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 loud (배 영호) Date : Fri Jul 10 07:58:49 1992 Subject: 횡설수설 나는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30분이 흐르기만을 기다린다. 30분이 지나야. 아침을 먹고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옆의 노윤호는 아까부터 C++ 책을 펴놓고 쓸데없이 예제 프로그램만 쳐 보고 있다. 불쌍한 키보드. 새벽 3시에 올라온 광일이는 아까부터 의자를 붙여놓고 자고 있다. (광일아 자는 것도 좋지만 의자에 침을 흘려놓으면 나는 거기에 어떻게 앉으라는 말이니 ?) 성대는 2주일째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성대는 방이 없을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성대는 자기의 방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성대는 학회룸에서 계속 잤다. 학회룸은 여관이 아니다. 여관은 아니지만, 나도 가끔은 그 곳을 이용한다. 포항의 모기는 정말 지겹다. 포항의 밤은 모기와 함께 황홀하다. 포항의 밤은 매일 피를 흘린다. 손바닥으로 모기를 잡으면, 손바닥가득 피내음을 맡을 수 있다. 윤호가 C++책을 팽개치고 xmines를 하기 시작했다. 그도 아침식사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한것 같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기록을 깨지 못할 것이다. 나는 xmines의 일인자다. 최소한 전산과 학부생만을 비교할 때는 그렇다. 노윤호가 갑자기 "앗! X 밟았다."라고 외친다. 잘못하여 폭탄을 잘못 찾아냈을 경우 우리는 그런 말을 쓴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 X를 밟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신발에는 그것이 묻어있을까 ? 이제 밥을 먹기 위해서는 15분이 남았다. 이제 슬슬 내려가서 깡통을 두드리면, 영양사 아줌마가 대문을 열고 식은 밥과 김치를 깡통 가득히 부어줄 것이다. 아니다, 가득히 부어줄 리없다. 식은 밥과 김치라도 가득히 받아봤으면,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각설이 타령을 더욱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한다. 갑자기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게 무슨 짓이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침 식사 시간 까지는 아직도 10분이 남았으니까. 노윤호가 xmines를 관두고 ftp를 시작했다. 그는 이제 X를 밟는데 신물이 난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ftp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file system 은 full인지 오래다. 나는 동료들을 위해 50M이던 나의 disk usage를 13M로 줄였다. 하지만 아직도 희조는 29M나 쓴다. 곽종근도 29M를 사용한다. 재호는 26M이다. 이것은 새벽에 내가 du를 통해서 낸 정확한 결과이다. 옛 성현의 말씀이 생각난다. 탱자던가 ? '꼭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디스크만 많이 써요.' 드디어 식사시간이다. 나는 이제 밥 먹으러 제네바로 갈 것이다. 식은 밥과 김치를 찾아.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윤호야 애들 깨워서 밥 먹으러 가자 ~~~' - Reasonable Loudness |