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깜찍이중독) 날 짜 (Date): 1999년 5월 20일 목요일 오전 12시 37분 57초 제 목(Title): 인간의 자연연소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고 (먼저 먼소류님의 캠브리지 출판사 접촉이 원만하도록 바라면서, 이 글은 월요일에 본 프로그램에 대해서 쓰던 것을 지금 올리는 것입니다) 우리집 안테나를 좀 더 잘 보이는 위치에 달려고 주말에 열심히 톱질 하고 드릴로 구멍뚫고 시멘트질까지 했더니 서울에서 유명한 난시청 지역임에도 SBS에서 EBS까지 그럭저럭 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지역보다는 못하지만 전보다는 비약적으로 화질이 개선되어 뿌듯함을 느낌... ^^) 이 뿌듯함에 전에는 못봤던 EBS를 봤더니 미국에서 만든 무슨 미스테리에 대한 시리즈물을 하는 모양인데, 어제 시간에는 인체의 자연연소에 대해서 방송했다. 약간 끔찍한 내용이고 보기 그런 사진도 있었지만 무척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어서 이 보드에 내용을 올려본다. ***** 프로그램 내용 설명 어릴 적 어린이 잡지라거나 미스테리에 관한 다큐같은 것을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은 인간의 몸이 자연적으로 타 없어지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에 의하면, 이 인체의 자연연소에 대한 이야기의 상당 수는 조작된 것이지만, 그 중에는 화재를 뒷처리한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믿지못할 정도로 괴이하게 타서 죽은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 믿지못할 특징 첫째는 자연연소된 경우 사람이 뼈까지 타버릴 정도인데도 사람 주변의 가구라거나 카펫트 등등의 인화성 물체들은 거의 타지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특징은 시체의 장단지 아래 다리부분은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진을 보여주는데 좀 끔찍했음 -_-;). 세째, 방안의 가구 중 TV 케이스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열기에 녹아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사람의 뼈가 타는 정도면 어느 정도 화재라고 생각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알려주었다. 첫째 소방관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사람이 타죽더라도 보통 시체는 남고 그것을 추스려내야 한단다. 그래서, 인체의 자연연소를 목격한 소방관들은 시체의 탄 정도를 보고 엄청난 화재를 생각하게 되지만 주변의 가구는 거의 멀쩡해, 평생 의구심을 갖게 되는 등 굉장히 큰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둘째 실험실 실험에서도 사람의 뼈는 고온의 화로 속에서 몇 시간을 태워도 크게 변형되지 않았다. 세째로는 화장터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보여줬다. 화장터에서는 섭씨600~1000도의 열에 시체를 태우고, 거기서 남은 뼈를 추려서 기계에 넣고 바스러뜨린단다. 그러면, 그 결과로 사람들이 '재'라고 부르는 하얀가루나 나온다. 사람의 뼈가 이렇게 열에 강한데도, 뼈까지 태우는 화재에도 주변의 가구는 무사한 신비스러운 이유가 뭘까? 이런 화재를 소방관과 같은 그 분야 전문가들마저 인간의 몸 내부 에서부터 어떤 알 수 없는 원인의 불이 났기 때문이라고, 즉 인체의 자연연소라고 생각하게 된데는 자칭 과학자라는 아마추어 인체 연소 연구가의 베스트셀러가 큰 몫을 했단다. 이 연구가에 따르면 인체의 자연연소는 미국과 영국 지역에 많은데,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 으며, 예전 사람들은 술꾼에게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했단다. 아마 추어 연구가는 일단 술의 알콜 때문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독한 술에 절인 돼지 발을 태워보는데 타지 않는다(프로 그램에는 안 나온 내용을 적어보면, 이 실험이 나름대로 과학적인 접근같지만, 혈중 알콜 농도가 0.몇%만 되도 죽는 인간이 아무리 술에 취해도 불 붙을 정도로 알콜을 흡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나마나한 실험). 알콜 때문이 아님을 실험으로 증명한(?) 이 아마추어 과학자는 이제 온갖 신비주의적 가설들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우선 인도의 요가수행자들이 수행할 때 척추를 타고 열기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을 무슨 인도용어로 칭하는데, 그런 인체에 내재한 열기가 통제불능의 상황이 되어 밖으로 나오면 그것 때문에 인간의 몸이 내부에서부터 연소되는 것이란다. 중국문화권에서 기수련을 하면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하니 특히 우리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 이다. 또 다른 가설은 일단의 과학자들이 저온핵융합에 성공했다는 헛소문에 고무된 가설로, 몸 안에서 특이한 조건이 만들어져 저온핵 융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른 가설로, 신비주의자들이 믿는 아주 특수한 자연방전 현상으로 플라즈마 불꽃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불꽃이 사람 몸 안에서 발생하면 인간의 몸이 내부로부터 타게 된단다(이런 방전에 의한 열이 사람 몸을 그렇게 태울 정도는 못된 다고 반박됨). 