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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가 맞음...)
날 짜 (Date): 1999년 2월 13일 토요일 오전 04시 35분 41초
제 목(Title): 논쟁이라...


  문제를 쉽게 만들기 위해 2자 간의 논쟁만을 생각할 때, 논쟁에서의
대립물은 다음의 2종류를 생각할 수 있으며, 그것은 '나<=>상대' 그리고
'옳다<=>그르다'가 될 것입니다. 이 2종류 대립물의 논리적 조합은 다음
4가지가 됨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옳다) & (상대,옳다)
  (나,옳다) & (상대,그르다)
  (나,그르다) & (상대,옳다)
  (나,그르다) & (상대,그르다)

  이 4가지 논리적 조합만 생각하더라도 논쟁의 목적이 승리 혹은 설득
뿐일까 아닐까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립물이 통일되어서 나타날 수 있는 실세계에서 논쟁은 위 4가지 논리적
조합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게 됨을 생각하면, 생각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2자간의 논쟁만을 생각할 때, 실세계에서는 하나의 생각에 대해 나에게
옳은 면이 있을 수 있고 잘못된 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도 마찬가지
고요. 그리고, 나와 상대가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옳다/그르다의 관점에서 실세계에서는 '좀 더
옳다' 혹은 '좀 더 그르다'는 정도 차이로 나타내는 것이 적합한 표현일 수
있고, '어느 부분은 내가 좀 더 옳고 어느 부분은 상대가 좀 더 옳다'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상대와 나와 공통의 이해를 가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아닌 부분이 있기도 하겠지요.
  실세계 논쟁의 이런 복잡한 양상을 생각해 보면, 단순하고 직접적인
논쟁의 목적은 대부분 논쟁 상황에 대한 단순한 해석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물론, 100가지 재주를 가진 여우보다
1가지 재주를 가진 고양이가 살아났다는 이솝 우화에서처럼, 단순한
해석이 때로는 더 유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논쟁 상황에 대한 단순한
해석이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1가지
재주를 가진 고양이만 살아나는 것은 아니니, 실제 논쟁의 복잡한 면을
이해하는 것이 실제 논쟁에서 좀 더 좋은 행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의 논쟁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에서 연속성은 조금 떨어져 보이지만
"논쟁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논쟁이란 '대립되는 사고의 대립 해소 방법 중의 하나'일 것 같군요.
이 생각에 따르면, 논쟁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사고 대립의 해소'가
됩니다. 대립의 해소와 불해소라는 대립물도 실세계에서 통일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쟁의 결과에 대해서도 목적(=대립의 해소)의
달성 정도에 따라 '충분한 대립의 해소' 혹은 '불충분한 대립의 해소'와
같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고요.
  논쟁의 형태를 논쟁의 원인, 논쟁 당사자의 사고 배경, 논쟁의 목적
달성 방법, 논쟁의 결과 등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을 것인데, 논쟁의
목적을 대립의 해소로 보는 제 관점에서는 논쟁을 설득 혹은 승부로 보는
것은 논쟁의 목적 달성 방법에 따라 논쟁을 분류하는 생각의 한 갈래가
됩니다. 설득은 논쟁 목적 달성 방법에 속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승부가 목적이 아니고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논쟁을 승부로 생각하는 것은 논쟁을 한쪽 생각이 다른 쪽에
관철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이것은 논쟁에서의 대립을 한 쪽
생각의 관철로 해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될 것
입니다.
  이렇게 논쟁과 논쟁의 목적에 대해 정의하고 논쟁의 해소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고 대립 해소 방법들과 논쟁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논쟁의 형태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파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논쟁의 목적인, 대립을 해소해야 할까요? 혹은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이 해소 방법을 설정하는 것은
개인의 주관에 의하기 때문에, 자유롭고 임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객관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생각
한다면, 객관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실세계의 논쟁에서는 논쟁의 해소
방법이 객관세계의 구속력에 의해 몇가지에 집중됨(여전히 주관적
자유성과 임의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논쟁의 해소 방법 중 하나는 위에서 원주니님의 글로부터
시작되어 지적되었던 승부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설득 역시 승부를
해소 방법으로 하는 논쟁의 하나입니다) 승부를 해소 방법으로 설정
하는 논쟁 당사자는 상대는 잘못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대에게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승부를 논쟁의 해소 방법으로 보는 것은
다분히 자기 중심적입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논쟁의 해소 방법은 올바름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논쟁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 때는 논쟁 당사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옳음이 좀 더 큰 옳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논쟁의 결과 우리가
더 큰 옳음에 접근해야 한다(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입장과 논쟁 상대의 입장이 모두 존중되는 결론이 옳은 결론이며
모두 존중하기 위해 서로의 입장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세계에서 우리가 벌이는 논쟁은 대부분 승부의 측면과 올바름 지향
측면이 적당히 섞여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논쟁이란 승부보다는 올바름을 지향하는 방법으로
해소되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승부에 집착하는 논쟁의
폐해에 대해서 잠깐 언급이 되었는데, 이런 폐해들도 올바름을 지향하는
방법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고 보며, 올바름을 지향함으로써 우리가
논쟁을 통해서 정체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논쟁을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꼭 올바름을 지향하지 않는 논쟁
이라도 논쟁 결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데, 이 역시 우리가 바랬건
바라지 않았건 논쟁의 결과 더 큰 올바름이 드러나게 되어서라고 생각
합니다.

  그럼 여기서, 종종 언급된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가능
하겠는데, 무엇이 올바르다고 보는가 역시 개인의 주관의 문제인 만큼
자유성과 임의성이 있겠지만, 객관세계의 구속력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또한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즉 한정된, '올바름'에 대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한정된 올바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것만도 상당한 글들이 오가야 할테니 여기서는 그만 접는 것이 좋겠
습니다. (이 글에서는 올바름 외에도 어떤 것이 주관적 자유성과 임의성
의 문제인가, 객관세계의 구속력이란 무엇인가, 논쟁에서 논쟁 당사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입장은 왜 분리되었는가 등의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줄여졌습니다)
  다만, 1) 논쟁에서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는 논쟁 당사자들의 사고
배경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논쟁 당사자들은 객관세계의 구속력에
의해 올바름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주관적
자유성과 임의성에 의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2) "나와 공통의 이해를 가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아닌 부분이 있기도
하다"는 이야기는 올바름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 논쟁 당사자의 사고
배경에 대한 것이며, 사고 배경의 차이는 종종 논쟁에서 대립되는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된다. 3) 따라서 논쟁에서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고
배경의 차이를 해소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며, 사고 배경의 차이를 해소
하는데는 객관세계의 구속력이 이용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럼 이 정도 해서 글을 줄이지요. 오랫만에 글이 좀 길었나요? 물론
저는 문제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엄청나게 줄인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
  어나니에 보니까 철학자는 물 한방울에서 나이아가라나 태평양을 생각
한다는 오래된 서양 격언(? 맞나?)이 나오던데, 철학보드이니 논쟁이라는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처럼 전체 세계관이 끌려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이 글이 엄청나게 줄였다는 말은 맞는 말이라는
식으로 강변하면, 제 글재주의 짧음을 덮어씌울 수 있을까요? ^^


  참고로, 원주니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만, 19세기부터
유물변증론자들이 강변하던 "대립물의 통일"을 현대적으로 좀 더
유려하게, 유물변증론과 독립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 중에 하나가
fuzzy logic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에는 제가 fuzzy logic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 이만하고... ^^
위의 제 글에서 옳음과 그름이라는 대립물의 통일과 같은 부분은
fuzzy logic을 고려해서 생각하시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먼 길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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