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oliton (김_찬주) 날 짜 (Date): 2008년 11월 14일 (금) 오후 01시 12분 21초 제 목(Title): Re: 한미 FTA 단상 1. 현 대통령이 노무현이라면 과연 동일한 주장을 했을 것인가? --------------- 제 생각에는 당연히 '아니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이 입장을 바꿨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지휘하고 결정할 수 있는 대통령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주장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차이가 없으면 오히려 잘못된 것이지요. 특히 전략을 좋아하는 노무현의 성향을 고려해볼 때 노무현이 대통령이라면 조금이나마 협상력을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주장을 스스로 나서서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것은 'Anything but 노무현'과 비슷한 현 정권하에서의 입장 표명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죠.) 그러므로 위의 질문이 노무현의 입장 변경 여부를 판단하는데 크게 유의미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노무현이 현 대통령이라면, 현 정권처럼 적극적으로 비준을 하자고 밀어붙이지는 않겠지만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관계 부처에 재협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겠지만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했겠지요.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끝까지 거부할 것인지, 우리가 새로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이지 등등에 대해 검토시켰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얼마전 노무현의 글에 있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입니다. (재미삼아 조금 더 추측을 해보자면 이런 재협상 대비 움직임이 거의 틀림없이 밖으로 새어나갔을 것이고 그래서 조중동에서 큼지막하게 떠들었겠지요. 입장을 밥먹듯이 바꾸며 본색을 드러낸 노무현 어쩌고 하면서요.) 또한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언론에는 보도가 되지 않고 있을지는 몰라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계속해서 재협상을 공언해온 상황에서 현 정부가 아무리 재협상에 반대한다고 해도 그에 대해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무작정 선비준만을 밀어붙일 바보들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에서도 비준을 무작정 밀어붙이지만은 않겠다고 한다는 보도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그쪽에서도 합리주의자들의 주장이 약간씩이나마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스스로가 본인의 글에서 덧붙이고 있듯이 이번의 입장 표명은 노무현으로서는 상당히 고심을 한 결과물일 것입니다. 현 정권의 압박이나 언론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어느 것 하나 호의적인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재협상을 언급하게 되면, (지금 바로 보고 있듯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무현이 말을 바꿨다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 명백합니다. 노무현이 이런 정도도 추측하지 못할 사람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글을 쓴 것을 보면 나름대로 뭔가 절박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막연히 제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아무리 노무현이 지금은 시골에 묻혀 산다고 해도 다양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을 것인데 이런 정보망에 의하면 현 정부가 (정말로) 재협상에 대해 거의 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위에서 저는 현 정부도 나름대로 재협상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지만 그런 검토는 형식적인 수준이고 실제로는 청와대에서 여전히 선비준에만 목을 매달고 있을 경우 노무현으로서는 자신이 무리를 하더라도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절박함을 느끼면 다른 사람들이나 언론에서 뭐라고 왜곡(혹은 오해)하든 할 말을 하는 것이 노무현의 스타일이니까요. 저는 이런 정도가 현재 상황을 나름대로 무리 없이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으므로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