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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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5월06일(화) 02시01분09초 KST
제 목(Title): [한겨레] 빠콩 신부, 찌그러질까?


   95년 6월 한국통신 노조 파업 때 “노조원들이 명동성당과 조계
  사에서 농성을 벌인 것은 북한의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서 한통 노조로부터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전
   서강대 총장 박홍 신부에게 “7천만원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
  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는 김일성 사망 뒤 조문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이념 논쟁이 격화하던 시기에 천주교 사제이
  자 대학 총장으로서 사회적 명망이 있던 박씨가 그같은 발언으로
   농성에 참가했던 노조원들이 마치 북한의 구체적 지령을 받아 움
  직이고 있고 노조가 농성 노조원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친북 단
  체인 것처럼 비치게 해 노조와 노조원들의 명예와 신용을 실추시
  킨 만큼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박홍 신부가 예언자적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은 91년 5월 김기설
  씨 분신자살 때 `어둠의 세력'을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그는 여야
   정당에 7백50명의 주사파가 침투해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북한에 초청되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돌아와 교수가 된
   사례가 있다”는 발언으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박
  씨 주장에 따라 무고한 몇몇 교수들이 독일에서 공부했다는 사실
  만으로 안기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공교롭
  게도 지난해 7월 10여년간 간첩으로 암약해온 `깐수' 사건이 적발
  되어 엉뚱하게 박씨 주장의 신빙성을 높여주는 결과가 되기도 했
  다. 사회 곳곳에 주사파가 침투해 있을 수 있는 개연성 때문에 박
  홍 신부는 무제한적인 `폭로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박씨가 한통 노조에 대해 문제의 발언을 했을 때, 우리는 박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신부들과 조계
  종 송월주 총무원장 등 스님들이나 종교시설에 대한 경찰 투입을
   비판한 언론도 북한의 조종에 놀아난 꼴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검
  찰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박씨는 또한 “북한의 사주
  를 받고 행동하는 주사파가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수사에 나선 검찰도 박씨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고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박씨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우리는 확인될 수 없는 일방적인 사상 공세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며, 특히 판결이
   나온 시점에 주목한다. 이른바 `황장엽 리스트'와 관련해서 보수
   기득권 세력이 대선을 앞두고 색깔 논쟁을 내세워 공안정국을 조
  성하지나 않을까 하는 국민의 우려가 높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악
  의적이고 소모적인 색깔 논쟁은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자해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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