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doni (+ 도 니 +)
날 짜 (Date): 1996년05월31일(금) 23시04분21초 KDT
제 목(Title): [퍼온글] 북에서 온 손님


다음은 서강대 보드에 올리신 게스트 (hyundo ) 님의 글입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정치보드에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서 올립니다.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hyondo)
날 짜 (Date): 1996년05월31일(금) 19시59분49초 KDT
제 목(Title): 북에서 온 손님


북에서 온 손님.


        한참 논문마무리작업으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던 아침 동양학과 비
서 "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교수  3분이 왔는데 내일 시간이 되면 
관광 좀 시켜달라는 부탁이었다.  비용은 학과에서 부담하는 조건이란다. 거
절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겠다 싶어 그렇게 하겠다고 흔쾌
히 승낙을 하면서  어느 교수님들이냐고 물었더니 "North  Korea"에서 오신 
분들이란다. 내심 속으로  하하 이 사람 아직 남북구별 못하는구나  하고 내
심 속으로 웃어넘겼다. 북한  학자들이 올리가 있나. 방학을 맞아 매길과 자
매결연을 맺은 우리쪽 대학 교수님들이  오는거겠지하고 자신하면서. 수에게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 하고 되물었는데도 여전히  북한학자란다. 어쨌든 학
과장이 다시  확인전화할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끊었
다. 그때까지만해도 북한학자가 왔으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못했다. 