기타, 영국에서 희생자들의 지리적 분포를 지도에 그려보니 어떤 직선들을 그을 수 있었단다. 그 직선을 따라 무슨 신비주의에서 주장하는 에너지선이 지나기 때문에 인간 몸에 불이 난단다(숫자 놀음으로 사탄의 간계를 증명하는 식의 가설로, 과학 자들에 의해 그 지역의 다른 인화성 높은 물체는 안타는데 사람 몸만 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당함) 한편, 방화나 화재에 대해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연소 역시 인간 내부에서의 자연 발화가 아닌 외부에서 일어난 불 때문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연구를 했으며, 이들이 제시하는 가장 과학적인 가설은 심지이론이라는 것이었다. 양초에 헝겊을 두르고 헝겊에 불을 붙이면, 헝겊이 심지가 되고 양초가 녹아나와 불이 타게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입고 있는 옷에 불이 붙으면, 옷이 심지가 되고 사람 몸의 지방이 녹아나와 불에 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설을 제안한 과학자조차도 정말 이것 때문에 인간 몸이 그렇게 탈 수 있는지를 확신할 근거를 가지지는 못했었다. 그러다가, 인간의 (자연)연소 현상이 일단 인간 내부의 불이 아닌 외부의 불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건이 프랑스 경찰에 의해 보고되었다. 인체의 자연연소에 대해서 믿는 것은 영국 이나 미국사람들 뿐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꺼낸 프랑스 경찰관이 설명하는 사건 경위는... 한 사람이 살해 되고 살인범은 시체와 집을 태워서 증거를 인멸할 생각으로 시체의 목주변에 향수를 끼얹고 불을 지르고 도망갔다. 향수의 촉매작용에 의해서 일어난 강렬한 불은 그러나, 살인범의 기대와 달리 시체만 태우고 집은 태우지 않았으며, 살인범은 결국 붙잡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 시체가 탄 양상이나 주위 가구의 상황이 인체의 자연연소라고 믿어지는 사건들의 경우와 거의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인체의 자연연소에 대해 과학이 접근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난다. 한 여인이 살해되고 그 시체가 숲 속에서 자연연소의 경우와 비슷하게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안관이 발견한 것이다. 살인범은 나중에 잡혔지만, 어떻게 그렇게 시체를 태웠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그러나, 보안관들이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 인체의 자연연소 해석에 대해 무척 귀중한 단서가 되었다. 여태 자연연소라고 믿어지는 사건들은 거의 시체가 모두 타버린 다음에야 사람들이 와서 어떤 식으로 시체가 연소되는가를 알지 못했는데, 이 보안관들이 찍은 사진에는 실제 연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찍혔던 것이다. 사진에 의하면 불꽃은 30~40cm 높이의 작은 불꽃이었으며, 살인범의 진술 등에 의한 사망 추정시간과 시체 발견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시체는 그런 불꽃으로 몇 시간씩 계속 타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제 그 신비스러운 화재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 하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었다. 실험장소에는 화재가 집안 주변의 가구 같은 것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가구와 TV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 인간과 가장 비슷한 지방질을 가진 돼지 시체를 헝겊으로 싸서 눞히고 휘발유를 조금 붓고 불을 지른다. 휘발유에 의한 불꽃은 2~3분 내에 꺼지며, 이제 돼지 시체는 헝겊을 심지로 하고 몸 안에서 용출된 지방을 연로로 하여 불에 탄다. 이 때 불꽃은 30~40cm 정도의 낮은 것이고, 이런 낮은 불꽃으로 돼지의 시체는 몇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타는데, 불꽃이 낮기 때문에 주변의 가구들은 그슬릴 뿐 불에 타지는 않는다. 한편, 불꽃에서 나온 고온의 열기가 방안을 채우기 때문에 TV의 플라스틱 케이스는 점점 녹게 된다. 태우기 시작한지 5~6시간이 지나자 뼈에 특이한 변화가 일어난다. 뼈가 바스라지는 현상으로, 뼈가 바스라지는 이유는 지방이 80% 이상(맞나? 숫자는 자신 없음)인 골수에서 지방이 용출되서 불의 연료가 되기 때문으로, 정말 몸 속의 뼈까지 타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타고 있는 돼지 몸 속의 온도는 대략 섭씨 800도 정도로 화장터에서 시체 태우는 온도와 비슷하다. 이런 실험을 통해서, 인체의 자연연소 현장에서 관측된 여러 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옷의 헝겊이나 숲 속의 낙엽과 같은 구멍이 많은 물체들이 심지 역할을 하고 몸 안의 지방이 천천히 용출되어 연료가 되어 타는 작은 불꽃이 몇시간 동안이나 지속되면서 시체를 뼈까지 태우지만, 불꽃이 작기 때문에 주변의 가구에는 거의 해를 입히지 않게 된다. 