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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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Kevin ((\/\/\/\/)�)
날 짜 (Date): 1996년09월03일(화) 02시59분15초 KDT
제 목(Title): 1996년 8월에 있었던 조그마한 일..



1996년 8월 8일 오전 10시 명동성당. 김승훈 신부가 '양심수 석방을 위한 1996인

선언'을 읽고 난 뒤의 일입니다. 푸른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1백여명의 양심

수 가족들이 한줄로 서서 행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붙잡

은 채 줄줄이 늘어서서 명동성당 입구를 벗어나 중앙극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러

나 그들은 불과 50미터도 전진할 수 없었습니다. 귀에 레시바를 꽂고 점퍼차림을

한 중부경찰서 정보과장에 대열을 가로막았습니다. 이성규 정보과장은 고압적인 자

세로 "수의와 포승줄은 신고된 시위용품이 아니므로 시가행진을 허용할 수 없다"는
                 
말을 사무적으로 통고하고는 곧장 사라졌습니다. 전투경찰이 방패로 철벽을 쳤습니

다. 그들의 뒤에서 은빛 하이바가 번뜩이고 있었습니다.

대열의 선두에 선 어머니들이 방패를 붙들고 호소했습니다. 이래서는 안된다. 내

아들 내 남편의 염원을 담아 걷고자 하는 희망을 이토록 무참히 꺽어서는 안된다.

이건 전두환, 노태우와 똑같은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쉽게 무

너질 우리의 전투경찰이 아니잖습니까? 방패에 매달려 애원하다 지친 어머니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쭈글쭈글한 얼굴, 앙상한 뼈마디, 온몸의

수분이 증발해 버린 것처럼 메마른 피부, 기다림과 한에 지친 어머니들이 울부짖

었습니다. "이놈들아! 내 아들 내놔라, 내 아들. 우리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10년도 넘게 가두어 두냐." 이럴 경우 울음은 급속한 전파력을 갖기 � 마련

입니다. 어머니들이 하나 둘, 도미노처럼 쓰러졌습니다. 때 맞춰 억수 같은 소나

기가 쏟아졌습니다. 비에 젖고 눈물에 젖은 어머니들의 통곡이 한동안 명동성당

일대를 울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기자는 지금도 다음과 같은 처절한 절규가 잊혀

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내 아들과 내 남편의 희망을 온몸에 안고 걷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양심수

의 희망으로 시민 여러분과 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비 한번 맞아 보지 못하고 햇볕

한점 맞아 보지 못하는 양심수들의 희망을 대신해서 우리는 걷고자 했습니다. 그런

데 김영삼 정부는 왜 우리를 가로막는 겁니까. 우리는 나이든 어머니들입니다. 우

리는 쇠파이프도 화염병도 들지 않은 늙은 노인들입니다. 두손이 묶인 우리가 어떻

게 폭력시위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김경환 기자의 목격담 중에서 ---


*이 집회는 사흘전에 신고된 합법적인 집회였다고 합니다. 명동성당-중앙극장-외환

은행 본점-에스콰이아 사거리-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그저 인도를 따라 행

진하는.


                            
               
                                - 누구와 함께 지난 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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