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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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learsea (晴海)
날 짜 (Date): 2008년 06월 07일 (토) 오전 03시 42분 18초
제 목(Title): 재협상 의지가 없다



어제 이통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재협상을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곤란하다는 취지의 재협상 불가 의지를 천명했네요. 진퇴양난의 

곤혹스러움을 이해는 하지만 일국을 책임지는 최고 통수자로서 이렇게 

센스가 없냐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거의 동시에 지금까지 별 말 

없던 미국측 관리들이 여러 곳에서 재협상 불가를 외쳤다는 언론보도가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호기심이 발동해서 탐정놀이를 

한번 해봤습니다. 


어제까지 이통이 재협상은 불가라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며칠 전에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립서비스를 했죠. 중간에 버시바우 소동이 있었습니다. 

외통부 장관이 버시바우를 불러서 VER 부탁을 했는데, 그 날 버시바우는 

우리 국민의 감정을 긁는 발언과 함께 재협상 불가를 외쳤죠. 

한나라당에서는 뒤늦게 버시바우와 2주 전에 협의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VER을 그 때 요청했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동시에 뒷북을 친 외통부 

장관이 한심스럽다고 논평했습니다. 


위의 단편적인 사실들과 그 동안 정부의 태도를 보면 대한민국 외교가 

그 동안 어떻게 흘렀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쪽에 

재협상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타진이 최고위급이 

아닌 실무진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 미국 관리들의 여러  

입장표명이 있었겠죠.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이슈에서 실무진은 기존 

입장을 앵무새같이 반복할 것은 뻔한 것입니다. 이런 반응까지 종합해서 

이통에게 재협상이 성사되기 힘들다는 보고가 올라갔을 것입니다. 

그 보고를 듣고 이통은 어제 점심 때 재협상 불가라는 대국민용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 중간에 VER이 한미 사이에 왔다갔다한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우리 외교가 진행되었다면 참으로 암울합니다. 쇠고기 

협정은 전후좌우상하를 따져보면 이통이 최종적으로 직접 지시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통이 워싱턴 DC에 있을 때 심야회의를 했고, 그 몇 시간 뒤에 

협정이 전격 체결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즉, 캠프 데이빗에 

가서 부쉬에게 선물 하나 던져주고 친구 사이도 되고, 동맹도 강화하고, 

FTA 협조도 받는 등의 무지개 환상에 사로 잡혀서 선물 준비를 마무리한 

것이죠. 그리고 기고만장하여 미국 경제인들 모인 자리에서 

"노동부(농림부)"가 쇠고기 협상을 타결시켰다고 자랑하고 난리를 쳤죠. 

캠프 데이빗에서 부쉬에게 몬태나산 32개월 쇠고기도 좋다고 너스레까지 

떨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이통이 문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쇠고기 협정과 같은 큰 쟁점은 한번 틀어지면 실무진 

수준에서는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열망인 

재협상을 성사시키려면 고도의 외교적 술수가 필요한 것이죠. 제 생각에 

재협상을 이끌어내려면 가장 중요한 포석이 이통이 부쉬에게 "비공개적으로" 

전화를 해서 협조를 이끌어내는 노력입니다(비밀 외교). 캠프 데이빗에서 

친구 먹었다고 했으니, 전화해서 부쉬 너가 어려울 때 대한민국은 

이라크에 파병했다, 국내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도 파병 연장도 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나를 좀 살려달라, 이런 식으로 하면 

부쉬가 똑 부러지게 거절하기는 힘듭니다. 그렇게 실마리를 풀어가는 정성이 

필요한데 그런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버시바우, USTR, 미국 농림부 

등을 상대해서는 묘책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이통의 어제 발언 내용으로는 어떤 노력과 경로를 거쳐서 그런 의지를 

갖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소통을 국민과 하고 

싶었다면,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 이런 저런(구체적으로 설명) 

모든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 재협상은 잘 안 되겠더라, 블라블라... 

이런 식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이 되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정주영 회장의 특기가 "해봤어?"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고 하죠.)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준 행보로는 재협상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우리 정부가 재협상 의지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제가 생각한 방안의 존재를 

몰랐을리 없습니다.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채택하지 않은 것이죠. 