시체의 장단지 아래 다리가 남는 이유는 장단지 아래 다리에는 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은 이런 화재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자가 거동이 몹시 불편한 병약 자이거나 술에 만취한 상태이면, 그 상태에서 담배 붙일 성냥불 같은 것을 피우다가 이런 화재를 당할 수 있다. 또는, 심장이 약해 몸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놀라 심장마비로 죽거나 살해당한 경우처럼, 화재를 전후해서 피해자가 의식불명 등이 되어 몸에 붙은 불을 끌 수 없는 경우에도 이런 화재를 당할 수 있다. 보고된 인체 연소('자연연소'는 더 이상 적당한 용어가 아님) 사건 중 약간 특이한 것은, 손녀딸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담배 피울 성냥을 가져다 주었는데, 할머니가 이런 화재를 당한 경우이다. 이런 화재를 당할 요건이 충분한 듯 하면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손녀딸이 할머니에게 성냥을 가져다주기를 화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20분 쯤 전이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시체가 오랫동안 타야만이 인체 연소의 여러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20분이라는 시간은 그러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해당분야 과학자는 손녀 딸이 성냥 가져다 준 시각을 잘못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 하며, 충분히 가능한 설명이다. ***** 짧게 써 보려고 했지만, 글 재주가 없어서 글이 길어졌음을 용서 하시길... 과학보드에나 적당할 글을 구태여 철학보드에 올린 것은... 첫째, 철학보드가 나에게 익숙해서... ^^ 둘째, 인간이 어떻게 신비 주의에 빠져들게 되고, 과학적 신념이 어떻게 그런 신비주의를 극복 하는가를 실제 사례를 통해서 흥미진진하게 보여주었기 때문... 신비주의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어떻게 사람이 신비주의적 결론에 의존하게 되는가에 대한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시작은 너무나 평범하다. 사람은 자신이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그 현상의 원인을 자신의 경험 내에서 추정하려고 한다. 한두가지 과학적 가설도 세워보고 그 가설을 검증 하려고도 한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추정하면서 현상의 경험 못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가능함을 고려않고, 어떤 한가지로만 쉽게 결론을 내면서 거기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더 설명이 안되고 자가당착에 빠지면, 자신의 애초 추정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신비주의에 기대게 된다. 이런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데는 신비주의에 대한 선입견도 영향을 미친다. 따지고 보면, 현상의 본질에 대해 쉽게 추정하고 결론을 내려서 문제가 된 경우는 과학자들에게도 발견할 수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왔던 금성에 대한 이야기(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현상 : 금성이 온통 구름으로 덮여있데... 결론 : 그럼 금성은 온통 바다겠구나? 현상 : 근데 그 구름이 이산화탄소라는데? 결론 : 으잉? 그럼 금성 표면은 탄소가 어떻게 된 석유바다? 아시다시피 결국, 금성의 두꺼운 이산화탄소 구름 밑에는 이산화 탄소의 온실효과 때문에 무척 뜨겁고 건조한 땅바닥만 있는 것으로 탐사결과 밝혀졌고... 합리적임을 추구하는 과학자들마저 이런 함정에 빠지기도 하니, 일반인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는 것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근거가 박약한 신비주의적 추정에 너무 기대 거나, 그런 박약한 추정에 이야기꾼들이 흔히 그렇듯히 오히려 자기 스스로 이야기를 눈덩이처럼 부풀리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삶의 지혜임을, 인체의 연소 문제에서 과학과 신비주의가 어떻게 교차 되는가를 보면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항간에 보면 극동식으로 이야기하면 기수련 혹은 염력이니 텔레파시 같은 인간의 숨겨진 능력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인간에게 아직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능력이 있으리라는 것은 믿는다. 하지만, 그 본질에 대해 섣부른 설명으로 눈덩어리처럼 거짓 믿음을 부풀리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고, 좀 더 신중하게 과학적인 입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지혜롭겠다는 생각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삼 해 본다. 그나저나... 그 사이비 과학자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라는데, 인간의 자연연소에 대한 신비주의적 믿음이 허구임을 밝혀주는 이런 프로그램의 내용은 책 읽은 사람 수 만큼 널리 알려졌을까? 어떻게 중독됐니? 몽라 우어낙 숭시가네 일이라성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