        5시전에 전화를  준다해서 기다렸는데  6시가 되어서야 동양학과장 
예이츠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탁을 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
번에  오신   손님들은  북한학자라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소속 김형선씨, 주체사상 연구위원이자 전 유엔 대표부
소속 직원 동경철씨,  그리고 리성만씨 이렇게 3사람이 내가  내일 안내해야
할 손님이라고 하면서  리성만씨를 바꾸어 주었다. "안녕하십네까. 리성만입
니다. 내일 9시 반에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만납시다." 그러니까 내일
생 북쪽 동포와의  첫 대면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전화상의  짧은 대화였
긴 했지만. 뭐랄까.  부드러운 느낌이 없는 대화였다고나 할까.  리씨의 음성
은 강하였고 으례  수식으로라도 붙는 겉치레 인삿말조차  없었다. 이를테면 
안내를 맡아주어서 고맙다는 인삿말조차말이다. 전화를  끊기전에 갑자기 국
가 보안법이 생각났다. 우선 나자신의 예측이 어긋난데 대한 놀라움과 함께. 
북한사람을 안내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해보았으니  그도 그럴만하지. 그
렇다고 이제와서 못하겠다고  할수도 없고. 그래서 예이츠  교수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우리에겐 국가보안법이란게  있다. 우스운 일이지만 아직 우리
는 냉전시대에 산다.  내가 내일 북한 사람들을 안내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리라곤 생각을 안한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란게 있으니  일단 영사관에 문
의해보겠다. 단 이러한 사실을  북쪽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 그들의 
기분을 상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니." 예이츠  교수는 나의 입장을 잘 이해
하였다. 만일 안내하기 힘들게 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은 
나는 급히 영사관의 도움을  구했다. 솔직히 두려움을 느꼈다. 북한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국가 보안법이란게 더 그랬다. 어렸을때부터  우리가 늘 들어
왔던 간첩이야기란게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었을까. 서슬퍼렇던  군사독재시
절 사실 얼마나 많은  유학생들이 북한에서 온 사람들과 단순히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몰렸던가.  갑자기 동백림 유학생 간첩사건  등 어렸을
적 보아왔던 신문의 헤드라인이 머리에 막 떠올랐다.  혹시나 몬트리얼 유학
생 간첩사건이란게 만들어져 총책임자  박현도 하고 신문에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습지만 꽤 심각했던  상상까지 하면서. 욱, 내가 이렇게 엮이면 평소
에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도 도매급으로, 하하하. 신진욱, 나균일, 서진
석, 김정호,  김한수 씨 등등. 아니  혹시 심지어는 장경룡  선배님까지 이런 
식으로 엮이는게  아닌가: "한편 국내  모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장경룡씨는 
평소 박현도씨를 후배로서 아꼈으며 그가 득녀할때는 병원에까지 직접 찾아
주었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까지 함께 하며 반정부 발언과 아울
러 북쪽  정치현실을 오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안기부 조사결과 밝혀졌
다." 하하, 우스운 소리고 비현실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
우씨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하도  이런 일을 많이 보아왔던 나로서는 눈앞에 
닥친 북쪽에서 오신 손님들 안내가 심각한 현실로  다가왔다. 더우기 우리집
안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무의식중에 나의 불안감을 더했는지도  모른다. 우
리 할아버지의 막내 동생, 그러니까 나의 막내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항일운
동가로 좌익이셨다. 해방후에도 좌익으로 숨어다니셨다고 한다. 우리 할아버
지 집 마루  밑에 구덩이를 파고 숨어지내시기도 하셨단다. 결국  그분은 자
신의 신념대로 좌익활동을  하다가 육이오때 인천에서 미군폭격에  처, 딸과 
함께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분의 시신을 본적도  없고 다
만 그 분  이웃으로부터 들은 소식일 뿐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그렇게 사라
져간 막내동생이 어디엔가 살아 있다고 믿으셨다. 호적에서  지워져 버린 동
생을 찾는 것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80년인가 
이산가족찾기가 범국민적으로  열릴 때  할아버지는 어디엔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막내 동생을 찾으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셨지만 결국 집안의 반대
로 뜻을  못이루셨다. 반대의 이유는  모든 정황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없는 
분을 찾다가 행여나 빨갱이  집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
다. 공직에 몸담은 집안식구들도  있는데 말이다. 기실 우리집안의 피해의식
은 무척 남다르게 큰 편이었다. 할아버지의 2째  동생도 빨갱이로 몰려 경찰
서에서 온갖 고생을  당하신 적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로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60년대에 2째 할아버지는 제주도에 가
시게 되었다.  워낙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날도 약주를 한잔  걸치시고 
택시를 타셨나보다. 그런데  마침 라디오에선 김일성에 대한  라디오 연속극
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그날은 김일성의 여성편력이 주제였던가  보다. 김일
성이 거느린 수많은 여자들 운운하는 그런 방송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 남정네들 사고 방식중의  하나가 똑똑한 놈이 여자를 많이 거느린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생각을 지니신 2째 할아버지께서는 그  방송을 들으시
면서 무심코 "하, 김일성이 참 똑똑하네!"  라고 말씀하셨단다. 그냥 웃고 넘
어 갈  수 도 있는  이야기지만 택시기사양반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말을 
들은 즉시 택시를 경찰서로 몰아 2째 할아버지를 빨갱이로 신고해버린 것이
다. 그때가 어떤  시대였던가. 이성과 상식이 마비된 시대가  아니었던가. 영
락없이 빨갱이로 몰린 할아버지는 자그마치 1달간이나  철창에 갇히셨다. 구
타는 말할  것도 없고. 1달후에 집과  연락이 닿아 간신히 풀려나긴  했지만 
결국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2째 할아버지는 제 명을 다하지 못하시고 만 것
이다.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를 지닌 집안에서  태어난 내가 red complex를 
무의식중에 지고 다니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 만나서  잘 해 주세요.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맘놓고 
아무말이나 하시되 그  사람들 심기 건드리는, 이를테면  남북한을 비교하는 
말은 조심하세요. 자신있게 당당하게 안내해주세요." 공사님은 나의 심적 불
안감을 마치 미리 알았기라도 한듯 호쾌하게 격려의  말을 전하였다. 공사님
과 전화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고, 평소 넉살대로  북에서 온 
손님들을 맞아주리라 마음먹으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날이 밝길 고대하였다. 

