라는 대선 전초전을 앞두고 신한국당에서 후보  선출을 
둘러싼 정치적 혼전이 시작되고  있었고, 동남아와는 실물경제의 
기본이 다르다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최근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집중적 연구
로 국제적 성가를 올리고 있는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의 아시
아 금융위기 일지에는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사태를  아시아 
위기의 첫 신호탄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7월1일에는 
기아자동차가 부도 위기에 몰려  긴급구제를 신청한 상태였는데, 
이런 상태가 금융위기와 연결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국내 문제로만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미  국제금융자본 측에서는 이런저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아시아 경제의 절정은 일단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돈을 계속  대주었다가는 손해를 보
지 않겠는가라는 집단적인 자본퇴장 심리에 영향받은 것이다. 아
무튼 7월11일이 지나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
서 통화가 동반 하락했고, 아시아 금융위기는 본격화했다. 24일에
는 거의 통제불가능하고 전면적인 통화위기가 드러나면서 동남아 
경제를  이른바  금속이  녹아나는  현상에  비기는  「멜트다운
(meltdown)」이라는 용어가 국제 언론에 등장한다.

동남아 국가들의 생산규모가  과잉 또는 중복투자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중국까지 가세한 가격경쟁에서 이 지역 경제가 수지타
산이 맞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으며, 그로써  수익이 떨어지는 조
짐이 보이자 단기성 자금들이 대거 퇴장 또는 더 이상의  만기연
장 없이 즉각적인 회수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 좋다던 「펀더멘털」 어디로 갔나

그래도 만약 이때에 신속하게 생산 규모의 단계적인 조정과 협상
을 통해서 투자자본 상환을 계획성있게 전개했다면 그 후의 급작
스러운 위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
라당은 물론이고 김대중 진영조차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치밀한 
점검과 장기적 대비에 나서지 않았다. 대선의  주제는 바로 이러
한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돼야 했지만, 언론과 정계 
모두 누가 대권을 쥐게  될 것인가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떤 내용으로 신정부의  미래를 채워나갈지, 밀도  있는 논쟁이 
학계나 진보적인 지식인 집단 내에서조차 없었다. 동남아 위기는 
남의 이야기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동남아에서 뭉칫돈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이 
지역 경제는 극도의 자금고갈 상태에 빠졌고,  더욱이 이들 나라
의 통화를 확보하고 있던 투기 금융자본들이 이들 통화를 급하게 
팔아치우면서 통화 위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
들은 통화 방어를 위해  보유 달러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고, 그 
돈은 고스란히 이들 투기자본에 넘어가게 됐다.  이렇게 돈은 바
닥이 났고, 더 이상 꿀 수도 없고, 당연히 빚독촉은 심해지는 상
황에 외채위기가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며 확대된 동남아 현실에 대해서 우리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눈을 돌리지 않았고, 펀더멘털, 이른바  실
물경제 기초가 튼튼하다는 식의 말만 되뇌고  있었다. 여야 모두
가 이 말의 현실성을 비판적으로 짚어보거나,  또는 앞으로 불어
닥칠 경제위기를 정치적 화두로 삼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미 우리 경제도 90년대 초반, 특히 OECD 가입을 계기로 단기
성 투기자금의 움직임에 폭넓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가볍게 여겼
던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가 국제 금융자본의  방만한 운동이 초
래하는 파국적 현실에 대해서 계속  경고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모순을 정확히 포착한  논리였
다.




 [2] 제목 : [세계통신] 순응하는 DJ, 저항하는 마하티르 5

외채위기가 터지면서 당시 김대중 당선자 진영이 긴박하게  주동
적으로 움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미국과 IMF가 이미 프로그램
화되어 있던 외채협상 스케줄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
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1982년 당시  미국 연방은행장 폴 볼
커가 구체화하고, 이후 「베이커 플랜」으로 치밀하게 작성된 외
채협상 프로그램이 그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하면,  외채위기에 놓인 국가에  일단 「브리지 
론(bridge loan)」을 공급함으로써 이들 나라에 돈을 빌려준 금융
자본의 손해를 급한 대로 막는다. 두 번째 단계는 IMF가 주선하
는 외채협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채권단은 채무국이 IMF 요구조
건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이 협상에 임하게 되고, 여러 나라로 
구성된 하나의 채권단은 가능하지만, 이들과 단일협상을 벌일 수 
있는 채무국들의 채무단 형성은 불허된다. 이를  통해서 리보 금
리보다 높은 이자를 책정, 이들 서방은행들이  빌려준 돈이 자국
내 중앙은행에 의해 부실 부채로 분류되지 않도록 한다.

