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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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werner (신정식)
날 짜 (Date): 1995년12월22일(금) 11시25분05초 KST
제 목(Title): 무노동 무임금

  대법원이 3년 전의 판례를 깨고, '무노동 완전 무임금'이란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그것도, 12명 전원 합의체에서 
9:3으로.  내가 언제 우리 나라 사법부에 많은 신뢰를
둔 적도 없지만, 정말 다시 한번 한숨이 나오게 하는
판결이다. 도대체, 단체 행동권은 어떻게 행사하라는
얘기인가? 임금이 어째서 제공한 노동에 대한 댓가로만
이뤄지는 것인지? 그렇다면, 근로 기준법에 규정된
각종 유급 휴가는 무엇인가? 그때도 노동을 제공하지
않음에도 임금은 그대로 지급되지 않는가?
임금이 단지 노동에 대한 댓가만은 아니라는 것은 고등학생도 
안다. 그런데, 그 반대로  굳이 주장하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파워 스트럭쳐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고, 다분히   
'정치적'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지만, 오늘 우리네 노동자들은
25년 전보다 '개악된 노동악법을 개정하라'고 외치고 
있다. '복수 노조 금지' 조항이나 
전노 일당이 임명한(국민이 뽑은 것이 아니라)
국보위에서 만들어 삽입된  '3자 개입 금지' 조항,
'군사부 일체'라는 우리의 전통상 '교원 노조'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끊임없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고(바로 얼마 전에도 Asia Watch에서 권영길씨의 구속에
즈음해서 두 조항의 폐지를 촉구한 바 있음), ILO도 해마다
폐지를  요구했지만, 그럴  기미도 없다. 그런 나라가, 내년에 ILO 이사국
선거에 나선단다. ILO의 기본 헌장(조약?)에 배치되는
국내법 조항이 최소한 3개나 있으며, 누차에 걸친
개정 요구를 '한국의 특수한 사정' 운운하며 묵살한 나라가. 
'특수한 사정'은 독재자가 애용하는 말이 아니던가?
'민주주의의 토착화',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 이리 저리 눈치나 살피는 곳이 아니라면. 그러기를 기대하는
것이 대단히 naive한 생각임을 알면서도 -
'3자 개입 금지' 조항은 진작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어야
한다. 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제한하고 있으니까. 다른 곳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가서 한번 연설이라도 하면, 어김없이 '3자 개입 금지' 위반으로
구속될 각오를 해야한다. 몇백억씩 뇌물을 갖다 바친
재벌 회장들에게는 형소법의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켜지지만, 힘없는 노동자는 무조건 구속부터 하고 본다. 
'3자 개입 금지'는 예나 지금이나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사립학교법'(? 또는 사립학교
교원법)도 마찬가지이다. 공무원도 아닌 '사립학교 교원'의
단결권을 제약하는 것이 어째서 합헌인가? 정교한  법리로 
치장한 결정 기한을 몇년씩 넘겨서 내린 '합헌 결정'은 
사실은 '법리'가 아니라, '눈치보기'의 결과가 아닌가? 
'복수 노조 금지'도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디 헌법 뿐인가?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입한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 조약과도 배치된다. 


  YS의 집권 초기 그의 지지율이 90%를 상회할 때도
나는 말했다. 'He may be clean, but he's still very conservative'. 
"노동 악법이나 국보법을 개폐'하지  않는 정권은 아무리 다른 것을
잘해도 지지할 수 없다. 그 정부의 수반이 누구이냐에 관계없이. 
95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도-드디어 전두환 노태우를 적어도
집어넣기는 했다고 조금은 기뻐하고 있는 바로 이때도-  우리는 
또 한명의 억울한 죽음에 (공권력에 의해 살해된 후, 사체마저 유기된)
대한 소식을 듣고 있지 않은가? 

  이수성 총리가 서울대 법대 학장 시절, 신임생 환영회(?)에서 학생들이 
부르는 노동 가요를 듣고 '그 노래 참 좋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글쎄, 두고 봐야겠지만,
불행히도 답은 아닐 것 같다. 그 이름 높은 노동위 3총사 중
하나인 이해찬 의원 마저도 서울 부시장이 되어 지하철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를 
꺼냈다가 나쁜 선례를 만들지 말라고 벌떼같이 달려드는 재벌들 
앞에서 - 왜 이때는 3자 개입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단 하루"만에 이를 '와전된 것'이라며 철회해 버리지 않았는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그리던 세상은 언제 오는 것일까? 

   영화 '전태일'을 무척이나  보고 싶은  베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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