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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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yskim (바우처럼)
날 짜 (Date): 1995년10월30일(월) 23시07분35초 KST
제 목(Title): [카오스 이론과 비결정론


<이글은 한국과학기술청년회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http://www.ink.co.kr/~komsat  >


 
<h2>  [카오스 이론과 비결정론] </h2><br><p>



                         김 형 도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과정 수료) <br>
</center>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달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라 불리는  이 가상의 현상은 기존의 물리학
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즉 작
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
자 기상학자 로렌츠(E. Lorentz)가 농담삼아 하던 말이다. 흔히 '무질
서한' 현상으로 알려져있는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의 운동이나 담
배연기의 퍼짐, 그리고 생물체의 분포와 변화 등에서는 초기조건의 미
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자연현상들은 이처럼 혼란스런 모습을 띠고 있지만 물리학자
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현상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그것
들이 단지 '복잡한 계'이기 때문에 무질서한 모습으로 보일 뿐이지 좋
은 컴퓨터만 있으면 이러한 운동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
었다. 그러나 카오스이론에  의해 아주 단순한 계에서도  복잡한 계와
같은 무질서와 혼돈이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자연계의
질서와 조화를 일차적으로 다루어온 기존의 물리학은 더이상 자연현상
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일까? 자연은 규칙성과 질서가 아니라
불규칙성과 무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단 말인가?<p>

카오스이론은 기존 고전유체역학의 한계에 대한 도전에서 출발하였다.
로렌츠의 뒤를 이은 스메일,  요크, 메이, 만델브로트 등은 60-70년대
에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카오스 이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며,
기존의 선형적인 접근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자연계의 신비한 구
조를 드러내었다. 이로서 카오스와  안정이 공존하는 세계, 질서와 혼
돈이 함께 생성되는 세계,  즉 부분적으로는 예측불가능하지만 전체적
으로는 안정적인  모델화가 가능한 세계가  밝혀졌다. 군집생태학에서
특정지역의  전체  개체수  변화과정을 모델화한  메이의  병참방정식
(logistic equation)을  토대로 카오스 이론의 이러한  특성을 살펴보
자.<p><p>
이 병참방정식은 Xnext=rX(1-X)  로 주어진다. 여기서 r은 매개변수로
서 번식률을 나타내며 X와  Xnext는 개체수를 가리킨다. 이 식은 특정
지역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그 증가를 억제하는 요소가 있어서, 개체수
가 적을 때는 빠르게 증가하고 중간값일 때에는 거의 증가하지 않으며
많을 때에는 감소하는 생태계를  반영하는 결정론적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r값의 변화에 따른  개체수의 변동은 그림과 같다. 정상
상태에서 출발한 개체수는 r값이 증가함에 따라 둘로 쪼개지는 바이퍼
케이션(bifurcation)을 겪는데, 이는 이  범위에서 개체수가 두 값 사
이에서 규칙적으로 요동함을 가리킨다.  r값이 더 커지면 무수한 바이
퍼케이션을 거쳐 개체수의 변화가  무질서하게 나타나는, 이른바 카오
스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카오스 다음(가운데의
흰색의 공간들, 일명 '카오스  중에 나타나는 질서의 창')에는 다시금
처음의 정상상태와 유사한 규칙적인 상태가 반복되며, 이러한 전 과정

이 이후에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바로 기존의 물리학에서는 상
상도 할 수 없었던, 혼돈과  질서가 결정론적 모델로부터 생성된 것이
다. 그 변화의 패턴 안에는  동일한 패턴을 어느 영역에서나 부분으로
포함하는 자체유사성이 존재한다.(다른 예를  들면, 어느 하루의 주가
변동의 모양이 한달이나 일년동안의 변동모양과 동일한 경우가 있다.)
즉 영역을 아무리 작게 잡거나 크게 확대하더라도 복잡성의 정도가 같
은 모양이 나타난다. 결국  카오스이론에서 불규칙성은 끊임없이 동일
하게 반복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구조를 가진다. 소용돌이의 중
앙처럼  운동궤도가  끊임없이  수렴해  가는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의 존재는 안정적 구조의 형태가 어떠한지를 밝혀준다.<p>
이러한 카오스이론은 고전적인 물리학의 몇가지 중요한 방법론적 가정
들을 위협하고 있다. 위협받고 있는 첫번째 가정은 예측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즉  어떤 계의 초기조건과 그것을  지배하는 자연법칙(흔히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는)을 정확히 알면, 그  계의 과거 및 현재, 미
래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오스이론
에 따르면  바이퍼케이션 부근에서는 매우 미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 경우 결과에  대한 정밀한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두번째  가정은 수렴과 근사에 대한  믿음이다. 즉,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  정도는 지구와 태양간의 만유인력에 거의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처럼, 극히 미세한 영향은 무시될 수 있
다는 가정이다. 이때 자연계는 질서정연한 부분들로 구성된 매우 안정
된 집합체로 상정된다. 따라서 불규칙한 요동이나 소음과 같은 교란들
은 그 효과가 매우 미약한  것으로 쉽게 간과되지만, '나비효과'의 예
가 보여주듯이 카오스이론은 이같은 가정을 부정하고 있다. 세번째 가
정은 '선형성'의 사상이다. 실제로 자연계를 모델화한 수학방정식들은
대부분 수학적  풀이가 불가능한 비선형 방정식이기  때문에 선형적인
형태로 변형하여 근사적으로  풀어낸다. 그 결과 전체에  대한 정보는
부분들(이를테면 쿼크, 원자, 분자,  유전자, 세포 등)에 대한 정보들
의 합으로 획득되며, 초기조건이 '약간' 달라지면 그 결과도 '약간'만
달라지는 입력과 출력간의 비례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카오스이론에
서는 이같은 비례관계가 지켜지지 않으며, 미시적 합으로 해명되지 않
는 거시적 질서와 요동이 드러난다.<p>
카오스이론은 아직 충분히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발전가능성은 매우 주목할만한 것이다. 카오스이론은 과학계 밖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난데없이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여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고,  카오스이론의 철학적 함의에 주목
하는 철학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p>
우려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카오스이론이 과대포장되거나 왜곡되어 소
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부 철학자들과 호사가들
은 카오스이론이  결정론이나 인과율과 같은 고전적  믿음을 파괴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이같은  선전은 적지않은 사람들에게 먹혀들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수학적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카오스이론은 절대로 결정론을  파기하는 이론이 아니다. (결정론이나
인과율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깨어지면 도대체  '과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겠는가?)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카오스이론이
고전적인 물리학의 신념이었던  '예측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일정정도
손상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이퍼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부근에서
는 극히 미세했던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크기로 증폭되기 때문
이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에서, 그리고 역사의
궤적 속에서 느끼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혁명기의 하
루의 중요성은 평소의 10년의 중요성과 같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p>
결론적으로 말해서 카오스이론은 인식론적인 차원에서는 예측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일정정도 손상시키며,  따라서 불가지론의 침투를 허용하
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카오스이론은 존재론적인 차원에서는 여전히
결정론-인과율을 유지하는 '과학'인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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