그 과정에 이 은행들은  IMF로부터 상당 규모의 돈을  돌려받아 
채무를 일차적으로 처리하고, IMF 구조조정을 통해서 이들 채무
국 내에서 훨씬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받는 이중의 이익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채무국은 이자부담 가중은 물론, 자국 금
융시장의 보호막도 철거해야 하는 상태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외채협상 프로그램과 그 결과에 대해서 『파이낸셜  타임
스』 7월5일자는 또 다시 IMF 정책에 재고가 필요하다는 논평을 
게재했다. 일본에는 내수시장 부양책을  촉구하고 그것을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중요한 동력으로 보면서, 다른 나라들에는 그와
는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풀게 해서 내수시장을 기진맥진하게 만
들어버린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공기업 민
영화 과정에 일정한 방어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외국자본들이 컨
소시엄을 형성해 공동으로  주식 점유를 시도한다면  간단하고도 
신속하게 아시아의 알짜 공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 신문은 아시아 위기 1주년의 현실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
다는 논평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동남아  위기가 진행되던 
당시 한국의 경우 「펀더멘털(fundermental)」이 좋다던, 바로 그 
실물경제의 기초가 급속하게 허물어져 가는 상황을 분명하게  직
시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를 반영하는 프
로그램에 무한정 끌려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실물경제를 
살려내는 방향으로 새로운 위기극복 모델을 시도할 필요가  제기
된다. 미 연방은행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거론하면서 미국 은행들
의 과잉대출 경쟁을 경고하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안 모색에 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 연방은행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조만간 미국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경기하강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출에 
영향을 줄 아시아 시장의 위축과, 값싼  아시아 물건의 유입으로 
인한 내부 경쟁력 약화, 특히 국내적으로는  최근 제너럴 모터스
의 파업사태로 나타난 산업시설 가동률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전
개되고 있어서 금년 후반기 미국 경제 전망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은행은 미국 은행들이 경기호황에 대한 낙관론에  의존해 
과잉대출 경향을 보이고, 위험도가 높은 대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미  연방은행의 금융시장 감
독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의 경우  그런 기능이 적
시에 발휘되지 못한 것이 오늘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원인 중  하
나가 되었다는 점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미 연방은행의 경고는 
물론 80년대 초반 미국 은행들의 도산사태와 금융시장의  동요에
서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경기순환 과정에 하강국면
에 대비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과잉대출 및 경쟁과 위험한  대출
은 악성 부채가 돼서 금융시장 전체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을 우
려하는 것이다.

미 연방은행 측은 애초에 경기과열을 다소간 냉각시키기  위해서 
이자율 인상을 고려했었다. 이자가  높아지면 과잉대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과잉공급되고 있는 금
융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높은 이자율을 겨냥해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금융자본들이 달러화  구매에 치중, 아시
아 통화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고, 미국 증시도 불안정해
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자율 변동을 통한 경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투기성이 높은 금융자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과정에 이렇게  은
행과 증시가 서로 경쟁관계라는 사실은 미 연방은행을  고민스럽
게 하는 대목임을 알게 한다. 이는  투기적 운동방식에 압도적으
로 지배되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의 딜레마, 다시 말해 이를 통제
할 수단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미국 금융시장의 본질적 한계이기
도 하다. 세계공황을 겪은 1930년대에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
이론」을 내놓은 케인스가 이미 미국 증시의 항상적인  불안정을 
지목하고, 금융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리
고 산업자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중요하
다고 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에도 탁견이 아닐  수 없다. 
과잉생산과 과잉대출, 여기에 투기자본이 결합할 경우 사태는 걷
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금융자본의 운동과 성장도 결국 그 한계는 산업자본의 성장 
수준과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의 운동영역이 국가의 자율적 통제권에 상당 정도  결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특히 제3세계의 경우, 그러지 않으면 그 경제
는 파행을 면치 못하며 위기대응의  방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외국 자본과 강대국의 요구에  굴복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김대
중 모델은 마하티르 모델이 제기하고 있는 비판적 문제의식을 충
분히 소화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재편돼야 오늘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 제목 : [세계통신] 순응하는 DJ, 저항하는 마하티르 6

장기적 거시적 산업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21세기를 지향하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산업전략을 우선
적으로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단기적 대응에만  급급한 것은 향
후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오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산업전략은 남한이라는 반국적(半國的) 영역을  넘어서는 한반도
적 차원에서 인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협력구조를 전제로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것은 향후 
남북간 통일경제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경제권의 미래를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연합이나 유럽연합과 대등한 위치를 갖는 것으로 만드는  바
탕이기도 하다.