        5월 23일 목요일 아침. 북쪽 손님들과 만나기로  한 그들이 묵고 있
는 꼬뜨 드 네이쥬 거리의 로얄 테라스 호텔에 도착한건 약속시간보다 30분 
빠른 아침 9시.  행여나 납치라도 당할까보아 밤새 걱정하는  아내를 깨우지 
않�        이들은 캐나다 정부  초청으로 밴쿠버에 도착한 이래  토론토, 오타
와를 거쳐  몬트리얼에 왔는데 모두들 외극여행을  해본 사람들이고 외교관 
출신이라 대체적으로  끽  믹힌 사람들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남한대학생
을 직접 만난것은  처음이리. 캐나다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기위해 노
력하고 있는데 이들의  방문은 그러한 정책의 일환이란다.  이미 작년엔가는 
캐나다 학자들이 북한 정부 초청으로 방북했고 이번에는 캐나다정부의 초청
으로 북한 학자들이 온 것이다. 대학간의 학술교류가  목적이라지만 기실 그 
목표는 정치 경제적인데에  있는 그런 교류다. 3명의 북한대표가  처음 밴쿠
버에 올때만해도 대단한 의욕이 있었나보다.  교민들에게 북한을 선전하려는 
의욕도 강하였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개방된  교민들의 모습과 
언론 공세에 시달리다보니  죽을맛이었는지 일체 정치성발언을 중단하고 교
민들과의 접촉도 끊고 그랬던것 같다. 공식일정에 쫓기다가  캐나다에 온 이
래 처음으로 맞는  휴일에 나와 만난 그들은 다소 피곤해보였다.  어쩜 가장 
솔직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나자신
부터 아주 담대하고도 솔직하게 이들을 대하자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시
젯말로 야부리펀치가 강한 이점을  살리며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자라는 다
짐을 하며. 그래서였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나를 신뢰하는 느낌이었
다. 특히 연배가 비슷한 동경철씨와는 이야기가 잘 통했다. 트인 사람이었고 
솔직하였다. 

