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seonguk (최성욱) 날 짜 (Date): 1999년 1월 13일 수요일 오후 10시 10분 29초 제 목(Title): Re: 인간이 기계라는데..의견좀 써주세요!!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블레이드 런너'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래 영화 하나가지고 거창한 상징성을 부여하거나 심오한 해석을 해대는 것은 질색입니다만, '블레이드 런너'는 약간 예외인 경우에 속하는 몇몇 영화중에 하나이므로 적어보겠습니다. 영화에 보면 소위 블레이드 런너가 인간과 replicant.를 구분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는 장면이 두번 나옵니다. 시작부분에 레온이라는 남성과, 중간에 타이렐 회장을 방문했을때 레이첼이라는 여성에 대해서 시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한번 테스트에서 나오는 질문들을 자세히 들어보십시오. 소위 '인간'과 '기계' 를 구분하기 위한 질문들이니까, 뭔가 시사하는바가 있어야겠지요? 근데, 그걸 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설명해줬으면 좋을텐데, 레온의 경우엔 질문중간에 총을 난사해버리고, 레이첼의 경우엔 대충 중략을 해버립니다... 다만 타이렐 회장이 그 테스트 기준에 대해 힌트를 넌지시 줄 뿐이지요. 뭐 아무리 완벽한 replicant라도 '실제 감정의 경험들이 포함된 과거'를 가질수는 없다나요? ( 제 생각에 눈동자를 검사하는 자체는 별로 중요한게 아닌것 같아요, 뭔가 기계적 구분이 가능하다는걸 보이려는 감독의 연출이 아닌지... ) 그 질문들이 '감정의 경력'을 가졌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수 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안의 '테스트'만을 보았을때 알 수 있는건 그것이 '인간다움'에 대한 설득력있는 기준 제시라기보단 자신들이 스스로 설정한 인간의 영역안에 새로운 형태의 존재를 허용하길 거부하는 기존 인간들의 집단적인 동의를 통한 '권력'을 형성하고 행사하는 모습입니다. 테스트 받기 전에 레온이 긴장하는 장면, 레이첼이 손을 떨면서 담배불을 붙이는 장면, 데커드의 확인사살에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레이첼을 보십시오. 기존(?) 인간들의 그런 모습은 블레이드 런너의 아류작 - 일본 만화영화인 '공각 기동대'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스스로 생명체로 형성되었다는 인형사의 '선언'에 대해서 길길 날뛰고 부정하기 위해 안간힘 을 쓰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어쩌면 '블레이드 런너'등을 보고나서 헷갈리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왜냐 하면 거기 나오는 replicant는 바로 '본질적으로 구분될수 없는 인간'이 거든요. 테스트를 받는 레온의 항의를 들어보십시오 - " 그 질문들이란게 책에 있는거요? 당신이 만든거요?" 결국엔 인간이 '인간다움'을 정의하는건 '자의적 규정'이 아니겠는지요? 그 본질이 선험적으로 완전하게 주어져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몇천년간 그걸 고민하고 탐구해온 인간들에게서 지금까지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견해'가 존재해왔고,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게 불가능하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인간이 세계를 변혁하고자하는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 공동체안에서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 설명하기 까다로운 '자발적' 윤리적 판단과 행동들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결국은 세계관의 한 축으로서 넓은 공감의 폭을 발견하여 이를 수용해서 더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하고 합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두가 어쩔수 없이 인정해야하는 '보편적인 기준'이 될순 없겠지요. 제 생각입니다만, 만일 기계 - replicant - 가 각자의 세계관안에서 규정한 인간다움을 스스로 갖출 정도로 발전했다면, 그렇다면 우린 기계와 인간의 차이가 뭐가 있을지를 고민할게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인간으로서 정의하여 받아들일지, 말지를 생각해야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어찌보면 기계와 인간의 차이가 과연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 인간의 몫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블레이드 런너'를 보아도, '공각 기동대'를 보아도, 그런 고민은 자신의 정체성이 '명료하게 애매한'(?) 유사 인간- 인조 인간 - 이 하고 있거든요. 그들을 만들어낸 우리 인간은 그냥 ' 거만한 창조주의 눈' 으로 그들의 고민을 여유있게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될는지도 모릅니다... '로이' 였던가요? - 그 반역을 꾀하여 탈출한후 자신들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시키기 위해 창조자인 타이렐 회장을 고생고생하여 찾아온 replicant 말입니다. 근육이 점차 경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바닥에 못을 꽂는 모습,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replicant들의 대표격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행위등을 보고 흔히들 replicant들의 Jesus를 상징하는게 아니냐고 합니다만, 로이 자신이 그동안 연구를 거듭해서 생각했던 수명 연장 방법이 타이렐에 의해 불가능하다는게 밝혀지자 분노하여 창조자의 목을 꺽어 죽여버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세상의 부조리를 느끼면서 끝끝내 신 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인간이 결국엔 정신안에 '신 존재'를 사살하고 '신의 죽음'을 선포하게 되는 어찌보면 진정으로 인간다운 20세기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 ( <-- 그냥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 ) 그 정도의 행동을, 생각을, 말을 할 수 있는 '기계'라면 저 개인적으론 그냥 인간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특히 로이가 죽기 마지막에 데커드 에게 남기는 말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댈정도로 멋있습니다. 그 장면만 한 수십번은 본 것 같네요...지금까지요... :) --- 서적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서점에 돌아보면 '인간의 본질적인 특징 x가지' 등등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몇몇 있습니다.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상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순 있겠네요..서서 읽다가 읽기 좋은걸 선택하시면 되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책에서 '인간이 유전자를 보존하는 기계다'라고 했다고 해서 진짜로 인간이 기계가 되는 것도 아니니, 마음에 안들면 그냥 가볍게 씹어버리시면 됩니다. :) 그리고 아직~ 멀었습니다. magdo님 말 처럼 역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그런 기계가 나올지,그건 모르지요. 사실 저는 무척 회의적이고요. 적어도 지금 현재로서는 전혀~ 기계와 인간의 차이 구분이 어렵진 않지요? IBM의 딥 블루요? 그거 체스 말고 할줄 아는거 뭐 있습니까? 바둑을 한번 둬보라고 해보십시오. P.S. pinkrose씨가 글을 좀 많이 써주시면 철학보드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