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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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onvex (4ever 0~)
날 짜 (Date): 1995년12월16일(토) 14시56분01초 KST
제 목(Title): "김동식은 간첩이 아니라구요"



 제    목: [더불어 생각하며] "김동식은 간첩이 아니라구요"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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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이불을 둘러쓰고 무전기를 치는 자, 군기지 근처를 배회하는 자
  , 새벽에 산을 내려오는 자, 이런 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교육
  을 받아온 내게 지난 10월 김동식은 나타났다. 나는 “북한 당 연락 대표
  를 자칭한 자”로서 김동식을 관계기관에 신고한 적이 있다. 그 김동식이
  간첩임을 자백했기에 이제 나는 거액의 포상금을 어디다 쓸까 행복한 고 
  민을 즐겨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동식은 간첩이 아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임을 감추지 못한 이발사처럼 나는 외치지 않을 수
  없다.“김동식은 간첩이 아니라구요….”

   간첩은 생명을 걸고 지하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지하활동을 하는 사람 
  은 접선 장소에서 사람을 만날 때 `담배, 진달래'와 같은 암호를 사용하 
  는 법이며, 약속시간에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즉각 장소를 이동한다.  
  김동식은 상시적으로 도청당하고 있는 나의 집에 전화를 걸어 접선장소를
  통보해왔다. 낌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아내는 약속 시간보다 1시간 늦 
  게 나갔는데 그때까지 김동식은 기다리고 있었다. 김동식은 아내와 헤어 
  지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한다. “얼마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있 
  을 겁니다”. 자신의 체포를 예언해주는 이런 간첩이 다 있을까.

   내가 김동식을 간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두번째 이유는 그의 사상성  
  때문이다. “나이는 34세요, 이름은 신금철, 북한에서 파견된 당 연락대 
  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동식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는 김일성에 대 
  한 직격탄을 퍼부었다. “김일성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4백만명의 
  동포·형제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오. 그는 한국전쟁 수행 당시 북한  
  인민군의 군사책임자였소. 그런데 왜 박헌영에게 전쟁의 책임을 뒤집어씌
  웠는지 대답해 보시오.” 김동식은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그의 대답은  
  “협력해 주십시오”였다. 이후 북한은 남한의 민주화운동에 해악만 끼쳐
  온 세력이라는 비판이 그의 귓가를 때리고 있을 때에도 그는 빙긋이 웃기
  만 했다. 그의 입에서는 “협력해 주십시오”라는 소리만 반복돼 나왔을 
  뿐이다. 적어도 김동식이 간첩이라면 이런 비판 앞에서는 눈빛이 달라져 
  야 한다. 그는 자신이 숭배해온 김일성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너무 태연했다. 세상에 이런 간첩이 다 있을까?

   내가 김동식을 간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번째 이유는 그가 맡은 중 
  책에 비해 너무 무식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답은 “모른다”였다. 나를 포섭하러 사선을 넘
  어온 공작원이 내가 쓴 책의 이름도 모르다니, 참 섭섭했다. 내 책의 경 
  우는 그렇다 치자. 다음으로 <금단의 땅>이라는 소설을 읽어 보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이 책은 재일동포 이회성씨가 쓴 소설로서 남파간첩과 운동 
  권 교수간에 오고간 이론투쟁을 줄거리로 담고 있는 책이다. 그는 이 책 
  의 이름도 몰랐다. 남한에서 지하 전위조직을 구축하러 내려온 자가 <금 
  단의 땅>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목사가 성경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세상에 이런 공작원이 다 있을까?

   내가 김동식을 간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네번째 이유는 마지막 헤어지
  는 장면에서 자신의 연락처를 가르쳐주겠다는 제언을 했기 때문이다. 처 
  음 만난 처지에 자신을 간첩이라고 밝힌 점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는 자 
  신의 연락처를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한 대담무쌍한 간첩이었다.

   내가 김동식을 간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다섯번째 이유는 아직까지 포
  상금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지하철에는 간첩을 신고하면 ○○○ 
  ○만원을 준다고 약속한 전단이 붙어 있다. 참 기괴한 일이다. 김동식을 
  미친개 취급해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은 즉각 체포해 가면서, 김동식을 “
  북한 당 연락 대표를 자칭하는 자”로 정식 신고한 나에게는 약속한 포상
  금을 주지 않고 있다. 국민학교 4학년인 아들은 묻는다. “아빠 왜 포상 
  금을 안 줘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아빠가 신고한 김동식이 
  가 간첩이 아닌가 보다.”

  황광우/정치평론가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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