        셍 죠셉 성당과  몽로얄 전망대를 먼저 들렀다.  동경철씨는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종교전공을 하는데에  대해 반색하며 좋은 책  있으면 
한권달라고 할  정도로. 주체사상  연구원답게 유물론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었으나 종교일반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였다. 그래도 셋중엔  제일 나앗지
만. 지도원 동무와 리성만씨는 물건 사는데에 관심이 많았다. 가전제품과 잔
탁 소화제. 특히  관심은 20-25인치 텔레비젼이었다. "얼마나  가지면 살 수 
있읍니까?" 300불은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금성, 삼성 이야기 했
더니 품질  보증이 안된다며 손을  가로 젓는다. 하기야 사가지고  들어가면 
경"치겠지. 일제중에 어느것이 가장 인기있느냐고도 묻는다. 우리나라  이야
기가 나오면 일단  뭉게고 보자는 심산이다. 현대차도 말만 차지  차가 아니
고 삼성, 금성도 도매가로  싸잡아 시젯말로 후졌다는 평이다. 이걸 한방 쏘
아줄까 하다 참는다. 우리집  금성 텔레비젼, 삼성 카메라 아무리 써도 고장 
안나고 잘 돌아간다고 한마디  해주려다가 그만두었다. 가여운 일이다. 북쪽
에서 아무리 개방한다고  난리법석을 피워보았댔자 삼성, 현대  만큼이나 물
건을 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런말을 하면  완전히 자존심이 구겨져 오늘 
공칠 것 같았다. 그들도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않은 
알랑한 자존심이  있을뿐. 내가 말도  꺼내지 않은 현대차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남한을 꽤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그정도에서 말을 그친다. 전망대에
서 내려오면서  화제가 남한 정치로  자연스레 옮아간다. 내가 먼저  끌어낸 
대화다. 리성만씨가 전두환,  노태우 구속에 대해 묻는다. 현정부가  진짜 그
들을 처벌할 건지에 대해 궁금한가보다. "그거요, 모르긴해도 김영삼씨 퇴임 
때 쯤 풀어줄걸요. 정치적 쇼예요. 대선자금때문에 곤경에 처하자 시선 돌리
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요."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지론을  강하게 펴자 놀
라는 표정이다. 우선 반정부  발언을 거침없이 한다는데에 놀랐겠지.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긴데,  쇼라는게 뭡니까?" 아차 싶었다. 동경철씨가 
번역을 해준다. "기만극이야요, 기만극." "아, 기랬구만." 우리가 너무 영어를 
자연스럽게 써오다 보니 이런 언어 이질감이 생기는것  같았다. 올드 몬트리
얼에서도 그랬다. Cirque de Soleil 천막이  무어냐고 묻길래 서커스하는데라
고 대답했더니 못  알아듣는다. 우리말로 옮겨주려고 했는데  곧장 떠오르지 
않는다. 북에서는 곡마단이라고 하는 것을. 마스게임이라는 말도 집단체조로 
옮겨주는 것을 또 까먹었지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가식없이 대했더니 북에서 온 손님들도 긴장
을 푸는 것 같았다. 조금 친해지자 내게 묻는다. "북에서 온 사람 처음 만나
지요?" "예." 하긴 이들이 처음 맞는 북쪽 사람들도 아닐  지 모른다. 27개월 
군생활을 서부전선 최전방에서 한 관계로 북쪽 사람들을  꽤 보긴했다. 돼지
고기 먹는다고 자랑하며 냉장고 있냐는 한심한 질문을  하던 북한병사들, 위
장마을 주민들, 판문점 북측 경비병들. 직접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소감이 어때요?" "솔직히  말할까요?" "아, 그러시라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초등학교 (국민학교의 바뀐 말)  4학년때 까지 공
산당은 사람이 아니라 늑대인줄 알았다. 사람이라는 것을  안 것도 학교에서 
깨우친게 아니라 만화를  보고 안 것이라고 하면 모두 웃겠지.  현 덕성여대 
교수이자 만화가인 이원복 교수가   그린 만화중에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
란 만화가  있었다. 두 소년의  세계여행을 그린 교육만화로 내가  좋아하던 
만화였다 (모두들 희미하게나마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어느날 이 두 소년
은 이탈리아에 들르는데  그곳에서 공산당들의 시위를 보게된다.  처음 공산
당을 본 이 두 소년은 공산당원들이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란
다: "아니 공산당이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잖아." 놀란 두 소년의  말. 난 그 
말에 놀랐다. "정말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야?" 부끄럽지만 솔직한 이야기다. 
난 그 이후  공산당이 사람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이들도 웃는다. "기래  이제 우리가 승냥이 아닌것  알았지요?" 라는 리성만
씨의 말에 모두 웃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끝으로 올드 몬트리얼 관광을  마치고 셍트 엘렌 
섬 (Ile de Saint  Helene)으로 가려고 했는데 손님들이 시장하다고 해서  호
박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타와에는 북한 식당이 있나보다. 그래서인지 
몬트리얼에도 있다고  믿었나보다. 남한  식당이라는 점에 처음엔  놀라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홍어회를 먼저 시켰다. 북쪽 요리법과 다른가 보
다. 너무 맵다는 평이다. 회를 어떻게 이런식으로  먹느냐며. 역시 남쪽 음식
이 북쪽보다  못하다는 촌평과 아울러.  지도원 동무는 자기가 방북한  남쪽 
관리들에게 북한음식을 접대하면 모두들 이렇게 맛있냐고 놀란다며 한수 거
든다. 몰슨 드라이를 한병씩 마시자 분위가 화기애애해진다. 이젠 막가는 이
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화제가 남조선 말로 돌아간다. 외래어가 너무 많
아서 쓰겠냐고. 내가  그들에게 쓴 말중에서 check한다는 말을 예로  들면서 
무슨 말인지 몰랐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나. 솔직한게 최선의  방책. 100퍼
센트 인정하고 들어갔다.  남쪽도 이젠 안그럴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말해주
었다. 운동경기중계에서도 북쪽에서 만든 말을 많이 갖다  쓴다고 했더니 놀
라는 눈치다. 언어 문제에서  이젠 화제가 군대문제로 돌아간다. 주한미군의 
잔학성에 대해 의견을 묻는다.  윤금이 살해사건을 예로들면서 말이다. 다시 
솔직해지는 나. 미군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 조선  남성도 반성할게 많다. 술집 여자들을 인간이하 취
급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미군 접대부를 만드는것이  바로 우리들의 그러한 
사고방식에 어느정도 기인한  거라고. 이젠 나의 군생활이  이야기거리가 된
다. 전쟁나면 남쪽이 이긴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나는  다시 너무 솔직해지
고만다. 우리 군의 정신력이 북쪽보다 떨어지니  맞붙으면 아무래도 남쪽이 
열세일거라고 했더니 동경철씨가 "그래서 우리도 전쟁하면 이긴다고 생각한
다"고 맞장구 친다.  전쟁나면 자신있다는 이야기다. 섬 쓺했다.  지도원 동지
도 주춤하더니 헛기침을 한번한다. 동경철씨에게  주는 말조심하라는 주의표
시다. 동씨도 더  이상 말을 않는다. 남쪽에 대해  많이 아는 듯해 보였지만 
사실 그런 것 만도 아니었다.  우선 북쪽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서슴없
는 정부 비판 발언에 많이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더우기 박정희, 전두환, 노
태우씨가 자신의 정권유지에 반공을 이용했다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
에도 놀라는 표정들이다. 방만할 정도로 자유로와 보이는  나에게서 남한 대
학생의 의식을 발견해서였을까. 임수경을 환영했지만  그녀의 지나친 자유로
움에 내심 고민했던 그들이  아주 평범한 나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재확인해
서 놀랐는지도 모른다.  내가 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처럼 생각하고 
이런 거짓말도 한다. 북한군인은 국군과는 달리 제대  시켜주겠다고 해도 안
나가려고 한다고. 그만큼 정신무장이  강하고 군인정신이 세다고.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냐고 놀라는  표정을 짐짓 지어보이며. 다  아는 사실을 감추는 
그들을 공박하고 싶지도  않았다. 군에 있어야 잘먹으니  제대안하려고 하는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순진하게도 그네들은 내가 그들의 말을  다 믿어주
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만큼 남한을 잘  모른다는 말이 되리.  아, 외국물을 
먹은 관리들이 이정도면 일반시민들은 어쩔런지. 아찔했다.  

