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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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learsea (晴海)
날 짜 (Date): 2008년 11월 12일 (수) 오후 01시 37분 46초
제 목(Title): 한미 FTA 단상



참여정부에서 한미 FTA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눈에 익은 이름이 하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된 김현종.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는데, 오래 전에 미국  

학회의 여흥자리에서 한번 자리를 같이 했던 사람이었다. 그 때 김현종의 

우리말이 어눌해서 혹시 재미교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고, 

서투른 우리말로 좌중에 끼어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약간 안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었다. 


그 사람이 통상교섭본부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상당히 놀랐다. 

외교 베테랑도 아닌데 우리나라 통상협상의 실무 최고책임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무슨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알게된 김현종 발탁의 

에피소드 한 편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물론 내가 모르는 노무현 나름의 

발탁 이유도 있겠지만, 전후를 살펴보면 그 에피소드가 시사하는 바가 

제법 큰 영향을 미쳤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교통상 실무자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김현종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해서 노무현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캐나다와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다고 슬쩍 흘리면 미국이 

달려들 것이다. 그 때 미국과 협상을 하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노무현은 전략을 좋아하는 정치인이었다. 험난한 우리 정치세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전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노무현은 경제를 잘 모르는 정치인이었다. 그 점은 자신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경제 개방과 경쟁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은 

주위의 자문으로 들었을테고, 그 위에 김현종의 협상전략을 들어보니 

옳다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생겼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 당시 걱정했던 것은 김현종이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미국과 통상협상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김현종의 이력과 주장을 참조하면 그가 미국적이라는 평가는 금방 나온다. 

조기유학, 컬럼비아 로스쿨, 미국 로펌 근무, 그리고 한국 로펌을 거쳐서 

외교통상부에 들어왔고, 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해왔던 것을 보면 

그런 평가가 전혀 무리가 아니다. 개방이라는 큰 방향은 동의할 수 있어도 

통상협상이나 자유무역협정의 구체적 내용까지 한국식으로 잘 꾸려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한미 FTA가 체결되고 주요 언론에서 김현종 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를  

"검투사" 등으로 엄청 띄우는 것을 보고 내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한신대 이해영 교수 등의 반대파 얘기들을 읽으면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한미 FTA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어떻게 흘러갈지 그냥 관찰해왔다. 


드디어 노무현이 한 마디 했다.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물론 재협상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뭔가 상당한 사정변경이 

생긴 것처럼 "대충" 설명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추진했던 

한미 FTA를, 그리고 체결했던 그 협정을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불과 몇 개월만에 주장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올해 초만 해도 

한미 FTA가 대한민국 번성의 고속철도인 것처럼 얘기하더만 

무슨 심각한 사정변경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오바마 당선? 

그래서 심상정이 토론을 하자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 같다. 

한미 FTA를 체결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한미 FTA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부연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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