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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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parsec ( 먼 소 류 )
날 짜 (Date): 2000년 11월 21일 화요일 오전 02시 27분 16초
제 목(Title): Re: 노자를 웃긴 남자(72)


어, 어, 다른 데서도 가끔씩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참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 장에 있어서만큼은 구름씨도
도올만큼이나 어거지 해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0복 공1곡 ....
바퀴라는 건 확실히 대단한 발명이고 지금도 끊임없이 바퀴의 개량은
계속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도 바퀴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자 할배가 그 기술의 혁신이
어디에서 이루어졌고 그 핵심이 무엇인가를 구차하게 언급하면서
치국의 도를 설명하려고 했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지금까지의
산뜻한(비록 100% 수긍은 안되더라도) 구름씨의 해석을 보다가 갑자기
이부분에서 구차스럽게 바퀴의 무게가 어쩌고 하는 설명은 영 께름직하네요.
바퀴가 테두리와 살의 조합으로 가볍고 튼튼해짐으로서 비로소 수레의
쓰임이 생겼다면 그 이전에는 수레의 쓰임이 없었단 말입니까?
말이 안되죠. 바퀴가 통나무이건 디스크이건 허브와 스포크로 돼 있건
수레의 쓰임은 그 빈곳에 있다는 것이고 그 빈 곳이란 바퀴의 빈 곳이 아니라 
짐을 싣거나 사람이 타는 수레의 빈 곳이라는 뜻일 겁니다.
바퀴에 공간이 생기기 전에는 수레가 쓸모가 없었다니요?

여기서 30복 공1곡과 그 없는 것(빈 것)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는 말은
대조법으로 봐야할 것 같네요. 즉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로서 바퀴를
만들지만 수레의 목적이란 짐을 실어 나르는 데 있는 것이고 따라서 짐을
싣는 공간, 수레의 빈 곳이야말로 수레의 본 목적에 소용되는 것입니다.
좀 더 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버스를 봅시다. 옛날의 수레보다 복잡한
엔진과 조종장치등을 사용해서 버스를 만들지만 버스가 쓸모있는 것은
그것이 거진 빈 상자입니다. 노자식의 표현으로 하자면
"만개의 부품으로 엔진을 만들지만 버스의 쓰임은 객실의 공간에 있느니라"
정도가 되겠죠.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 복잡한 제도와 장치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백성을 편안히 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아라. 그것이겠죠.
버스 승객이 일일이 엔진과 기어의 동작에 신경쓰면서 버스를 타고다니는 게
아니듯이 백성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에 일일이 신경쓰며 살아야 된다면
제대로 된 정치가 아니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 역시 이 부분에선 나쁜 의미의
우민정책으로 빠질 소지가 많긴 합니다. 백성이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정치는 더 타락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역으로 백성들이 일일이 신경쓰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정치라면
그것을 좋은 정치라곤 할 수 없죠.

다시 수레로 돌아가서, 사실 단순한 목적을 위해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수레나 그릇, 집같은 것인데, 물건을 나른다, 물건을 담는다, 바람을
막아주는 상자다 하는 것이 이것들의 용도이고 기본 개념은 단순할 뿐입니다.
빈 상자. 그것이 필요한 거죠. 물론 이런 것들을 구현하는 데는 서른개의
바큇살을 똑같이 만들어 바퀴통에 정밀하게 깎아 넣고 찰흙을 빚고 정확한
불꽃 색깔을 맞춰가며 가마에 굽고, 장인을 불러다 창문을 뚫고 경첩을 달아
창을 짜서 달고 하는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기술들은 오직
빈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장치들이고 그런 기술이나 장치들이 본래의 목적은
아닌 겁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백성을 들볶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을 쥐어패는 짓은 수레바퀴를 위해 수레를 부수는 짓이라는 거죠.
제도나 권력은 백성이 자유롭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한 장치로서
필요하지만 나머지는 수레나 그릇, 집의 빈 공간처럼 백성이 그것을
떠받치는 장치들에 구애받지 않도록 비워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노자의
정치사상이라고 보입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한마디로 "국가는 필요악"이라는 것이죠.
parse: /'pa:rs/ vt., vi. parsed, 'par·sing
[ < L pars (orationis), part (of speech) ] to break (a sentence)
down, giving the form and function of each part
parsec: not yet par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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