        식사를 마친후 너무  피곤했나보다. 3시도 안되었는데 관광을  마치
자고 한다. 다른 "과업"이  또 있다고 하면서. 라디에이터 호스가 터져  우리
차를 세워두고 신진욱씨  차를 빌려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음, 중고시세가 
500불밖에 안 비싼 신兄의 88 세이블이 나의 애마 84 폭스바겐 제타보다 더 
좋았나 보다. 크고  좋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하하, 신兄 차가 난생처음 
좋은 평을 받는구만). 차에 오르자마자 지도원 동무는 피곤했던지 그냥 코를 
골고 잠들고 만다. 호텔에 다 와서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진 한방 같이 
찍었다. 꼭 보내달라고 명함을 주며 신신당부했는데  정말 보내줄까? 보내주
갰다고 했으니 믿는 수  밖에.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또 오면 연락 하갔습니다." 지도원 동지의 인사를 뒤로 하고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들의  생각에 조
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아예 이야기를 막던, 그러나  그나마 그중 제일 
탁 트였던 동경철씨.  북에도 세대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그냥 손을  가로 저
으며 그냥 "우리는  다 똑 같아요"라며 슬쩍 넘어가던  모습. 동씨의 언행에 
두서차례 주의를 주던 지도원 동무. 이승만과 발음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
던 리성만씨. 모두들 돈에 무척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호박의 65불 계산
서에 놀라면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북에서 그것은  얼마나 큰  돈인가. 
2000년안에 통일이 될거라고 자신하던 그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이는 단지 경제력의  차이때문만은 아니다. 외국생활을 해서 개방적
이라는 그들과  비무장지대 군생활 27개월동안 본  북한병사들과 별 차이를 
못 느꼈다면 지나친 말일까. 시관이와 병호의 만화를  보고 공산당이 사람이
라는 것을 깨달은  나의 체헙담을 그저 우습게만  듣지않고 그 행간을 읽어 
주길 기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자유로움. 표현과  사고의 자유로움. 통일열
기의 이러한 자유로움을 화두로  삼을 것을 권한다면 북쪽 형제들에게 가
혹한 짐이 될까.  이런 저런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를일이다.

현도.
Type <Return> Key.              



                                 나와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해
                                 내 목소리에 가리운 속삭임들까지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고마워
                                 내가 떠나보낸 나를 떠난 사람에게도.....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