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izoa (우소) 날 짜 (Date): 2008년 05월 28일 (수) 오전 10시 34분 04초 제 목(Title): Re: 친일사관 말씀하신 내용 중에는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의문이 있는 부분도 있어 다시 글을 씁니다. (1) 박정희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면 박근혜의 정치생명이 끝날 것인가? 박정희의 집권 시절부터 박정희는 자신의 만주군 복무 경력을 숨기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정운현, <실록 군인 박정희>) 따라서 알려지지 않았던 친일행적이 더 알려질 것이 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또한, 박정희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세간의 속설이 오히려 과장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 저는 박정희를 친일파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나 그에 대한 과거사위원회의 명단공개가 필요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만주 군관학교 입학을 위해서 천황에 충성한다는 혈서를 썼다'라는 것은 오마이뉴스의 정운현이 조사한 바로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재미언론인 문명자씨가 박정희의 임관전 동료에게서 독립군 토벌이 있을 때마다 '좋다! 출진이다!'하고 박정희가 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은 단지 문명자씨의 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기록으로, 박정희가 독립군이나 팔로군을 상대로 그같은 전투행동을 했다는 다른 기록은 없습니다. 또, 만주군 특무부대로 독립운동가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특무부대 생존자가 이를 부정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당시 만주군 8단이 상대할만한 독립운동 세력은 만주에 없었고, 또 박정희는 단장 부관인 소위일 뿐이었습니다. 박정희의 친일활동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그는 빈농 출신으로 당시에 열려있던 몇가지 안되는 입신의 길을 찾아 사범학교와 만주 군관학교에 입학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시로는 늦은 27세에 졸업하여 1년 동안 단장부관을 하고 보니 어느덧 해방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남로당밀고사건에서 보이듯 그는 시대의 조건에 충실하게 부역하여 출세의 길을 노렸던 기회주의자로 보입니다. 물론 일본의 지배가 수년간 더 지속되었다면 박정희는 직접 독립운동가들을 죽이고 고문하는 일을 맡았겠지요. 하지만 28세의 중위로 해방을 맞는 그가 한 친일은 여기까지 입니다. 현재 박정희를 따르고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과연 위와 같은 박정희의 친일행적을 모르거나 오해하고 지지하는 것일까요? 저는 알고도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를 친일파로 비판하는 것은 부분적인 효력밖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친일 부역 세력의 미청산이 현재 한국에 대해서 가지는 의미 프랑스 식으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한국현대사의 비극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 한국에 대해서도 유효한 시각일까요? 2008년 이 시점에서 친일파의 후손이 한국사회의 권력을 쥐고 한국사회의 문제들의 원인이라는 시각은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으로 단순한 시각이 아닐까요? 이를테면 삼성을 생각해봅시다. 이병철은 일제하에서 쌀도매상과 토지 투기로 돈을 모았습니다. 이때 모은 돈으로 이승만 집권기에 적산불하를 통하여 제일제당, 제일모직, 시중은행 3개 등을 불하받아 오늘의 삼성이 시작됩니다. 이병철이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토지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을 친일부역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권과 결탁하여 적산불하받은 일은 이승만정권의 일입니다. 친일사관을 청산하고 친일파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삼성의 한국 지배에 바뀌는 점이 있을까요?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재벌의 경우, 이를테면 김성수의 경우에는 친일활동이 많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동아일보와 고려대를 통하여 한국의 큰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 유효한 비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이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지는 역시 제한적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민족주의적 선동 보다는 문제의 초점을 군부 독재새력의 부활과 재벌지배의 지속이라는 데 놓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총련을 보니까 민족적재벌=선한 재벌과 친일재벌=악한 재벌로 구분을 짓더군요. 박정희와의 결탁으로 성장한 현대재벌은 친일경력이 없고, 소를 북한으로 보냈으니 선한 재벌이라는 민족주의 담론이죠. 또한 국정교과서에서도 민족자본가들의 활동을 독립운동의 한 가지로 묘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진보주의자들이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는 생각이라 봅니다. 현재에도 기업 해외 매각에 대해서 이런 식의 민족주의 선동이 꽤 먹힙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식의 민족주의입니다. (3) 뉴라이트 교과서의 역사 왜곡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면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축소왜곡서술, 독재미화 등이 크게 잘못되었더군요. 하지만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동학에 대한 재평가, 일제 토지측량사업 재평가 등은 지금까지의 역사 교과서에서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왜곡을 했던 것을 반대쪽 극단을 주장하면서 바로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같은 경청할만한 주장을 종군위안부나 독재미화라는 독과 은근슬쩍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요.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왜곡이 있었던 그동안의 역사교과서에 과학적 서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쪽의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것이니까. 여기서도 문제는 친일사관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현재 한국의 헌법정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