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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환)
날 짜 (Date): 1996년05월09일(목) 19시05분22초 KST
제 목(Title): re) 주관적 관념론(Subjective Idealism)..


  전에 보았다는 철학책에서 주관적 관념론(Subjective Idealism)자로
Berkerly를 언급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글쎄요... 비록 그가 서양 철학에서
주관적 관념론을 확립하는데 일조한 사상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아 이외의
존재에 대한 회의의 문제는 Berkerly와 독립적이며 대단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범세계적으로 추구되어왔던 문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당연히
그 문제의 해답을 여러가지 주관적인 다른 생각들을 가졌던 많은 주관적
관념론자 중에서 딱히 Berkerly(그가 주관적 관념론에서는 서양에서 대표적
이라거나 앞의 글의 표현에 딱 맞는 명제를 제시했다하더라도)에게서 얻을
필요도 없겠지요.

  rachel님의 윗글이 저의 글에 대한 것인지 아닌지를 확신하지 못하겠는데,
어찌되었건 앞의 저의 글과 '독립적이다'라는 말의 정의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군요. 칸트의 '독립적이다'라는 말의 뜻과, 다분히 '인식보다 존재가 우선이다'
라는 맥락에서 존재의 개별 존재성을 인정하는 의미로 정의된 저의 글에서의
'독립적'의 의미는 다릅니다. 제가 칸트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rachel님이 칸트의 '독립적'의 의미를 존중하고 잘 이해를 하셨다고 할 때,
제가 칸트처럼 훌륭한 사상가는 아닙니다만 제 글에서 정의된 '독립적'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해를 시도해 주시면 어떨까요?

   비록 rachel님의 글이 Berkerly를 옹호하는지 그냥 소개하는지도 모호하지만,
어찌되었건, rachel님의 '주관적 관념론'이라는 명료한 용어 등에 도움을 빌어
제 글을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의 사물이 우리에게 인지되는 세계에 살고 있으며, 우리는
그 사물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지만, 어떤 과정에 의해서건 우리의
의식과 사물과 인지가 존재하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우리의
의식이 있고, 우리에게 인지되는 저 빨간 사과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해도, 우리는 의식에 빨갛고 사과같은 것이 인지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세계의 본질에 대해 우리는 '본질도 필요없다. 그저 의식이 있고
인지가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부터 시작해, 정말 주관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의식에게 어떤 과정을 통해서인지 이제 두가지
세계 모델이 주어지고, 우리의 의식이 그 두가지 세계 모델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도록 요구받는다고 합시다. 여기서 옳다/그르다는 우리 세계를 맞게
반영했다, 아니다 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세계의 본질을 최소한 아직
까지는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세계 모델들의 옳음/그름을
그것이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에 대해 설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가, 아닌가로
파악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제시되는 두가지 세계 모델의 첫째는 "의식에 의해 사물이 존재한다"
는 주관적 관념론과 비슷한 모델이고, 둘째는 "사물이 먼저 존재하고 그 속에
의식이 사물을 반영하여 인지한다"는 모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물과 의식의
우선 순위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 두 모델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두 가지 모델 중 어느 것도 부정(설명력이 없다고)할 수 없는 세계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세계 모델은 우리 의식에 인지되는 사물이 의식의
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시공간 상에서 '충분히' 연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근거를
언제나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존재의 '독립성' 근거에 대해 이 또한
어떤 의식 과정의 하나이다라는 주관적 주장이 나올 때 우리는 그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두번째 세계 모델에 입각한 세계에서라도
의식 안에서만 세계를 판별할 수 있는 의식의 특성 때문에 첫번째 세계 모델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반되면서도 양립하는 두가지 세계 모델에 대해, 우리는 유용성이라는
판정 기준을 다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세계 모델에
해당하는 세계에 살고 있건간에, 우리가 나는 이 세계에 존재하기 싫다고 생각
하지 이전에는, 즉 내가 이 세계에서 존재해 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존재에 유리하도록 사물들을 인지하고 실천을 통해 우리 존재에 대한 유익함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경험할 수 있는 어떤 주관성에 의해서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왜 부정할 수 없는지는 간단합니다. 우리 자신 혹은 우리 주위의 누군가 이것마저
부정하려한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너는 안 먹고도 사느냐?"라고 물으면
됩니다. 먹는다라는 단순한 행동에도 무엇을, 어떻게라는 인식과 실천이라는
우리 세계에서의 인간의 존재 양식이 동시에 결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세계 모델이 우리의 존재에 더 유리한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유용성을 상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에 올렸던 제 글이 주장하는 것을 자세히 말하면, 두번째 세계 모델이 우리
에게 더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세계 모델은 우리가 경험하는 어떠한 내용도
자연스럽게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존재가 있고 의식이 그 다음이다'라는
생각에 대해서 존재는 그러면 무엇으로부터 오는가라는 아직 우리가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무어라 무어라 주관적 주장을 덧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주관적 설명 없이도 어찌되었건 일단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저
인정하고, 우리의 존재를 위해 살아간다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세계 모델은
또한 인지되는 사물이 시공간에서의 연속적인 존재라는 것에 근거해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에 따라 발전해 가는 인간의 사물들에 대한 인식 발전 과정 또한
자연스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동등한 의식을 가지고 있고,
나와 동등하게 세계를 인지하며, 그 세계에 대한 인지 내용을 나의 의식과
주고 받으며, 나의 인지 내용을 평가해 주고, 나의 존재 및 행위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나, 다른 인간의 존재 또한 이 세계 모델에서는 자연스럽습니다.

  인지되지 않는 존재를 무조건 부정하는 극단적인 주관적 관념론자를 궁색하게
만드는 것에는 인지되는 사물의 일관된 존재 양식 및 시공간 상의 연속성이나,
의식이 다른 사물을 인지하고 실천을 통해 자신의 존재성을 얻어내야한다는 점
외에도, 의식이 자신과 동등한 것으로 판단되는 다른 의식(즉 다른 인간)이 어떤
사물에 대한 인지를 자신과 공유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떼를 쓰는
식으로 이런 것들을 일관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우기는 식의 주관적
관념론자가 아니라면, 어떤 주관적 관념론자도 우리의 세계에 이런 것들을 일관
되게 설명하는 세계 모델로 자신에게 인지되는 다른 동등한 의식들의 동의를
구하고 싶어하며, 이 때 의식에 규정되지 않는 어떤 존재를 도입하지 않는
다는 것은 지극히 곤란할 것입니다. 인식되어야만 존재한다면서도 universal
mind니 신이니 하는 주관적 주장들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보면, 인식되어야만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생각을 우리 세계의 기본 본질로 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일관되지 못하게 설명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저의 글은 우리 세계에서 상반되면서도 양립하는 두가지
세계 모델을 제시했고, 그 세계 모델들의 옳음/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했으며, 옳고 그름외에도 우리 존재에 유익한가가 또 다른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제가 영화를 자주는 못보면서도 영화를 좋아해, 남들의 영화평을 읽는 것과
나름대로 본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도 좋아합니다만, 영화에 대한 글에서는
'엄밀하지 못하더라도 잘 봐 달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철학
보드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군요.

 "엄밀하지 못하면 마구 깨주세요. 그게 철학 보드 같은 곳의 재미 아닙니까?"

  그럼, 마구 깸을 기대하며...

                                                                  - 환 -

                                                        구름 걷히고
                                                        이제
                                                        맑은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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