동북아 경제권의 형성은 동남아 지역경제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
블록과의 의미있는 교류와 결합에도 중대한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산업전략을 근거로 한 정책 방향은, 우선적으로는 
산업구조 조정의 설계도를 제시함으로써 「빅딜」의 형태로 진행
되고 있는, 지금 같은 거래적 접근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으며 
바로 이러한 전제를 기초로 금융체제의 개편을 추진해나갈 수 있
게 할 것이다. 금융개혁은 투기자본의 운동영역을 최대한 줄여나
가면서 산업자본의 육성을 지원하는 체질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
로 하지 않으면 국제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윤추구의 구조를 만드
는 작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둘째, 동북아 경제권의 물류중심적  기초공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치밀하게 개발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햇
볕정책은 탈냉전시기 남북관계의 성격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한편, 더 거시적이고 구체적인 민족발전 전략을 담아내
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햇볕정책은 이념논쟁에 계속 
시달릴 것이며, 섬세한 전략구도를 갖지 못한 상태에 그칠 수 있
다(단,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햇볕정책이라는  말 자체에 
우리가 상대의 외투를 벗겨주겠다는 식의 우월감을 내포하고  있
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여튼 이러한 물류중심지 프로젝트는 일단 남북간 물류  운송기
반을 다지는 일을 비롯해 이에 직접적 이해를 가지게 될  미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협력체제를 형성해나가는 경제외교
적 작업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는 세계화 과정에서 그 비중이 역
설적으로 중요해져가고 있는 지역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동북아 전체의 물류가  원활해지려면 허리에 해당
하는 한반도의 물류망이 핵심이므로 이를 위한 남북  당국자간의 
정치협상은 민족적 충정과 의지로 인내심 있게 풀어갈 각오를 해
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강국들이  주도하는 흥정에 휘
말려 들어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아무튼 여기서 강조하려는 것은, 한반도 경제가치의 상향 조정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외채부담을 풀어나가도록  해야 하며, 자산매
각을 위주로 하는 현재의 방식은 미래의 역량을 스스로 제한하는 
자해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일단 이런 방향으로 물류중심
지를 위한 프로젝트가 국제화한다면 한국경제에 대한 투자가치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며,  우리를 분단의 질곡  속으로 끌어들였던 
군사적 갈등과 대립의 문제도 해결 단서를 찾게 될 것이다.

공기업, 외국 자본에 대한 매각정책 중단돼야

셋째, 공기업 민영화, 더 구체적으로는 외국자본에 대한 매각정책
은 중단돼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경우 발생할 각종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민영화가 공기업의 비효율
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의 경제파산은 공기업의 경영
부실이 아니라 민간의 파행적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먼저 상
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대상목록에 들어간  공기업 중에는 국가
적 차원에서 핵심적인  산업전략적 의미가 있는  것들이 포함돼, 
이들을 외국자본에 넘겨줄 경우 한국은 국가산업전략을 자율적으
로 세울 수 있는 기반을 상실하고 만다는 점이다. 이것은 당장의 
자금수혈에서 얻는 이득 이상의 장기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미국 경제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산
업분야는 외국자본의 소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통신분
야를 비롯해서 첨단무기 개발분야 등 미국의 국제적 주도권 유지
에 치명적일 수 있는 분야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장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통일경제의 구축에 있어서 기본 역량이 될  수 
있는 철강·중공업·통신·전력 등 분야를 외국자본의 손에 매각
하는 것은 두고 두고 뼈저린 실책이 될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해나가는 데에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된
다.

공기업은 공적 가치의 실현에 그 존재이유가 있는데, 이윤동기를 
절대적 원칙으로 삼는 사적 자본의 이해관계에 이를  내맡긴다는 
것은 정부의 공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금사정의 
압박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면, 민영화대상 공기업의 선택
은 더 신중하게 재고돼야 할 것이다. 공적 가치의 방어에 실패한 
정부는 조만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
다.

넷째, 브레턴우즈 체제의 달러에 대한 금태환이 붕괴된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금융·재정정책 변화에 대한 연구(이 연구는 미국의 
금융자본이 어떤 방향으로 그 생존방식을 변화시켜왔으며  제3국
에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는가를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작업
이다), IMF와 세계은행이 추진해온 구조재조정과 외채협상 프로
그램에 대한 정밀한 연구작업을 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소를 만들
거나 이에 주력하는 민간 연구소 내지 대학 연구소를 집중  지원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연구소들은 연구성과와  자료에 대한 국제
적 교류를 핵심적인 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이들 연구소는 
또 사적 이해에 묶이지 않은 위치에서,  경기변동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예측으로 경보를 발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성과가 지속적으로 축적된 바탕 위에서 정책이  결정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자율적 역량은 제한적이고 오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김대중 모델과 마하티르 
모델 등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도처에서 힘차게 일어나는 것이
다. 이는 우리에게 절박한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국내 자본은 노동의 생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노
동은 자본이 국가적  차원의 경영전략을 갖도록  촉구해야 한다. 
현 위기는 내부자본과 노동 모두가 외국자본의 공세 앞에 취약하
게 노출돼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노동과 자본은 
「상호 우군(友軍)적 위치」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지 못
하면 자본과 노동 모두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세력은 당장의 급박한 생존권 수호만이  아니
라, 국가적 산업전략의 중요성, 공기업 수호 등의 거시적 목표를 
대전제로 내건 새로운  형태의 투쟁노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자본은 무엇보다 노동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윤의  기초를 
축적하는 원시적 단기전략을  버리고 민족공동체의 성장을  위한 
자본의 새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실로 지금 함께 살아가는  데 요구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그  앞에는 무수한 도전이 있겠지만, 「열린 
민족주의」와 「정의로운 세계화」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진로를 뚫어나가야 한다. 이 위기의 시대에 민족공동체의 자주적 
생존권도 지켜내고, 급변하는 현실에서  낙오하지도 않으면서 빈
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양극화를 저지하는 한편, 인류 사회의 미래
에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역량있는  우리로 거듭나기를 
절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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