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kisto (석) 날 짜 (Date): 1996년03월09일(토) 12시59분20초 KST 제 목(Title): 철학과 신입생과 선배의 어떤 대화.. 학생회관 지하식당에서.. 후배 : 선배님, 철학이 뭡니까? 도대체.. 선배 : 음.. 철학.. 눈물의 씨앗이지.. 후배 : (황당)?? 선배 : 일반적인 거부터 설명할까? 철학은 너의 일상으로부터 시작하고, 그 일상 자체이기도 하지. 일상에 대한 생각과 실천, 그 모든게 철학이야. 음.. 이런 설명도 있을 수 있어. 내가 널 이렇게 쥐어박을때(콩..머리를 쥐어박는다) 넌 무얼 생각할 수 있겠니? 어떻게 행동할래? 후배 : 별 생각 없어요.. 선배가 그럴 수도 있죠, 뭐. 선배 : 내가 널 때리기 위해선 내가 있어야 하고 네가 있어야 하지. 나와 넌 어떻게 존재할까? 왜 존재하지? 무엇이 우리의 존재를 있게 했을까? 이것은 형이상학이며, 철학의 존재론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말야, 나와 넌 과연 있기는 있는거냐? 과연 존재하냐구? 우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지? 거기 있어서 우리의 의식이 그걸 파악할 수 있는걸까? 아니면, 사유할 수 있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너와 난 존재하는 걸까? 이것은 철학의 인식론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가치의 문제가 있지.. 내가 널 때린 것은 타당한 일이냐? 과연 옳은 일일까? 왜 그것은 옳을까? 그것이 옳다고 해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일까? 가르치기 위해선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일일까? 이것은 가치론 중에서도 윤리의 문제, 즉 윤리학의 영역이지.. 그리고 또, 내가 만일, 이렇게 맞으면서까지 배우려드는 후배를 보며, 참 대견하구나, 참 아름다운 모습이로다 라고 느낀다면, 네게 폭력이 불쾌한 것이었다면 말야.. 쾌, 불쾌.. 미에 대한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건 가치론, 그중에서도 미적 가치를 다루는 미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지.. 도식적이기도 하고, 약간 무리한 설명도 있었지만, 대충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어때? 후배 : 음.. 아까 눈물의 씨앗이란 얘기는 뭐여요? 선배 : 눈물을 낳는 씨앗일 수도 있고, 눈물이 낳은 씨앗일 수도 있지.. 철학은 네게 네가 사는 세상의 모든 모습을 보여줄거다. 그것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악할 수도 있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철학의 프리즘을 통해 보는 세상은 모순 투성이이고, 무척이나 고통스럽지.. 이런 세상을 네가 아파할때, 철학은 눈물을 낳는 씨앗일거야.. 하지만 그 절망만큼의 분노로, 분노만큼의 희망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바꿔나갈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철학함이 존재할때, 철학은 눈물이 낳은 씨앗이지. 19세기 유럽의 어떤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단다. "지금까지의 철학은 세계를 해석해왔을 뿐이지만, 문제는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후배 : 그 사람이 누구여요? 선배 : 음.. 공부하다보면 알게 될거야.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때, 그 사람의 철학함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도 알게 될거야.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말야.. 앎과 실천은 별개가 아니지, 이렇게 별개로 말하는 것조차 사실은 이상한 거야. 실천이 없는 앎과 앎이 없는 실천을 생각해 볼때 아마 그건 명백해 질거야. 하지만 나보고 굳이 말하라 한다면 난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실천하는 만큼 알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구나. 이건 정말 아끼는 후배에게 해주는 선배의 노파심섞인 말이란다. 후배 : 네.. 오늘 점심 잘 먹었어요, 이야기 잘 들었고요. 언제고 다시 만나서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어디 가면 선배를 만날 수 있죠? 선배 : 아까 말했던 그 철학함의 길모퉁이에서 언제든지 널 기다리고 있을거야.. 후배 : 에이, 그런 거 말구요.. 선배 : 하하.. 같은 길을 걷는다면 언제나 함께 있는거라니까.. 후배 : 어휴.. 말을 말아야지.. 어쨋든 꼭 또 봐요.. 자주 만나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