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all (lovehurtz) 날 짜 (Date): 1998년01월06일(화) 19시56분52초 ROK 제 목(Title): [한겨레칼럼] 빨간색 칠하기의 청산 [칼럼] /아침햇발/빨간색 칠하기의 청산/조상기/ 지난해 대선 막바지에 전국 곳곳에서는 색깔논쟁이 무성했다. 김대중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반대자들은 그를 빨갱이라고 몰아댔고, 지지자들은 아니라고 맞섰다. 노인정이나 친척·친구들 모임 등 몇이라도 모이는 곳에서는 걸핏하면 언성이 높아졌다. 이런 일은 심지어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도 벌어졌다. 한 아주머니는 “이 일로 동네에서 대판 싸웠는데, 새해 들어 상대방이 사과를 해 화해했다”고 말했다. 기막힌 일이다. 색깔론은 이렇게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색깔론은 꼬리를 감추었다. “이것으로 사상검증을 다 받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기세 좋게 윽박지르던 인사들 또한 `검증이 덜된' 김 후보가 당선됐는데도 쥐죽은 듯 아무 소리가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표적인 극우인사인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은 김 후보의 당선을“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신의 은총”이라고까지 극찬했다. 자, 이렇게 충돌없이 가고 있으니 잘 된 건가. 아니다. 이 일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덮어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적 해악이 너무 크다. 지난 대선은 이른바 `빨간색 칠하기'에서 역대 어느 대선 못지 않았다. 8월에 입북한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은 편지로, 방송으로 “고마운 김대중”을 되뇌었다. 안기부는 이 대남방송 비디오테이프를 방송사에 배급했다. `황장엽 리스트'도 오르내렸다. 한 재미 목사라는 사람은 도쿄와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와 북한의 연계설을 주장했다. 시대착오적인 `사상검증 대토론회'도 있었다. 어김없이 김대중을 용공으로 모는 책자들이 선보였고 간첩사건도 터졌다. 갖출 건 다 갖춘 셈이다. 투표 하루 전에는 한나라당에서 `서울의 붉은 정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특별성명이 나왔다. 이렇게 김 후보한테 빨강 스포트라이트를 쏘아댔으니 빨갱이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하다. 문제는 이 색깔론 내용들이 그럴 듯할 뿐 전혀 입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떠들썩하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지, 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대중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김대중을 아는 사람도 없다”며 “이것이 진실이니 믿으라”는 식이다. 외국 언론들은 김 당선자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야당 지도자' `민주투사' `민주주의의 순교자'라고 평가했다. 또 국제통화기금은 “시장경제를 철저히 지향한다”며 그에게 신뢰를 표시했다. 그 자신도 “민주주의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세상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공산주의자는 없다. 결국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에서만 아무 근거도 없이 빨갱이 논쟁으로 지고 샜다는 얘기가 된다.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색깔론은 애초 이승만이 정적을 용공으로 몰아 제거한 데서 비롯한다. 50년이나 계속돼온 것이다. 50년대초 일시적으로 기승을 떨다 그친 미국의 매카시즘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기득권층은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용공음해로 반대자를 적으로 몰고 분단체제를 강화했다. 그래서 색깔론은 기득권층의 지배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이를 그대로 두고는 민주발전도, 통일도, 국가경쟁력도 없다. 선거가 끝났다고 잊을 일이 아니다. 50년 만에 정권을 바꾼 참에, 이 점도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통해 반드시 단절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아직은 유연하게 사고하고 대화해야 할 청소년들이 교실에서 빨갱이 논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로잡자. 이들은 한창 배움이 왕성해 어른들의 왜곡된 고정관념까지도 무방비로 받아들이고 만다. 두렵지 않은가. 어른들의 큰 깨달음이 절실하다. 조상기/편집부국장 ▣ 똑똑한 항공권은 싸다! '한 겨 레 투어21' 7100-770 ▣ 기사등록시각 1998년01월05일19시00분 -한겨레- 제공 평화스러운 나날보다는 차라리 비장한 삶을 택하라. 내가 생전에 만족하지 못한 모든 욕망, 모든 정력이 나의 사후까지 살아남아서 나를 괴롭히지 않을까 두렵다. 나는 죽어 잠드는 휴식이외의 다른 휴식을 바라지 않는다. 내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것을 이 땅 위에 털어놓고 더 바랄 것없는 완전한 절망속 죽기를 나는 희망한다. ---- 앙드레 지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