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깜찍이중독) 날 짜 (Date): 1999년 11월 3일 수요일 오전 12시 28분 23초 제 목(Title): Re: 인간에게 현실은 감각일 수 있나요? 원래 제 글이 말을 간단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양한 종류의 세계관에 대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은 들어 맞도록 이야기한 것이라는 점을 먼저 고려해 주시면 좋겠군요. 제 원글은 의식-신체-외부세계라는 간단한 도식적 개념 하에서 적힌 것이 맞습니다. 이것은 의식과 신체를 분리한 것은 경험이란 의식이 창조해 낸 것이다라는 극단적으로 보이는 류의 세계관이나 객관 세계 속의 한 존재 한 인간과 그 의식이라는 일상적인 류의 세계관 등 어느 것에도 대체로 들어맞도록 하기 위한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특정 세계관을 골라봅시다. 저처럼 객관세계 속에 인간과 그 의식이 하나의 존재로서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먼저 골라 볼까요? 이런 세계관 하에서 의식과 신체와 외부세계의 경계를 뚜렷하게 분리할 수 있을까요? 특히, 의식과 신체를 뚜렷하게 분리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알고있는 과학상식(이 세계관에서는 우리가 아는 과학이 성립 하는데)에 의하면 의식은 머리 안 뇌의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납니다. 이러한 의식에게 자신의 손발이라는 신체의 일부는 많은 경우 외부세계에 대해 자기 내부 구성 요소가 되지만, 또 많은 경우에는 자신의 손발도 의식 외부세계의 한 구성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인간은 자신의 의식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뇌의 일부분조차 외부세계의 한 구성요소로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계속해 보면, 일상적인 세계관 하에서 우리의 의식과 외부세계의 경계를 어디에 정할 수 있을까 굉장히 모호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의식을 발생시키는 뇌의 작용이 현대과학으로도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감각제거 실험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좀 끔찍하지만, 의사들이 시체해부 실습하는 기분으로 사고 실험을 해서, 감각을 제거하고 의식만 남겨놓기 위해 신체의 각 부분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사고실험을 해 봅시다. 과연 어디까지 제거해야 할까요? SF 만화나 영화에서처럼 두개골까지 제거하고 두뇌만 남긴다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직접 신체를 제거하지 않고 두뇌 외부 자극을 차단한다는 환각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면 어떨까요? 이럴 때 얻어지는 일치되는 경험은 뇌라는 "신체"의 일부와 약물의 상호작용 때문인데, 이런 경험에도 이 때 얻어지는 경험을 순전히 의식이 창조한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우리가 객관세계를 인정하는 세계관을 확고히 견지한다면, 이러한 세계관 하에서 의식과 신체를 항상 일정하게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우리의 일상적 세계관 하에서 의식-신체-외부세계라는 도식을 적용하려할 때 세 개체의 경계를 말처럼 쉽게 정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특정한 상황이 주어진다면 그 상황에 맞게 의식과 신체와 외부세계를 정의할 수는 있겠지요. 이런 모호성은 "객관세계를 인정하는 세계관"(이 말의 의미도 엄밀 하게 따지면 복잡하지만 일단 일상적인 맥락이나 제 글의 맥락 내에서 받아들여 봅시다)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경험은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다라는 주관적 관념론적 세계관에서도 비슷한 모호성의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계관 하에서 과연 우리는 의식과 경험을 분리할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의식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따지고 들면 자신의 생각 역시 경험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철학자들이 온갖 잡소리로 자신의 의식과 경험을 정의하겠지만, 과연 그들의 정의에 의해 의식과 경험 분리문제의 모호성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 내기를 건다면(제가 확실히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저는 모호성을 없앨 수 없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 이 보드의 한참 전 앞글에 경계가 모호한 문제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서 적은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엄밀한 제 생각에는 의식-경험 내지는 의식-신체-외부세계 이런 구분 문제에서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하면, 구분이 모호한 영역도 존재하고, 따라서 이들을 일괄적으로 분리된 객체로 생각하기보다는 유기적 결합체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말에는 구분이 모호한 영역은 그 영역의 모호성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 구분이 모호한 영역을 가진 유기적 결합체을 생각하면서 글을 적으면 글 쓰는 의도와 관계없이 글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호한 영역에 대한 고려를 제거한 단순화된 모델을 생각 하면서 글을 적었던 것이 제 원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단순화된 모델이 엄밀한 관점에 항상 저촉되는 면이 있듯이, 복잡한 것을 고려하면서 간단하게 글을 적지 못하는 제 글솜씨가 멀더님의 엄밀한 촉각에 걸렸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째건, 아직도 멀더님의 질문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야기는 된 듯 하네요.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멀더님의 다음 글을 보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럼... ^^ 어떻게 중독됐니? 몽라 우어낙 숭시가네 일이라성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