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hale (돌무덤) 날 짜 (Date): 1996년04월20일(토) 19시28분56초 KST 제 목(Title): 선거는 끝났는데 나는 왜..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선거 전 나의 예상은 '신한국당은 신문들이 떠드는 것보다는 잘할 것 같다. 국민회의의 의석을 까먹으면서.. 자민련은 상당히 뛰어오를 것이고.. 민주당은 제 4당이 되겠지..' 였다. 결과는 내 예상보다 자민련과 신한국당이 좀 더 잘했다는 외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우 실망했다. 아마도 내 예상이 틀렸을 거라는 모순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자민련이라니! 으으으.. 신한국당은 어떻고.. 내가 싫어하는 순서인 자민련-신한국당-국민회의-민주당 의 순서는 고스란히 선거에서 '승리'한 순서가 되었다. 각 당의 지역별 나눠먹기는 여전하고..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진출도 3김의 아니 2김의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했다. 4월2일자 신문에 <각 당 주장 서울지역 중간판세>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를 오려두고 개표날 TV 앞에서 혼자 맥주병을 비우면서 당선자에 동그라미를, 낙선자에 줄을 그었다. 각 당의 예상과 결과를 비교해 보면 신한국당이 서울에서 얼마나 크게 성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세와 백중우세는 김기배를 제외하면 나머지 19명이 모두 붙었고 백중열세에서도 4명, 백중열세에도 들지 못하던 이들도 4명이나 당선되었다. (서울지역 47개 선거구 중 신한국당 27개) 국민회의는 반타작. 민주당은 언급하기도 싫다. 나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설득하려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봤다. 어떤 신문에 나온 것처럼 신한국당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일 거라고도 속으로 우겨봤다. 하지만 도저히 좋게 생각할 수 없는, 나를 암담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충청도와 대구의 자민련 바람, 5-6공 인사들의 당선, 박계동 의원같은 진보적+당선가능한 이들의 탈락. 지역이 당선자를 결정한다는 사실. 무엇보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이런 상황 (보수 일변도의 땅 따먹기 정치판에 동조하는 국민들)이 별로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만큼 쓰고 보니 아-무 하는 일도 한 일도 없으면서 푸념이나 늘어놓은 내 자신이 우습고 한심하게 여겨지는군요. 하하하... 결국은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