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비교해보죠�`) 날 짜 (Date): 1994년07월24일(일) 02시47분44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 용기있는 지식인의무모함 제 목: [사설] `용기있는 지식인'의 무모함 PAGE: 1/ 4 ------------------------------------------------------------------------------- `용기 있는 지식인'의 무모함 서강대 박홍 총장은 학생운동이 북의 지령을 받고 있다고 근거도 없이 제자들을 매도함으로써 지성인이며, 성직자이고, 스승이기도 한 총장이라 는 `자리'가 당연히 받을 수 있었던 신뢰와 존경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 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 21일 나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성명도 그의 발언을 "사실이 아닌 편견과 무지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 럼에도 대다수 언론들은 그를 `용기있는 지식인'이라고 떠받들면서 `주사 파'를 척결하자고 나서는가 하면, `남북한의 대학생들이 지난 92년 이후 38차례에 걸쳐 팩시밀리와 전화로 통신교류를 해 왔다'는 검찰 발표를 마 치 박 총장 주장의 근거라도 되는 듯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는 지난 83 년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사건과 91년 유서대필 사건 당시에도 근거없 이 운동권을 매도함으로써 민주세력 탄압에 빌미를 제공했으며, 궁지에 몰린 정권이 노린 공안정국으로의 `국면 전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었다. 그의 이번 발언이 또다시 공안정국이 들먹거려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특히 이번 것은 지독한 매카시적 독성을 뿜고 있다. 박 총장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우선 지성인으로서의 성실성과 신중성 을 포기했다. 그는 `주사파' 학생들이 비밀리에 북한을 들락거리고 김정 일이나 그 산하조직의 지령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들 에게 말하듯 함부로 내뱉았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그의 말에는 증 거제시는커녕 사실확인이나 용어의 의미에 대한 검토조차 없었기 때문이 다. 그는 단순한 `통신'과, 간첩이라는 냄새까지 풍기는 `지령'이 얼마나 다른 개념인지를 일부러 외면하고 지령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자꾸 통신 의 사례만 들고 있다. 검찰의 발표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통신교류 사례 38건에 대해 사법처리중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시비 걸자는 것은 아니 다. 한총련에서는 그러한 통신조차 부인하고 있으니 이것은 사법처리 과 정에서 흑백이 가려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검찰의 발표로도 `지령' 주 장이 입증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박 총장은, 전대협 대표 가 평양까지 갔던 터라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닌 단순한 `통신'의 사례를 음습한 `지령'으로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박 총장은 제자들에게 어쩌면 목숨까지도 빼앗길 수 있는 올가미를 씌 우면서 아무런 고뇌의 흔적도 보여주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의 인식이 근거가 있다고 해도 그가 고뇌 속에서 깊이 생각했다면 이런 식의 언어폭 력보다는 나은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자기 아들도 고발하는 사회'라 는 비판이 반공교육의 주제였던 때가 있었다. 오늘에 와서 `제자를 고발 하는 스승'이 일부 언론에 의해 `용기있는 지식인'으로 칭송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 총장은 한때 캠퍼스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는 좋지 않은 모양을 보였 고, 지금은 `서울시내의 한 조용한 곳'에 은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다시 한번 기대한다. 그는 자신이 있어 야 할 사제관이나 총장 집무실로 돌아가서 `주장'에 걸맞는 자세한 근거 를 제시하거나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자신을 수습해야 할 것 를 제시하거나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자신을 수습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