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두관점) 날 짜 (Date): 1994년07월26일(화) 03시40분54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 대학총장들의 지지성명 대학 총장들의 `지지 성명' 조문 파동에 이어 한 카톨릭 사제 대학총장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또 다시 빗나가고 있다. 지난 21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 총장의 ` 무지의 폭력'을 대신 사과한 데 대해 답변이라도 하듯이, 엊그제는 대학 총장들이 박 총장 발언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평소 일부 학생들의 과 격시위를 걱정해온 국민들로서는 박 총장 발언으로 철렁했던 가슴이, 우 리 사회의 양심과 지성을 대표하는 신부와 대학총장의 정반대 평가로 해 서 더욱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으리라 짐작된다. 유감스럽게도 매스컴마저 일방을 깔아뭉개거나 다른 일방을 과대포장하여 사실 자체를 왜곡해 전달 함으로써 이러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지난날 어두운 권위주의 군사정부 시절,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서 서로가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당시의 정의구현사제단과 야당 총재, 곧 오늘의 사제단 신부 들과 현직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보여주는 엇갈린 평가는 그러한 혼란 을 더해준다. 애초 문제가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었다. 박홍 서강대 총장이 일부 `주 사파' 학생들이 비밀리에 평양을 드나들고, 김정일과 그 산하 조직의 지 령을 팩시밀리 등을 통해 받고 있으며, `공산당'에 가입한 숫자만도 2, 3 백명에 이른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 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이나 증거 제시는 없었다. 총장이 타슈켄트인가 어 디서 직접 보았다는 팩시밀리나, 베이징서 만난 김일성대학 교수의 주장, 혹은 검찰이 발표한 지금까지의 남북 학생간 교신내용 따위는 이들 학생 들의 지나친 친북 성향이나 직접교류 시도를 뒷받침하는 자료일 수는 있 어도, 방북, 노동당 가입, 김정일의 배후조종과 같은, 간첩행위를 연상시 키는 범죄행위의 증거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할일은 하루빨리 총장 자신이 갖고 있다고 말한 `증거'를 제시하고, 수사당국이 그 증거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결과를 보고, 문제의 학생들을 `사상의 공개시장', 이를테면 한 외지가 제의하듯 전문가를 상대로 한 텔레비전 공개청문회 같은 데에 내세워 국민의 심판 을 구할 것인지, 혹은 명백한 범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법적 처리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이 간단하고도 명명백백한 사리를 일부러 외면하고, 총장의 말에 의문 을 수구잔사람은 모조리 `주사파' 옹호자로, 친북주의자로, 김일성주 의자로 내모는 어제 오늘의 매카시적 분위기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위험 천만한 사태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열린 사회'의 토론문화를 원천 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총장의 발언을 빌미로 학생운동 전 체를 매도하고 그 목적조차 불분명한 `더러운 사상논쟁'으로 사회를 긴장 시키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한반도 상황 특히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두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대학 총장들이 박 총장 발언 지지 성명을 낸 것은 온당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의 발언을 계기로 대학의 책임자들이 일부 과격 학생들의 빗나간 의식과 행동에 대한 교육적 대처방안을 함께 논의 하는 것이야 백번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작업도 발언 내용의 사 실 확인을 통해 진실을 밝힌 다음의 일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