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oony (수니) 날 짜 (Date): 1996년08월22일(목) 12시40분46초 KDT 제 목(Title): [중앙일보] <정당 바뀌어야 한다.3> 중앙일보에 난 기사를 퍼 올립니다. ================================== 신한국당에는 자타가 꼽는 대선후보감이 9명이나 된다.그러나 출마를 공식선언하거나 드러내놓고 자신의 정견을 발표한 인사는 드물다.당총재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며 언행을 조심한다. 특히 19일 金대통령이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호령한뒤론 그나마 간간이 나오던 돌출발언도 당분간 사그러들 전망이다대통령후보로 나서려면 상당기간 시간을 두고 자신의 구체적 정견을 펼치면서 여론의 검증과정을 거치는 미국과는 천양지차다. 4·11총선 이후 서울대 교수출신인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전국구)의원은 『총선패인이 야권분열에 있다』는 주장을 펴다 곤욕을 치렀다.김대중(金大中)총재의 측근들이 『민주당에서 국민회의를 분리시킨게 총재인데 그럼 총재가 잘못했단 말이냐』고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뒤 金총재는 15대 총선에서 국민회의가 예상보다 저조했던 이유를 「금권과 관권,북풍(北風)의 3대악(惡)」때문이라고 정의했다.그리고 그게 국민회의의 공식입장이 됐다. 자민련도 별다를바 없다.김복동(金復東)수석부총재는 4·11총선이후 『국민회의와 연합해 양金씨가 아닌 제3의 후보를 내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그러자 당이 발칵 뒤집혔다.결국 金부총재가 『발언이 와전됐다』고 후퇴하 는 선에서 미봉(彌縫)됐다. 우리네 정당들은 그런 식이다.여야를 가릴것 없이 총재는 성역(聖域)이다.총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어떤 언행도 용납되지않는다.「일사불란」은 군대라면 몰라도 정당이 지향할바는 아닐 것이다.그런데도 『어딜 감히 총재에게…』하는 분 위기가 당연시된다.우리네 정당들의 비민주적인 운영사례는 예를 들자면 끝이없다.말썽 많았던 15대국회 개원협상때의 일이다.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식의 등원거부를 언제까지 계속할거냐』는 불만도 많았다.그러나 비보도를 전제로 의견을 밝히던 의원들은 당의 공식자리에선 입도 뻥끗 못했다. 신한국당도 일부 의원들이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대통령이일방적으로 지명해 뽑으라고 내려보내는게 과연 옳으냐』는 문제제기를 했다.그러나 아무도 그걸 공개화하진 못했다.이유는 간단하다.국민회의의 중진 K의원은 『여야를 가릴것 없 이 총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건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당규·당헌상에야 민주적인 토론이 보장돼 있지만 그런건다 휴지조각 규정일 뿐』이라며 『당의 전체적 분위기를 거스를 만큼 용기있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총재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물론 평당원들이 의견을 개진할 통로가 있긴 하다.각당 모두 의원총회와 당무회의·전당대회등 당론수렴을 위한 기구를 두고 있다.그러나 하나같이 당지도부가 제출한 내용을 형식적으로 의결하는 거수기의 기능을 넘지 못한다. 의원총회를 한번 살펴보자.『의총의 발언자는 당지도부가대충사전통고를 해줍니다.예정되지 않은 발언을 하면 돌출발언으로눈총받고….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저 잠자코 있는게 상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신한국당 초선 L의원의 말이다. 의총발언뿐 아니다.의원들의 본회의장 발언도 당지도부에 의해 「사전검열」된다.중복발언을 없애기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도부의 뜻에 어긋나는 발언은 거의 삭제된다. 지난달 열렸던 제180회 임시국회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국회의장이 『이의 없습니까.그럼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하고 법률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초선인 신한국당 K의원이 『난 그 법이 뭔지도 몰라요』라고 소리쳤다.웃음이 터졌지만 그건 아마 K의원의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거의 모든 의원들이 뭔지도 모르는법을통과시키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당지도부가 찍으라면 찍고,반대하라면 반대하는게 여야를 가릴것없는 우리 선량들의 투표행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