이것은 이통이 쇠고기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촛불이 횃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며칠 전에 적은 글 하나 첨부합니다. 


<다시 생각해본 대한민국 외교>

이미 정부/여당이 쇠고기 협상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이니 협상 자체에 대한 평가는 내려졌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정부의 최근 외교적 움직임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봤습니다. 

현재 드러난 사실을 참조하면 이번 협상의 최고 책임자들은 대통령, 
외교통상부 장관, 농수식부 장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그 가운데서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고 있는 외교안보수석의 역할이 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그림을 보면서 관련 정보를 취합하여 
국정 최고책임자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협상 전후에 외교안보수석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제 외교부 장관이 미 대사를 불러서 VER(Voluntary Export Restraints)을 
요청했습니다. 미 대사는 돌아서자마자 "과학" 운운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을 긁었습니다. 이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버시바우가 야당 
대표에게 불쑥 전화해서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 불과 2 주 전 일인데, 
버시바우 성향을 그렇게도 몰랐을까요? 버시바우가 그런 식으로 발언하면 
한미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입을 막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보였어야 하는데, 덜렁 외교부에 불러서 오히려 입을 
열게 했으니 도대체 외교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재보선이 코 앞이라서 "쇼"를 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대로 하려고 했다면 외교안보수석이 그 전에 미 대사를 "비공식적"으로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여(외교안보수석, 영어 잘 합니다^^), 적어도 
국민감정을 긁는 발언은 하지 않도록 협조를 받아내는 것이 좋았습니다. 

현 시점에서 적절한 재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외교협상술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대통령도 외교에 당장 동원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버시바우를 궁극적으로 진정시키려면 위에서부터 
누르는 정치적 묘수가 필요한 것이지요. 결국 미국 대통령, 국무부 장관과 
USTR 수장의 협조를 이끌어낼 비상한 수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서투른 외교를 하면 무역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것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외교는 당연히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으로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교포도 외교관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규정이 적절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외교에 있어서 "국적"은 그만큼 
까다롭게 적용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것이 외교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토론회에 나온 외교부 실무책임자들의 발언들을 참조해보면 미국 대사의 
발언과 비슷합니다. OIE "과학" 이야기죠. OIE "과학'만 과학이고, 
나머지 과학은 과학이 아닌가요? 저같은 아마츄어도 인터넷만 뒤져서 
미 대사의 "과학"과 전혀 다른 과학 이야기도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었는데, 우리 외교관들은 그것을 못/안한 것이지요. 재협상을 대비해서 
우리 관료들이 정보 수집을 제대로 하고 있어야 되겠습니다. 

국민들이 이렇게 원하고 있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도 재협상을 
결의해준다고 하는데 그것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외교를 정부는 보여줘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 장관과 먼저 "비공식적"으로 접촉하여 
다음과 같은 핵심을 설명하고 재협상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아시다시피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이것은 기본권과 
관련된 쟁점으로서 정부로서는 국민의 뜻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2) 한미는 동맹국이다. 한국이 어려울 때 미국이 도와주면 한미동맹은 
더 굳어진다.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한 예를 상기하자.
3) 협정문대로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재협상하는 것보다 국내의 미국 쇠고기 소비가 오히려 여의치 않을 수 있다. 
4) 양국의 장기적 동맹 우호관계를 위해서 미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고려해주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이 대통령도 고위 외교관으로 직접 뛰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적 쇄신을 
한다면, 학자든 아니든, 부자든 아니든, 특정 교회와 인연이 있든 없든, 
생각이 반듯한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를 발탁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임>
이래나 저래나 잘 풀리면 좋겠는데, 돌아가는 정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네요. 협상 한번 잘못하면 그 여파가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원글은 제가 나름대로 급하게 짚어본, 
정부가 시급하게 움직여야 될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적인 사항일 뿐입니다. 
국민의 재협상 열망을 큰 손해 없이 이뤄내려면 그 외에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요소들이 제법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잘 해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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