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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환)
날 짜 (Date): 1996년05월07일(화) 14시36분17초 KST
제 목(Title): 고양이가 개보다 작은 이유...


  우리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게 됐다. 우리집은 전통적으로
개를 좋아하는 집안이라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쪼그마한 고양이가 야옹야옹하는 것을 보니 이것도 개 기르는 것만큼
상당히 재미가 있다고 느꼈졌다.
  야옹야옹하는 쪼그만 고양이를 보면서, 이게 그 완벽에 가까운
포식자라는 고양이과 동물의 한 종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맨날 보았던 개에게 쫓기는 고양이 그림을
떠올리며, "이 완벽한 포식자가 왜 이리도 작아 맨날 개한테 쫓기나?"
하며 웃었다.
  이 때, 불현듯 생각이 떠오른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포식자로 육식 동물들의 왕자 자리를 차지하는 게 고양이과 동물들인데,
왜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는 개보다도 작아 개한테 쫓기는 처량한
신세일까???"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답이 나왔다. 답은...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똑똑하신 분들은 이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가 추가로 필요함을
눈치챘을 것이다. 필요한 전제는 일단은 "같은 크기일 때"이다.

  고양이의 운동 능력을 자세히 보신 분들은, 조그마한 고양이가 가지는 놀라울
정도의 운동 능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전에 필자는 눈앞에서
자기 키의 몇 배나 되는 1m가 훨씬 넘는 담을, 바로 담 밑에서 수직으로 도약해
달아나는 도둑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그 뛰어난 운동 능력 외에도 예민한
감각, 지나친 조심성이다 싶을 주의 깊음, 영악함 등 동물계에서 완벽한 포식자인
고양이과 동물의 특성을 이 작은 고양이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양이가 개 정도의 크기를 갖는다면, 개는 고양이의 적수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더 이상 가축이나 애완동물일 수도 없고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고양이가 위협적일 수 있는 다른 이유는 고양이는 인간 주인에 대한
복종심이 다른 가축들보다 적기 때문이다. 물론, 서커스등을 보면 사자니
호랑이니를 길들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이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일반적인 
인간들이 고양이과 동물들에게 그러한 복종심을 얻어내는 것은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고양이가 인간과 살면서도 낮은 복종심을 보이고, 가축치고는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양이는 인간의 애완
동물 중 유일하게 인간을 이용하는 동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복종심 낮고, 작은 체구에도 완벽한 포식자로서의 특성을 모두 갖춘
고양이가 개와 같은 정도의 체구를 가졌다면, 자연 도태에 입각한 진화 과정을
적용할 때 그러한 인간에게 위협적인 고양이는 결코 인간의 생활권에 편입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체구가 작아 인간이나 다른 가축에게 위협적이지 않는 
고양이들만이 자연도태적으로 인간 생활권에 편입되었고, 따라서 우리가 보는 
고양이는 개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체구를 가지게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철학 보드에 왠 고양이와 개 이야기인가라고 이야기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점을 생각해 보자. 철학이 유용하려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경험하는) 현상의 본질을 알려줄 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눈에 보이는
고양이와 개와 인간의 관계를 철학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앞 글을 보니, 진리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우리 세계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인간이 알아야할 세계는 그 경험 영역을 넘어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용한 진리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전부를 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 중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진리를 왜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대단히 이상한 질문이다. 질문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알았건 스스로 
습득했건 체득한 진리들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우리 세계의 다른 부분을 
판단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유용성에 대한 앞의 글은, 그러면 철학과 과학의 차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나을 수 있다. 이 문제는 간단히 보면 대단히 뚜렷히 보이면서도, 엄밀
하려 할 때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다른 분이 이야기
해 주시던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 환 -

                                                        구름 걷히고
                                                        이제
                                                        맑은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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