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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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eyedee (아이디)
날 짜 (Date): 1996년03월13일(수) 22시11분39초 KST
제 목(Title): [re]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민주주의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
     습니다.  민주주의의 전제중의 하나, 아니 전제 자체는 다원주의 및 
     상대주의입니다.
          
     다원주의는 구체적으로 언론 및 사상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복수 
     정당제등으로 나타납니다. 민주주의도 정치이념(제도이기도 함)의 하
     나인데 다른 정치 이데올로기와의 중요한 차이는 서로 상충되는 다양
     한 사상, 정치이념의 공존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라 또는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가 또는 되어야 하는가에
     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서로 상충되는 다양한 이데
     올로기가 동시에 옳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잘못 보면 정치적 다원
     성의 인정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다원주의란 여러가지 정치적 주장이 다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견해가 자유롭게 주장될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
     니다. 어떤게 옳고 그른지 100% 정확성과 권위를 갖고 말해줄 개인이
     나 집단이 있습니까?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정치의 철인 같은 건 현실
     에는 없습니다. 있다해도 저마다 철인이라고 주장할 것이므로 누가 진
     짜인지 알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입장, 즉 다양한 견해의 공존을 인정하고 자유롭고 
     공개적인 토론이나 선거를 통해 다수의 의사를 취합하는 제도를 택하
     는 것, 을 취하지 않으면 지배세력이나 권력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정
     답으로 강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은 스스로를 강화하고 유지시킬 인세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
     라서 정치적 다원주의가 부정되면 현실적으로 사회내에서 가장 큰 물
     리력을 갖고 있는 권력의 견해가 정답으로 강요되고 그 견해란 그 지
     배세력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봉건제나 파시즘뿐만 아니라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사회구성원 다수가 새로운 룰을 원하더라도 원만하게 
     기존의 룰이 바꿔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꿔지더러도 그 비용이 만만
     찮습니다. 4.19 나 5.18, 6월 항쟁등이 그 예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다원주의를 보장하되 현실적으로 집행해야하는 룰에 대
     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선거나 대의제등의 다수
     의 합의 절차를 걸쳐 결정하는 것입니다. 집행 룰로 채택이 되지않
     은 주장에 대해서도 그 주장을 옹호하고 피력할 권리는 여전히 주어져
     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견해가 주장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동의를 얻지않은 체 실
     행되고 그것이 사회적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을 때는 법에 의해 규
     제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쿠데타를 하자"라고 하면 
     처벌할 수 없지만 실제로 쿠데타를 감행할 때는 처벌을 받는 것입니
     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군부대 시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서 북한에 
     전한다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김일성은 훌륭한 사람이다. 우리도 북한
     식 사회주의를 하자"라고 주장한다면 그게 헛소리라도 제재 받지 않아
     야하는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입니다. 전노일당의 내란 행위는 처벌 
     대상이지만 이들의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없는 것과 마찬
     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정치적 다원주의, 사상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법입니다. 개인의 정치적 견해(표명)를 이유
     로 그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수십년간의 남북 대치구도를 고려할 때 민주주의의 이런 원칙을 
     곧이 곧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냉전
     체제가 붕괴하고 체제유지 자체가 절박한 과제가 되버린 북한의 현실
     을 고려할 때 극좌적 견해나 북한을 옹호하는 논리가 남한 체제의 심
     각한 위협 요인이라고 더 이상 간주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많은 규정이 애매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법집
     행이 가능하다는 점 (책가방이나 집에서 좌파성향의 책이 나왔다는 이
     유로 구속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소위 이적 표현물 소지죈가 뭔가 하
     는 것 때문애..) 국가보안법이 남한 체제라기 보다는 정권에의 위협을 
     제거하기위한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보
     안법이 폐지되거나 최소한 개정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79년에 김영삼이 반유신 투쟁의 와중에서 김일성 면담용의를 밝히자 
     여당은 국가보안법 적용을 검토했습니다. "김영삼이 국가보안법 위반"
     ?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92년 대선 직전 장기표씨는 간첩 이선념
     을 만났다는 이유로 불고지죄로 구속되어 징역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선념이 정체를 숨기고 민중당에 접근해 호의를 베풀자 장기표씨가 
     공로팬가 뭐가 주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간첩인줄 알았으면
     피하거나 숨어서 만나지 공개적으로 사진찍고 그러고 하겠습니까? 그
     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표씨는 김영삼 정권하에서 징역을 살아야 했습니
     다.
     
     5공 당시 문공부의 언론통제 지침서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적행위로 
     몰려 기소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게스트분은 어떤 사람이 김일성을 찬양하고 돌아다니면 이를 체제 위
     협요인으로 간주하시겠지요. 저도 그런 사람의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
     습니다. 하지만 저는 월간조선의 조갑제 처럼 전노를 노골적으로 옹호
     하는 사람도 위험하다고 봅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
     게 수구궤변을 전하고 이에 현혹될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갑제가 전노를 옹호하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하거나 월
     간 조선이 폐간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골목에서 
     그를 만나면 시비를 걸어서 두둘겨 패줄는 의사는 있습니다...농담임.
     ..   :)  )
     
     아뭏든 정치적 다원주의 사상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칙과 
     국가보안법의 수많은 악용 남용사례를 볼 때 엠네스티의 권고나 이에 
     대한 한겨레 신문의 사설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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